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N 토일드라마 ‘듀얼’ 제15화는 상대방이 어떻게 된 것보다 자신의 입장에서 먼저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줬다. 실제로 장례식장에서 목 놓아 우는 사람들 중에는 죽은 사람을 애도하는데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남아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원망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오버랩해 생각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듀얼’은 선악의 대결이라기보다는 디스토피아 세상에서 나쁜 사람과 더 나쁜 사람의 대결이라고 볼 수 있게 제15화의 에피소드와 디테일이 펼쳐졌다는 점이 주목된다.
◇ 한유라가 죽은 것 자체보다는, 자신이 총을 쏴 죄책감을 느끼는 것에 더 괴로워하는 이성훈
‘듀얼’ 제14화에서는 이성훈(양세종 분)이 이성준(양세종 분)을 쏘려다가 총을 대신 맞은 한유라(엄수정 분)가 사망한 것이 제15화에서 밝혀졌다. 악의 대표주자처럼 보였던 이성훈이 괴로워하는 장면에서 시청자들은 이성훈에게 연민을 느낄 수도 있지만, 뭔가 찜찜함을 벗어던지기는 역부족이다.
비슷한 장면의 반복을 잘 살펴보면 이성훈은 한유라가 죽은 것 자체보다 자신이 쏜 총에 한유라가 죽은 것을 자책한다. 그래서 한유라를 죽인 것은 자신이 아니라 이성준이라고, 이성준이 그냥 총을 맞았으면 한유라가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울부짖는다.
죽은 사람 자체에 대한 미안함과 안타까움보다는 그 죽음이 자신으로 인한 것이라는 것에 이성훈은 더 괴로워한다. 악의 대표주자가 이런 면을 괴로워한다는 것이 반전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결국 인간의 추악한 이기심을 이성훈은 발휘하고 있다.
◇ 류미래의 안위보다 자신에게 닥칠 수도 있는 피해를 걱정하는 김기홍
“장팀장님, 미래는요? 미래 소식 있어요? 무슨 일 당한 거 아니죠? 미래, 무슨 일 당하거나 잘못되면 저 큰일 납니다.”라고 김기홍(김기두 분)은 장득천(정재영 분)에게 말한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김기홍이 류미래를 매우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런데 류미래가 잘못되는 거 자체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 아닌, 류미래가 잘못될 경우 자신에게 큰일 난다는 이기적인 마음은 그 부분만 볼 경우 이성훈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듀얼’에서 김기홍 캐릭터는 유순하고 흐름에 동조하고 협조하는 인물로 보였는데, 류미래를 걱정하는 장면에서 오히려 인간의 나쁜 본성의 단면을 보여줬다는 점이 주목된다. 김기홍의 이런 성향은 ‘듀얼’에서의 선악구도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데 일조한다.
◇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의 안전보다는 자신이 보호받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산영그룹 로열 페밀리
‘듀얼’에서 산영그룹 회장 박산영(박지일 분)과 그의 딸 박서진(조수향 분)은 자신을 위해서는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는 전형적인 사람들이다. 선악의 대결구도에서 박산영과 박서진의 캐릭터가 이렇게 형성되는 것은, 자연스러우면서 당연하게 여길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제15화에서 이성훈과 김기홍 등의 인물이 보여준 이중적 태도, 다른 사람을 위하는 것 같으면서도 결국은 몸이든 마음이든 사회적 지위이든 자신이 다치지 않는 게 우선이라는 이기적인 마음은, ‘듀얼’이 양면적인 세상을 선보인 게 아니라 디스토피아적 세계를 펼친 것으로 생각하게 만들 수도 있다.
◇ 되돌이켜 살펴보는 ‘듀얼’의 정신세계
‘듀얼’ 제7화에서 장득천은 딸 장수연(이나윤 분)을 살리기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었다. 납치된 자신의 딸을 구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딸을 납치할 수도 있다는 충격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똑같은 방법은 아니었지만, 실제 상황이라면 충분히 비난받을 수 있는 행동이었다.
제8화에서 이성훈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선 사람이 절대적으로 악해질 수 있다.”라고 말했었다. 악의 대표주자인 이성훈이 한 말은 목적을 위해서 사람은 절대적으로 악해질 수 있다는 ‘듀얼’의 세계관과 정신세계를 단적으로 알려준다고 볼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단순히 선악의 대결구도처럼 볼 수도 있지만, 인간 내면의 추악한 이기심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 ‘듀얼’은 시청자들에게 더 큰 경종을 울리는 드라마가 될 수도 있었다.
반전으로 가기 위해 너무 시간을 끌지 않고 진행됐으면, 인간 내면의 추악한 이기심을 표출할 때 사건보다는 심리에 더욱 초점을 맞췄으면 ‘듀얼’을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