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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드라마] ‘듀얼’(2-1) 해리성 정체 장애가 아닌 복제 인간이라는 설정의 장점

발행일 : 2017-06-05 01:58:36

이종재 연출, 김윤주 극본의 OCN 토일드라마 ‘듀얼’ 제2화는 복제 인간 중의 한 명인 이성준(양세종 분)에 대해 파고 들어간 시간이었다. 해리성 정체 장애(다중인격장애)에 비해 선악으로 나뉜 두 명의 복제 인간이란 설정이 캐릭터를 구축하고 스토리텔링을 구사하는데 얼마나 더 효율적인지 보여주기 시작했다.

본지는 복제 인간이라는 설정이 드라마적으로 어떤 장점을 갖는지, 그런 장점이 제2화에 어떻게 반영돼 있는지 2회에 걸쳐 나눠서 독자들과 공유할 예정이다.

‘듀얼’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듀얼’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 해리성 정체 장애보다 복제 인간이라는 설정이 캐릭터 구축과 스토리텔링에 주는 장점

해리성 정체 장애를 소재로 한 드라마와 영화는 많은 인기를 끌어왔다. 한 인물 내에 분리된 다른 성격이 들어있다는 것은 해리성 정체 장애까지는 아닐지라도 복잡한 세상 속에서 다양한 내면을 가지고 살아야만 하는 현대인들에게 공감과 공유를 불러일으켰다.

‘듀얼’은 한 인물이 해리성 정체 장애를 겪어 서로 다른 내면이 서로 다른 시간에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선악으로 나뉜 두 복제 인간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이 설정은 해리성 정제 장애보다 드라마적 장점을 가지고 있다.

‘듀얼’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듀얼’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첫 번째, 시청자들이 선악을 명확히 구분해 시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리성 정체 장애의 경우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시청자들은 항상 생각해야 한다. 처음부터 본방을 사수하지 못했거나 상황의 변화를 민감하게 따라가지 못했을 경우 생길 수 있는 인식 오류를 방지하고, 좀 더 편하게 드라마에 몰입할 수 있다.

두 번째, 동시에 두 인격, 두 사람이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성준과 이성훈을 양세종이 1인 2역으로 소화하기 때문에 같은 화면에 이성준과 이성훈이 등장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스토리 전개상 충분히 개연성을 가질 수 있다.

‘듀얼’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듀얼’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따라서, 두 인격, 두 사람이 다양한 갈등을 실시간으로 유발하며 스토리텔링의 갈림길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다는 장점을 확보한다. ‘듀얼’ 제2화에서는 장득천(정재영 분)이 이성준과 손을 잡으려는 시도를 했는데, 장득천과 이성준, 이성훈은 필요에 따라 서로 다른 조합으로 협력관계를 만들어갈 수도 있다고 예상된다.

세 번째, 최종적인 갈등 해소의 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해리성 정체 장애의 경우 일반적으로 하나의 인격만 남고 억압돼 생긴 인격을 사라지게 하는 방법으로 내적 갈등이 마무리되는데, ‘듀얼’의 복제 인간의 경우 한 사람만 남게 만들 수도 있고 두 사람 모두 존재할 수도 있다.

‘듀얼’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듀얼’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세 번째와 연결되는 네 번째 장점은 해리성 정체 장애는 원래 한 사람이 나눠진 것이므로 없어지지 않는 한 서로 영향력을 발휘해 타협할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듀얼’의 복제 인간은 두 사람의 성격이 서로 융화되거나 영향을 줘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선악으로 완전히 분리된 이성준, 이성훈 캐릭터가 서로에게 좋고 좋지 않은 영향을 줘 극단의 인간이 아닌 중간 단계 어디쯤 머물고 있는 인간으로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듀얼’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듀얼’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다섯 번째, 시청자들의 상상력에 개연성을 더욱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리성 정체 장애의 경우 극단적인 병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복제 인간은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인한 산물이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개연성 있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여섯 번째,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보면서 몰입해 감정이입하기를 좋아하는데, 복제 인간의 경우 더욱 감정이입하기 좋다는 것이다. 해리성 정체 장애의 경우 시청자들의 성향에 따라서 공감하는 성격일 때 감정이입하다가 아닌 경우에 빠져나와야 하는 감정선상의 단절과 점핑을 겪어야 하는데, ‘듀얼’에서는 두 명의 복제 인간 중 어느 한 명에 감정이입한 채로 갈 수 있다.

‘듀얼’에서 복제 인간이라는 설정이 준 장점이 어떻게 발휘되는지 살펴보는 것도 드라마를 보는 재미를 높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해리성 정체 장애가 아닌 복제 인간이라는 설정이 뭐 그리 대단한가 생각할 수도 있지만, 창작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아이디어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깊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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