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일 Ballet Creative의 <The Seventh Position>은 2018 대한민국발레축제의 공모공연으로 6월 4일과 5일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공연됐다. ‘발레 기본 포지션이 다섯 가지가 아닌 그 이상이라면, 움직임은 어떻게 진화했을까?’라는 흥미로운 가정이 이 작품의 모티브로 알려져 있다.
◇ 발레 동작 교육 영상 촬영 느낌! 안무 이외의 다른 요소들의 개입을 최소화하다
<The Seventh Position>은 발레 기본 동작인 것 같기도 하고, 응용 동작인 것 같기도 한 안무가 펼쳐진다. 마치 동작을 교육 영상으로 촬영하는 현장 같은 느낌이 든다.
음악의 도움을 받기는 하지만, 깔끔한 무대화 명쾌한 조명으로 펼쳐지는 공연은 안무 이외의 다른 요소들의 개입을 최소화한다. 실제로 <The Seventh Position>을 관람하면 스토리텔링보다 동작 자체에 집중하게 된다.
발레의 기본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서도, 소품을 비롯한 복잡한 무대를 설치하지 않고도 공연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는 점이 눈에 띈다. <The Seventh Position>은 그 자체로도 완성된 작품이지만, 확장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예상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동작의 변화나 추가를 통해 공연 시간을 연장할 수도 있고, 안무의 변화가 없이 무대 장치를 추가해 다른 느낌을 구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기본에 충실한 작품인 만큼 덧붙일 수 있는 가능성도 많다고 볼 수 있다.
◇ 미러링 안무를 통한 라포르 형성
<The Seventh Position>은 7명이 군무를 추기도 하고, 대각선의 바닥 조명을 사이에 두고 2명의 무용수가 미러링 안무를 펼치기도 한다. 거울에 비친 듯 서로 대응되는 동작을 통해 라포르(rapport) 형성하는 것인데, 라포르는 주로 두 사람 사이의 상호신뢰관계를 나타내는 심리학 용어이다.
미러링 안무이기 때문에 두 사람이 같은 동작을 하는 군무가 아니다. 한 사람이 오른팔을 하늘 높이 올리면 마주 보고 있는 다른 사람은 왼팔을 하늘 높이 올려, 마치 거울에 비친 것 같은 동작을 펼친다.
무대 위에서의 두 무용수의 교감에 몰입해 감정이입한 관객은 본인도 모르게 미러링 동작을 따라 하게 될 수도 있다. 주고받는 안무도 영향력이 있지만, 실시간으로 그대로 반영하는 미러링 안무만큼 영향력이 크지는 않을 것이다.
<The Seventh Position>의 안무를 계속 보면 새의 움직임이 연상되기도 한다. 손과 발의 디테일, 팔에서 손으로 이어지는 선, 다리에서 발로 이어지는 선의 정서는 새의 모습과 움직임을 상상하게 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