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진원, 김정현 극본, 신용휘, 윤라영 연출, tvN 금토드라마 <보이스4: 심판의 시간>(이하 <보이스4>) 제7화는 ‘유채꽃 밭 그 사나이’이다. ‘게슈탈트 심리학(Gestalt psychology)’의 ‘미해결과제(Unfinished Business)’라는 측면에서 살펴보면 송승헌(데릭조 역)이 현재 어떤 마음인데 그럼에도 버티고 있는 것인지 짐작할 알 수 있다.
◇ 게슈탈트 심리학, 미해결과제
‘게슈탈트(Gestalt)’는 ‘게슈탈트 심리학’, ‘형태주의적 접근(Gestalt approach)’, ‘게슈탈트 상담’으로 표현되기도 하는데, 자신의 욕구나 감정을 하나의 의미 있는 전체로 조직화해 자각한다는 것을 기본 개념으로 채택한다. 전체로 조직화된 개체로 보는 것이다.
게슈탈트 심리학에서는 인간은 완결을 지향하는 경향성이 있다고 본다. ‘미해결과제’는 해결되지 않은 과거 사건, 정서적 상처, 욕구와 연관되는데, 삶의 에너지를 묶어 새로운 게슈탈트 형성을 방해한다고 본다.
미해결과제는 과거에 머물며, 지금 여기에 오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미해결과제가 있을 경우 현재에 살지 못하는 것이다. 게슈탈트 심리학에서는 사람에게는 완결시키려는 강한 경향성이 있기 때문에, 미완결, 미해결은 문제를 야기한다고 본다.
미해결과제는 개인과 가족 차원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고, 국가와 사회 전체의 차원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가족 구성원의 실종이 가족 차원에서는 가장 큰 미해결과제일 수 있고, 진실이 드러나지 않은 대형 참사가 국가와 사회 차원에서는 가장 큰 미해결과제일 수 있다.
◇ 가족의 생사를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
<보이스4>는 가족의 생사를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족의 생사를 모른다는 것은, 가족의 생사가 어떻게 된 것인지 알지 못한다는 것은 개인과 가족 차원에서 매우 큰 미해결과제이다.
다른 등장인물뿐만 아니라 주인공인 송승헌 또한 미해결과제를 가지고 있다. 어린 시절 어머니를 잃은 사건, 한국에 와서 동생을 잃은 사건은 송승헌을 현재가 아닌 과거에 얽매어 살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송승헌은 과거의 진실을 파헤치면서도 현실에서 살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동생의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비모도에 왔는데, 보통의 경우라면 아무리 형사라도 비모도에서 벌어지는 다른 사건에 집중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송승헌은 현재에 벌어지는 사건에 무척 냉철하게 최선을 다하고 있고, <보이스4>의 제작진은 이런 송승헌의 내면 노력을 김중기(박중기 역)의 대사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명확하게 확인시켜주려고 한다.
<보이스4>는 데릭조 캐릭터를 만들면서 무척 성숙한 인물로 설정했다. 이는 제작진이 시즌4까지 시즌제로 만들어지면서 새로 등장하는 인물도 일정 부분 이미 성숙된 인물로 만들어야 한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기존의 형사들과는 다른 디테일을 통해 캐릭터를 겹치지 않게 만들면서 매력적으로 부각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송승헌이 직접적으로 가슴을 부여잡고 괴로워하면서 일도 제대로 못 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니기 때문에, 삶에서 미해결과제를 경험한 적이 있는 혹은 아직도 그런 상태에 있는 시청자나 감정이입해서 몰입하는 상상력을 가진 시청자가 아닐 경우 어쩌면 송승헌의 모습이 차갑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극 중에서 송승헌이 중심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가 와닿는다고 느끼는 시청자는, 울부짖는 연기를 할 때 못지않게 송승헌이 아픔을 속으로 감내하며 임하고 있을지 공감할 것이다.
처음 시즌부터 <보이스>는 매우 날카롭고 아픈 이야기를 담으면서 등장인물들을 그 안에 너무 오래 두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마음이 미어지는 현실에 직면하면서도 따듯한 인간애를 유지하려는 작가의 마음이 느껴진다.
데릭조 캐릭터를 성숙하게 설정한 것은 데릭조 캐릭터에 대한 기본적인 애정과 존중을 전제로 했기 때문일 것이다. <보이스4> 후반부에 날카로운 상처를 직면하게 만드는 스토리텔링을 구상하면서 데릭조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미리 전달해 위로한 것일 수도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