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국 연출, 최진원 극본, JTBC 금토드라마 ‘언터처블’ 제9회는 살아 돌아온 박근형(장범호 역)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경찰을 사직하고 북천해양 상무이사로 들어간 진구(장준서 역)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더욱 박진감을 높이고 있다.
중반을 넘긴 ‘언터처블’은 거의 매회 경쟁의 권력구도가 바뀐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주도권을 넘겨줬다가 다시 받는 1차원적 반전에 그치지 않고, 주도권의 대상 자체가 바뀌는 대반전을 계속 보여준다는 점이 주목된다. 얼마나 촘촘하게 이 드라마의 스토리텔링이 만들어졌는지 감탄하게 된다.
◇ 제1회부터 제9회까지 권력구도, 경쟁구도의 변화 추이
‘언터처블’은 제1회 방송 때 뻔하고 지루하다는 반응과 너무 복잡하다는 상반된 반응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는데, 제9회까지 진행된 상황에서 되돌아보면 한 회 한 회는 예상 가능한 이야기가 펼쳐지기도 하지만, 그 이야기가 이전 회와 다음 회에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기에 너무 복잡하다고 느꼈던 시청자가 촘촘한 암시를 더욱 잘 인지했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제1회에는 박근형이 사망한 것으로 됐기 때문에, 최종원(구용찬 역)의 독주 또는 최종원과 진구(장준서 역)의 직접 대결이 예견됐다. 제2회에서는 김성균(장기서 역)이 진구의 적이 아닌 협력자가 될 가능성을 보여줬고, 제3회에서는 진구가 김성균의 가장 강력한 상대가 될 수 있다는 복선이 펼쳐졌다.
제3회까지는 도덕적 명확함을 전제로 진행됐다면, 제4회에서는 범죄와 폭력을 다루면서 도덕적 모호함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진구가 깨끗한 선으로 끝까지 남아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정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제6회에서는 고준희(구자경 역)가 진구, 김성균, 최종원 중 누구와도 손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줬고, 빅픽처의 설계자 또는 키워드가 고준희일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게 만들었다.
제7회는 진구, 김성균, 고준희가 직접 대립할 가능성을 보여줘, 드라마 전체의 후반부에 세 명의 대립과 갈등, 협력이 질주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었다. 제8회 마지막에는 박근형이 살아나 최종 대결구도는 박근형과 최종원일 수 있다는 강한 암시를 보여준 후, 제9회에서는 진구, 박근형, 최종원의 3파전일 수 있다는 이야기로 흘러갔다.
자기의 기질을 가장 닮았다고 생각하는 둘째 아들 진구가 자기의 후계자가 되기를 아버지 박근형은 원하고 있는데, 진구는 어릴 적부터 결심한 아버지의 잘못에 대한 단죄를 실행할 가능성이 크다.
진구와 박근형은 또다시 대립할 수밖에 없는데, 최종원, 김성균, 그리고 고준희의 역할에 따라 판이 또 달라질 수 있다. 김성균과의 아이를 고준희가 임신했고 갈등하다가 낳기로 결심했다는 것은 또 여러 차례 권력구도의 반전이 일어날 수 있는 개연성을 내포하고 있다.
◇ 많은 것을 상상하게 만드는 촘촘한 암시
‘언터처블’ 제9회에서는 장인인 최종원의 협박에 “아버지라면 어떻게 했을까?”라고 김성균이 고민하는 모습이 보였다. 제1회부터 제9회에 이르기까지 아버지에게 벗어나지 못하는 김성균은 아버지가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난 후, 어쩌면 아버지에게서 벗어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김성균은 다시 메인 무대에서 핵심 경쟁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인형 뽑기 장면은 진구와 정은지(서이라 역)가 동등한 입장에 설 수 있다는 암시라고 볼 수 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엄마인 진경(정윤미 역)이 죗값을 치러야 하는 것을 걱정하는 정은지에게 “걱정 마. 법은 공평하지 않으니까.”라고 말한 진구가 북천해양의 상무이사에 오른 것은 ‘언터처블’이 단순한 선악 대결로 마무리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하게 추정하도록 만든다는 점이 주목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