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월화드라마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이하 ‘그거너사’) 제14화는 인호(장기용 분)의 사고로 인해 라이브 연주가 무산되고, 팬들 사이에서도 동정론이 펼쳐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거너사’는 음악을 소재로 한 드라마이고, 소림 역의 조이는 걸그룹 레드벨벳(Red Velvet)에서 리드래퍼이자 서브보컬로 가창력을 발휘하는 가수이고, 유나 역의 홍서영은 매력적인 보이스를 뽐내는 뮤지컬 배우라는 점을 생각하면, 음악적 매력을 못 살리며 드라마가 종영을 앞두고 있다는 점은 아쉬움 중의 하나이다.
◇ 음악이 곧 자존심, 그런데 드라마 속 음악은 누가 봐도 싱크 안 맞는 립싱크
‘그거너사’ 제14화에서는 크루드플레이에게는 음악이 곧 자존심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그런데, ‘그거너사’는 제14화 방송뿐만 아니라 그 이전 방송부터 드라마 속 음악은 누가 봐도 립싱크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진행됐다.
물론 드라마, 영화의 경우 동시 녹음도 있지만 후시 녹음도 있기 때문에 립싱크 방법을 사용한다는 것이 나쁘거나 잘못된 것은 아닐 수 있다. 그런데, 강민수 역의 최민수가 잠깐씩 노래 부를 때만 빼고 거의 대부분은 부자연스럽게 립싱크가 진행된다는 점은 거슬리게 보인다.
‘그거너사’에서 대사가 진행되다가 노래를 하게 될 때 톤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웬만한 시청자들도 알 수 있다. 누가 봐도 립싱크라는 것을 알게 해주고, 그 립싱크 또한 싱크가 잘 맞지 않게 만든 점은 ‘그거너사’는 디테일에 강한 tvN 드라마가 아닌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그거너사’ 드라마 초반에는 마치 뮤지컬 드라마 같은 상황도 연출되며 음악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는데, ‘그거너사’는 그런 기대를 무너뜨리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음악을 좋아하고 뮤지컬을 좋아하고 음악 영화, 음악 드라마를 다른 어떤 나라 사람들보다 좋아한다. ‘그거너사’는 소재만으로도 사랑받을 수 있는 요소들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음악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안타까움을 남기도 있다.
‘그거너사’ 제13화와 제14화는 대리 연주에 대해 더욱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다. 인기그룹의 대리 연주에 관한 이야기는 무척 큰 파장과 함께 노이즈 마케팅이 될 수도 있었는데, 드라마가 흥행하지 못함으로써 자극적일 수 있는 소재 또한 묻혀버렸다는 점을 알 수 있다.
◇ 백진우까지도 윤소림을 좋아함, 윤소림 캐릭터를 더욱 망가뜨리는 신의 한 수
‘그거너사’ 제14화에서는 머시앤코에서 소림과 같은 멤버인 백진우(송강 분)까지도 소림을 좋아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전 방송에서도 잠깐씩 그런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때론 장난처럼 느껴지게 했는데, 제14화에서 이런 설정을 본격적으로 추가한 이유는 무엇일까?
진우가 소림을 몰래 좋아하는 것을 시청자들과 공유하려면 암시와 복선을 제대로 설치했어야 한다. 제14화에서 갑자기 강조된 이런 모습은 스토리텔링의 입장에서 볼 때도 튀는 설정이고, 안 그래도 욕먹고 있는 윤소림 캐릭터를 더욱 망가뜨리는 신의 악수처럼 보인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여주인공이 꼭 반짝반짝 빛나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거너사’의 윤소림 캐릭터는 반짝일 때 드라마 자체를 더욱 빛나게 할 수 있는 캐릭터라는 점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설정이다.
저녁 10시에 시작하는 월화 공중파 드라마가 채 끝나기 전인 11시에 시작하는 ‘그거너사’의 도전은 신선한 기대 속에 시작했는데, 캐릭터 설정과 스토리텔링이 좀 더 촘촘하게 진행됐다면 tvN 드라마의 위력이 새로운 시간대로까지 확장될 수 있었을 것이다.
종영을 2회 남긴 ‘그거너사’가 윤소림 캐릭터를 어떻게 마무리할지 궁금해진다. 윤소림 캐릭터에 대한 심리학적인 분석, 남자 관객들이 바라보는 윤소림 캐릭터와 여자 관객들이 바라보는 윤소림 캐릭터에 대한 분석이 심층적으로 이뤄진다면 ‘그거너사’는 케이스스터디를 위한 귀중한 벤치마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