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진원, 김정현 극본, 신용휘, 윤라영 연출, tvN 금토드라마 <보이스4: 심판의 시간>(이하 <보이스4>) 마지막화(제14화)는 ‘심판의 시간’이다. 시즌4 자체로 하나의 매듭을 맺으면서도, 시즌4와 시즌5가 이어지는 시리즈의 일관성과 연속성을 확보한 작품이라는 점은 드라마 집필과 제작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멋진 벤치마크가 될 것이다.
제14화는 제9화에 이어 사과할 줄 아는 용기에 대해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를 통해 강권주(이하나 분)가 이제 자신의 과거 비밀과 상처에 대해 직면할 수 있는 심리적 개연성을 부여했는데, 이는 시즌5가 시작부터 강력한 위기 상황에서 전개되더라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개연성 또한 확보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 시즌4 자체로 하나의 매듭을 맺으면서도, 시즌4와 시즌5가 이어지게 만들어 시리즈의 일관성과 연속성을 확보한 작품
<보이스4>는 세계관의 확장을 보여준 시즌이다. 개인의 이야기와 사건 속에서 인간 본연의 가치를 찾으려고 했고, 가족의 이야기와 사건 속에서 인간의 근본적인 관계성에 다가가려고 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보이스> 시리즈는 개별 사건만 다양하게 펼쳐지며 시즌제를 이어가는 게 아니라, 가장 핵심적인 주인공인 강권주에 얽힌 사건을 드라마 전반에 깔고 간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는 미드에서도 찾기 힘든 독창적인 설정과 세계관이며, 시즌 간 연결에 개연성과 필연성을 부여하는 독보적인 설정이다.
<보이스4> 제14화 마지막에는 동방민(이규형 분)의 경고와 예언 후에 시즌3의 빌런 방제수(권율 분)가 깜짝 등장해 충격과 호기심을 동시에 전달했다. 시즌3 마무리와 시즌4 마무리를 연결해 시즌5를 시작하겠다는 강렬한 암시를 전달한 것이다. 이를 통해 시즌5에서 동방민과 방제수가 서로 협력할 수도 혹은 대립할 수도 있다는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았다는 점이 흥미롭다.
<보이스4> 제14화의 마무리는 시즌4가 독립적인 이야기로도 매력이 있고, 시즌5로 이어지는 더 큰 이야기의 전반부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깊다는 점을 동시에 보여줬다.
시즌 자체의 일단 완결과 세계관 확장의 접점을 절묘하게 구현한 것인데, 시청자로 하여금 호기심을 유지하면서도 지나친 아쉬움을 가지지는 않게 하려는 선택이 주목된다.
◇ 사과할 줄 아는 용기를 통해, 이하나에게 부여한 심리적 개연성
<보이스4> 제14화는 사과할 줄 아는 용기에 대해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전에 제9화에서는 사과와 노력이 다른 누군가에게 이제 싸울 수 있는 용기를 전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었는데, 마지막화에서 다시 짚고 넘어간 것이다.
자신의 잘못이나 실수를 받아들이고 사과한다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닐 수 있다. 자신이 잘못했거나 실수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도저히 사과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한 사람은 많을 것이다.
사과해도 무너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있어야 진정한 사과가 가능하다. 사과하고 나면 모든 게 없어질 것이라는 두려움이 크면, 사과하고 났을 때 속된 말로 내가 쓰레기로 낙인찍힌다는 두려움이 크면, 사과할 용기가 생기지 않을 수 있다.
강권주가 자신의 현재와 과거에서의 잘못이나 실수를 인정하고 진정으로 사과했다는 것은, 강권주가 이제 자신의 과거 비밀과 상처에 대해 직면할 수 있는 심리적 개연성을 부여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보이스4>의 작가와 감독이 얼마나 논리적으로 감각적으로 일관된 흐름 속에서 캐릭터를 발전시키고 스토리텔링을 구사했는지 감탄하게 된다.
<보이스4> 제14화 마지막에 강권주는 “이제 너를 만나러 가 볼까?”라는 말에 자신이 가진 청력의 비밀을 찾기 위해 떠난다. 만약 강권주가 두 번 이상의 명백한 사과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직면하겠다는 용기를 표출하지 않고 이런 행동을 했다면, 매우 뜬금없이 보였을 수도 있다. <보이스4> 제작진이 감정선의 연결을 위해 얼마나 강력한 디테일을 발휘했는지 알게 되고 느끼면, 감탄의 눈물이 저절로 흐르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