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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드라마] ‘언터처블’(1) 파국의 트리거는 김성균의 낮은 자존감 때문?

발행일 : 2017-11-25 13:43:09

조남국 연출, 최진원 극본, JTBC 금토드라마 ‘언터처블’ 첫방송(제1회)이 시작됐다. 가상의 도시 북천시를 3대에 걸쳐 지배하고 있는 장씨 일가를 둘러싼 권력 암투와 숨겨진 비밀을 담고 있는 이야기이다.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드라마는 제1회 방송부터 파국을 향해 질주했는데, 파국의 직접적인 원인과 파국을 격발시킨 트리거 역할을 하게 된 이유는 박근형(장범호 역)의 첫째 아들인 김성균(장기서 역)의 낮은 자존감 때문일 수 있다.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드라마 속 무서운 존재감을 보여준 김성균이 낮은 자존감을 가졌다는 것은 쉽게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지만, 권력 암투보다 김성균의 자존감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볼 때 더욱 개연성을 느끼며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 예상할 수 있는 드라마의 기존 문법을 따르지 않는 전개, 첫방에 깔려 있을 많은 암시와 복선

‘언터처블’ 제1회는 박진감 넘치는 액션으로 시작했다. 뭔가 있을 것 같은 호기심을 첫방송 시작부터 자극했다. 영화 같은 편집은 보는 즐거움과 궁금증, 몰입을 선사했는데, 나중에 다시 확인하면 “아하~”할만한 암시와 복선이 쏟아지고 있는 듯했다.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바로 이해가 안 되는 많은 장면들이 많았다고 생각되는데, 암시, 복선이 다 활용될지 깔아 놓고 쓰이지 않는 것도 많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최근 드라마는 암시, 복선을 다 활용하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 스토리텔링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반전을 주기 위해 역암시, 역복선을 설치하는 경우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언터처블’은 뻔하고 지루하다는 반응과 너무 복잡하다는 상반된 반응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제1회는 빠르게 진행된 부분과 느리게 진행된 부분이 혼재돼 있다. 속도는 엄청 빠르지 않은데 무척 촘촘하게 만들어 놓고 그 촘촘함을 생략해 부분부분만 보여줬기 때문이기도 하다.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반면에 스토리가 급전개라고 보는 시청자들도 많다. 이런 상반된 반응이 나오는 것은 제작진이 치밀하지 않았거나 아니면 반대로 의도적으로 무척 치밀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임이다.

결혼식에 무릎 꿇기는 스토리텔링의 변화와 새로운 시작의 소스를 제공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제8회 정도는 가야 나올만한 이야기이다. 첫방은 경수진(윤정혜 역)이 주인공인 영화처럼 보이는데, 이런 강렬한 반전은 마지막회(제16회) 방송의 느낌을 주기도 했다.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박근형의 사망은 과히 충격적이라고 볼 수 있다. 스토리텔링에서 갈등의 정점에 서 있는 인물로 보통 제12회 내지는 제14회까지는 시청자들이 욕하면서도 주목해 봐야 할 것 같은데, 장범호 캐릭터를 강력하게 구축하고 바로 드라마에서 제거하는 문법은 회차 시나리오 파괴라는 신선함을 줬다. 재료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이야기가 될지, 아니면 정말 제대로 잘 사용한 이야기가 될지는 계속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 악역에 잘 어울리는 김성균, 보는 것 자체로 섬뜩한 김성균, 실제로 내면에는 낮은 자존감 때문에 괴로워한다?

어떤 성취나, 성취에 있어서 의미 있는 타자의 평가, 성취에 대해 나의 느낌이나 경험이 쌓여서 자존감이 형성된다고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관점은 자존감을 성취에만 한정해본다는 맹점을 가지고 있다.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실패했을 때조차도 그 경험, 감정이 존중받을 때, 모든 행동을 존중받는다는 경험은 자존감으로 이어진다. 그때 네가 느끼는 감정조차도 당연하다고 존중한다면, 존재 자체에 대한 인정, 존중으로 인해 자존감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성취라는 측면에서만 볼 때 자존감은 내적으로 생기는 것이지만, 넓은 관점에서 볼 때 자존감은 의미 있는 외부의 인정으로부터 온다. 성취했을 경우 당연히 외부의 인정도 받을 것이기 때문에 상충되지 않는다.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김성균은 어릴 적에 아버지가 사람을 죽이는 것을 목격하고 그 자리에서 오줌을 지린다. 충격에 의해 몸이 경직되는 동결 반응을 보인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행동에 명확한 반기를 든 진구(장준서 역)에 비해 존재감이 없었던 것인데, 커서도 아버지에게 인정을 받지 못한다.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여자의 몸에 위력으로 문신을 새기는 것 또한 인정받지 못하는 자신을 억지로 인정받은 것처럼 만들려는 잘못된 징표라고 볼 수 있다. 아버지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한 김성균은 어릴 때 동결 및 회피를 선택했고, 성인이 된 이후에는 외부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자존감을 스스로 인정하기 위해 막무가내적인 행동을 하게 된 것이다. 여자의 몸에 죽음을 뜻하는 문신을 새기는 것은 사이코패스적인 행동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인정받지 못하는 자신의 자존감을 스스로 만들기 위한 발악이라고 볼 수도 있다.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 박근형이 분열한 대상이 김성균과 진구일 수 있다?

‘언터처블’에서 박근형은 강건함과 비열함을 동시에 가진 인물이다. 두 아들 중 진구는 권위 있는 아버지에게도 저항할 수 있는 강건함을 물려받았고, 김성균은 힘을 비열하게 사용하는 잔인함을 물려받았다.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박근형이 김성균과 진구로 분열됐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 과도한 끼워 맞추기라고 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아들은 아버지의 기질을 타고 태어나고, 또한 아버지의 영향력 하에서 자라난다는 것을 고려하면, ‘언터처블’에서의 특수성을 일반화시켜 해석할 수 있다.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진구와 김성균의 갈등은 단지 선악의 갈등이 아닌 필연적인 충돌일 수 있고, 박근형의 죽음은 이런 구도를 명확하게 만들기 위한 단순화 전략 때문일 수도 있다.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제1회 초반에는 박근형과 최종원(구용찬 역)의 지속적인 신경전이 예상되기도 했는데, 정적이 없어진 최종원이 무한 질주를 하게 될지, 진구와의 직접적인 대결을 하게 될지 궁금해진다.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진구는 진지함이 부담스럽지 않은 배우이다. 진지함 속에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전달하는 진구가 정의의 사도로만 비칠지, 드라마가 가진 내적 갈등을 전체적으로 아우르는 역할을 하게 될지 기대가 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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