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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드라마] ‘자백’(9) ‘한종구와 최도현’ 혹은 ‘류경수와 이준호’가 아닌 ‘한종구와 이준호’인 이유는? 최도현이 폰을 계속 놓고 다니는 이유는?

발행일 : 2019-04-21 20:18:06

김철규, 윤현기 연출, 임희철 극본, tvN 토일드라마 <자백> 제9회 중간 광고 시간 안내 문구는 ‘한종구가 이준호에게 남긴 메시지의 정체는?’이었다. 배역 이름 혹은 배우 이름으로 통일하지 않은 tvN의 발칙한 이름 사용법은, 기존 표현법에는 어긋나지만 시청자들의 정서에는 적합한 표현법이라고 볼 수 있다.
 
최도현(이준호 역)이 휴대폰을 종종 놓고 다니고 폰 확인도 자주 하지 않는 것 또한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감정이입한 시청자들을 답답하게 만들어, 최도현의 행동 하나하나의 디테일을 공유하게 만드는 설정이 인상적이다.

‘자백’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자백’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한종구가 이준호에게 남긴 메시지의 정체는?” : tvN이기에 가능한 발칙한 이름 사용법! 기존 표현법에 어긋나지만 정서에는 적합한 표현법!
 
<자백> 제9회 중간 광고 시간에 자막으로 표현된 부제 같은, 제9회 방송에 대한 안내 문구는 ‘한종구가 이준호에게 남긴 메시지의 정체는?’이었다. 시청자들에게 지금 광고하고 있는 방송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확 와닿게 만든 표현이었는데, 논리적으로 따지면 이거 실수가 아닌가 하는 궁금함이 생길 수도 있다.
 
‘한종구’는 극중 배역 이름이고, ‘이준호’는 출연 배우 이름이다. 두 사람을 표현할 때, 한 사람은 배역 이름으로 표기하고 한 사람은 배우 이름으로 표기한 것이다. 배우 이름인 ‘류경수’와 ‘이준호’ 혹은 배역 이름인 ‘한종구’와 ‘최도현’으로 표기하지 않고, 배역 이름인 ‘한종구’와 배우 이름인 ‘이준호’를 섞어서 사용했을까?

‘자백’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자백’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표현의 실수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공중파가 아닌 tvN이기 때문에 가능한 발칙한 이름 사용법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자백>에서 류경수 배우가 등장할 때 순간 ‘류경수가 등장했다’라고 느끼는 시청자들보다, ‘한종구가 나왔다’라고 느끼는 시청자들이 많을 것이다. 반면에 이준호 배우가 등장할 때는 ‘이준호가 등장했다’라고 느끼는 시청자들과 ‘최도현이 나왔다’라고 느끼는 시청자들이 모두 많을 것이다.
 
<자백>의 안내 문구는 현실과 드라마 속 이미지를 혼합해서 사용했다. 기존 표현법에 어긋나지만 정서에는 적합한 표현법이다. 시청자들이 등장인물을 볼 때 주로 배역의 이미지로 보는 경우도 있고, 배우의 이미지로 보는 경우도 있고, 배역과 배역의 이미지로 모두 보는 경우가 있는데, <자백>의 제작진은 이런 시청자들의 시야와 마음을 잘 헤아리고 있는 것이다. 기존 표현법을 과감하게 탈피할 수 있다는 것은, 드라마를 영화처럼 보이게 만드는 tvN의 도전 정신과 일맥상통한다.

‘자백’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자백’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최도현은 왜 폰을 두고 다닐까? 최도현 폰이 도청된다
 
<자백>에서 최도현은 폰을 자주 두고 다니고, 폰을 자주 확인하지도 않는다. 휴대폰을 다들 몸에 밀착해 가지고 다니는 시대, 틈만 나면 휴대폰을 확인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시청자들이 최도현에게 감정이입했을 때 가장 답답하게 느껴지는 행동이다.
 
지갑은 놓고 와도 되지만, 휴대폰을 놓고 오면 생활이 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집에 다시 들어갔다 와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과 <자백>의 최도현은 약간은 다른 정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최도현이 폰을 놓고 다니는 습관이 있다는 암시가 없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여겨질 수도 있다.

‘자백’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자백’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보는 시각에 따라 안 보이던 다른 게 보일 수 있으니까요’라는 진여사(남기애 분)의 대사를 적용하면, 휴대폰을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면서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시청자들은 그렇지 않은 최도현을 보면서 다른 걸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너무 똑같이 보고 생각하면 드라마의 긴장감이 줄어들 수도 있다.
 
◇ 제8회가 집단 영웅의 탄생, 영웅 유닛의 탄생이었다면, 제9회는 개별 영웅의 시련
 
제8회에서 최도현, 기춘호(유재명 분), 하유리(신현빈 분), 진여사는 같이 힘을 모아 사건을 파헤치기로 결의했다. 이들에 대해 시청자들은 ‘자벤져스’ 혹은 ‘자백져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자백’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자백’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그런데 제9회 방송에서 네 명은 모두 위험에 노출돼 있어서 시청자들의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만들고 있다. 제8회가 집단 영웅의 탄생과 영웅 유닛의 탄생이었다면, 제9회는 개별 영웅의 시련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허재만으로 신분세탁한 조기탁(윤경호 분)은 잔인함의 끝판왕처럼 보인다. 조기탁이 아닌 윤경호 배우가 정말 무서운 사람일 수 있다고 느껴지기도 하는데, 빌런 캐릭터(악당 역할)를 무척 잘 소화하고 있는 것이다.

‘자백’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자백’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조기탁은 최도현과 기춘호를 차에 치일 뻔하게 만든 후, 차에서 내려 뻔뻔하고 당당하게 “조심하셔야지, 그러다 죽는 수가 있어요”라고 말했다. 최도현 변호사 사무실 습격에 이은 두 번째 경고였는데, 자백져스의 시련과 조기탁의 노골적인 폭주를 보면서 조기탁 또한 곧 스토리텔링에서 제거될 수 있다는 추측을 조심스럽게 하게 된다.
 
한종구가 <자백> 끝까지 갈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도 많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것처럼, 조기탁 또한 그럴 수 있는 것이다. 드라마 전반부 마지막에 한종구보다 더 센 악 조기탁이 출연했고, 조기탁보다 더 센 악이 <자백> 후반부를 지배할 수도 있다고 추측할 수 있는데 그 연결고리가 어떻게 펼쳐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대통령의 조카이자 국회의원 후보인 박시강(김영훈 분)과 비서실장 추명근(문성근 분)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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