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금토드라마 ‘언터처블’ 제13회는 선(善)이 악(惡)을 물리치는 게 아니라 차악(次惡)이 최악(最惡)과 싸우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깨끗하고 멍청하게 당하기만 하는 안타까운 캐릭터가 없다는 것이 특징인데, 원래부터 차악이었다고 볼 수도 있고, 최악과 싸울 힘을 비축하기 위해 선이 차악이 됐다고 볼 수도 있다.
따라서 ‘언터처블’은 초반에 흥분하며 몰입한 시청자와 그냥 관람하다가 내 스타일이라고 좋아하게 된 시청자가 다를 수도 있다. 드라마의 톤이 자연스럽게 변화했다고 볼 수도 있고, 예정된 수순의 반전이라고 볼 수도 있다. 남은 세 번의 방송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더욱 궁금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 주고받는 대화를 통해 두 가지 상반된 메시지를 전달하다
‘언터처블’ 제13회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진심 가지고는 부족하구나.”라는 정은지(서이라 역)의 말에 “속단하지 마. 진심이 통하는 사람도 있어.”라고 진구(장준서 역)는 답한다.
주고받는 대화를 통해 두 가지 상반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인데, 정은지의 말이 드라마 후반부의 정서를 대변한다면, 진구의 말은 드라마 초반부의 정서를 다시 환기하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 깨끗하게 남아있는 사람이 없다. 악과 대결하기 위해 타협하며 질주하다
이 드라마의 특징은 등장인물 중 깨끗하고 유약하게 남아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악과 대결하기 위해 적당히 타협하며 질주한다. 악한 세력과 싸우기 위해 폭력을 불사하고 있는 진구에 이어, 시장 선거에 나선 진경(정윤미 역) 또한 그런 변화를 보여줬다.
제12회까지는 무조건 깨끗한 선거를 하고 네거티브 운동은 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제13회에서는 “이겨야 줘. 이겨야 내 가족이 밟히지 않으니까.”라고 진경은 말한다. 방향을 결정한 진경은 반전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더욱 질주할 수 있다.
자신이 가는 곳에 자주 등장하는 경찰을 폭행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진구의 모습을 냉정하게 보면, 김성균(장기서 역)과 목적은 달라도 행동은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드라마 ‘펀치’, ‘귓속말’의 등장인물들의 관계와 ‘언터처블’의 등장인물의 관계는 공통점이 있는데, 단순 절대 선악 구도를 벗어나는 설정은 앞으로의 드라마에서 지속적으로 볼 수 있을 가능성도 있다.
법으로 해결되지 않는 시대 정의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라고는 하지만 너무 지나치게 폭력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악을 물리치는 게 아니라 악과 악이 싸우는 느낌을 주며 점점 분위기가 바뀌었는데, 드라마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궁금해진다. 수위 조절에 실패한 것인지, 반전을 위한 포석인지, 더 큰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인지는 남은 세 번의 방송에서 확인될 수 있을 것이다.
‘정은지 키스신’이 예상되는 가운데 꼭 필요한 장면인가에 대한 시청자들의 걱정과 안타까움,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은지와 진구의 키스신이 있다면, 서이라 캐릭터가 훼손되는 게 아니라 장준서 캐릭터가 훼손되는 것이다.
경수진(윤정혜 역)을 잊지 못하는 사랑으로 진구가 지금까지 질주한 이유가 훼손된다. 진구의 모든 행동에 대해 정의와 사랑이라는 이유로 마음속 정당성을 부여하며 감정이입했던 시청자들은 이정표를 잃은 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 지고지순한 사랑을 표현한 지윤하의 연기력
반면에 지윤하(유나나 역)의 사랑은 제13회 방송을 거치며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승화되고 있다. 철저하게 이용당한 것처럼 보였다가, 그래도 어느 정도 사랑은 받은 애처로운 모습으로 비췄다가, 이제는 가장 지고지순한 사랑을 하는 사람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 또한 눈에 띄지 않는 중요한 반전이라고 볼 수 있다.
지고지순한 사랑을 표현한 지윤하의 연기력은 신인인 그녀가 배우로서 얼마나 성장할지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피해자 연기, 마음을 무시당하는 연기, 애잔한 사랑의 연기, 지고지순한 사랑의 연기까지, 김성균은 물론 고준희(구자경 역)와의 투 숏을 지윤하는 멋지게 소화하고 있다.
◇ 진구가 김성균과 손을 잡을 가능성
본지는 그간의 리뷰를 통해 ‘언터처블’의 등장인물들은 자기의 이익과 목적, 명분을 위해 네 편과 내 편의 조합이 언제든 바뀔 수 있고 권력구조 또한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살펴봤었는데, 제13회 방송에서는 진구가 김성균과 손을 잡고 드라마 마지막을 질주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아버지가 살아있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이 김성균 주변에서 우연처럼 일어났다고 말하는 진구의 말에 김성균이 반응하기 시작했고, 박근형이 맡은 장범호 캐릭터와 하리모토 캐릭터가 같은 인물이라는 것을 최종원(구용찬 역)이 알고 있기 때문에, 남은 세 번의 방송에서 여러 번의 반전이 이어질 수도 있다.
시청률이 크게 상승하지는 않지만 마니아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받고 있는 ‘언터처블’이 마무리를 어떻게 할지 궁금해진다. 누군가의 인생 드라마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용두사미의 안타까움을 남길 것인지가 결정되는데 이제 채 열흘도 남지 않았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