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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연극] 2016 공연예술 창작산실 연극(5) ‘툇마루가 있는 집’

발행일 : 2017-02-13 14:04:35

김승철 작/연출, 창작공동체 아르케의 ‘툇마루가 있는 집’이 2월 10일부터 26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2016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 우수신작인 이 작품은, 누구나 저마다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김승철 연출은 프레스콜에서 “대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대문 밖에서 일어나는 일의 상징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폭력, 무능력, 소통 부재의 아버지가 가진 캐릭터는 개인의 문제만이 아닌, 사회적 문제라는 점을 감독은 짚고 넘어갔다.

‘툇마루가 있는 집’ 공연사진. 사진=창작공동체 아르케 제공 <‘툇마루가 있는 집’ 공연사진. 사진=창작공동체 아르케 제공>

◇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작품

‘툇마루가 있는 집’에서 어른이 된 진구(이대연, 장용철 분)는 아내(이경성 분)와 함께 자신이 어릴 적에 살았던 집을 찾으면서, 청년 시절의 진구(송현섭 분), 어린 시절의 진구(김보라 분)와 그때의 가족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내가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다면? 내가 살아온 길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면? ‘툇마루가 있는 집’은 이런 질문을 계속해서 던지는 작품이다. 진구를 보면서 관객들도 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다.

‘툇마루가 있는 집’ 공연사진. 사진=창작공동체 아르케 제공 <‘툇마루가 있는 집’ 공연사진. 사진=창작공동체 아르케 제공>

할머니 역 강애심의 연기는 무척 돋보이는데, 할머니는 과거의 진구와 현재의 진구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인물로,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과거로 돌아간 진구가 제3자가 아닌 당사자의 마음이라는 것을 확인해주는 사람도 할머니다.

강애심은 극 중 인물들은 할머니가 노망이 들었다고 생각하게 만들고, 관객들이 볼 때는 통찰력이 뛰어난 행동을 하는 중의적 해석이 가능한 연기를 맛깔나게 펼치는데, 이런 설정은 관객들이 강애심을 응원하게 만든다.

‘툇마루가 있는 집’ 공연사진. 사진=창작공동체 아르케 제공 <‘툇마루가 있는 집’ 공연사진. 사진=창작공동체 아르케 제공>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운 아버지(김성일 분)와 그것을 닮아가는 아들, 시집살이가 힘든 것을 알기에 자신은 며느리에게 잘 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시집살이를 대물림하는 어머니의 모습은, 초심을 잊지 않기 위해서는 매 순간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죽음이라는 게 살아서 보다 더 자기 세계에 갇히게 된다”, “사는 게 다 번뇌이다”라는 표현은 잔잔함 속에 철학적 자기성찰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든다. ‘툇마루가 있는 집’에서 과거의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은, 현재의 자기성찰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툇마루가 있는 집’ 공연사진. 사진=창작공동체 아르케 제공 <‘툇마루가 있는 집’ 공연사진. 사진=창작공동체 아르케 제공>

◇ 리얼한 무대장치, 실제 밥을 먹고 세수를 하는 현장감

‘툇마루가 있는 집’의 주요 공간은 예상할 수 있는 대로 툇마루가 있는 집이다. 무대 장치를 아름답게 미화하기보다는 리얼하게 만들었다는 점이 눈에 띄는데, 이제 헐리는 집의 아쉬움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마당은 공간을 넓게 사용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아주 큰 집은 아니지만, 배우들이 다양한 동선을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간이 활용된 점은 돋보인다. 집 안에 방이 있는데, 방에 들어가서 연기를 펼치기보다는 마당에서 주로 전개된다는 점은 무대를 크게 보이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툇마루가 있는 집’ 공연사진. 사진=창작공동체 아르케 제공 <‘툇마루가 있는 집’ 공연사진. 사진=창작공동체 아르케 제공>

‘툇마루가 있는 집’에서는 실제로 겉절이 재료를 다듬고, 김밥을 직접 먹고, 툇마루에서 식사를 하기도 한다. 먹는 시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처럼 실제로 행동하는데, 리얼하게 표현된 무대장치와 일정한 톤을 유지한다.

진구의 형인 성구(김현중 분)가 제사상 음식을 먹는 장면에서는 음식을 먹고 났는데 음식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설정과 디테일로 현실감을 높인 것이 돋보인다.

‘툇마루가 있는 집’ 공연사진. 사진=창작공동체 아르케 제공 <‘툇마루가 있는 집’ 공연사진. 사진=창작공동체 아르케 제공>

◇ 네 번의 타임슬립을 한 진구는, 무대 위에 들어가 있는 또 다른 관객

어른이 된 진구는 네 번의 타임슬립을 통해 청년기의 진구, 어린 진구를 만나러 과거로 갔다가 다시 역순으로 현재로 돌아온다. 그 와중에 진구는 무대 위에 있는 관객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과거와 현재의 균형을 맞춘다고 볼 수도 있다.

이대연 배우는 타임슬립한 장면에서 자신에게 집중된 시간이 아닐 때도 계속 표정 연기를 한다는 점이 주목됐다. 무대 위의 관객이 된 이대연은, 제3자이면서도 무대 위의 당사자인데, 이런 면을 진지하게 잘 소화했다.

‘툇마루가 있는 집’ 공연사진. 사진=창작공동체 아르케 제공 <‘툇마루가 있는 집’ 공연사진. 사진=창작공동체 아르케 제공>

이대연이 표현한 자신이 직접적으로 개입해 과거의 일들을 바꾸고 싶은 마음은, 관객석에 앉아있지만 등장인물에 감정이입된 관객들의 마음과 일치할 수 있다. 어떤 측면에서는 무대 속의 관찰자이기에, 무대에 올라 이야기에 직접 참여하고 싶은 관객의 마음을 대리만족한다고 볼 수도 있다.

‘툇마루가 있는 집’에서 배고팠던 시절, 절대 궁핍의 시대, 힘들게 살아온 세대에 대한 에피소드들은 기성세대에 추억을 소환하기도 하지만,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말로 직접 전달하면 고리타분한 옛날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작품을 통해서는 더욱 효과적으로 다가가는 우리 주변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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