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금토드라마 ‘언터처블’ 제4회는 진구(장준서 역)와 김성균(장기서 역)이 모두 한 발짝씩 질주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자신의 뜻을 위해서라면 폭력을 행사할 수 있고 분노를 제대로 표출할 수 있다는 공통점을 보여줌으로써, 여린 선과 강한 악의 대결이 아닌 강함과 강함의 대결이 펼쳐질 것이라는 점을 암시했다.
‘언터처블’ 제3회까지는 도덕적 명확함을 전제로 진행됐다면, 제4회는 느와르물처럼 범죄와 폭력을 다루면서 도덕적 모호함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번 회차 방송의 특징일지 앞으로의 전개 방향일지에 따라 지금까지 감정이입하고 있던 관객들의 반응은 달라질 수도 있다.
◇ 정은지! 신정근! 고준희! 누구 편인가? 진구의 편인가, 김성균의 편인가? 아니면 최종원?
‘언터처블’ 제4회는 어떻게 이야기가 진행될까보다 궁금할 수 있는 것이 정은지(서이라 역), 신정근(용학수 역), 고준희(구자경 역)가 누구 편일 것인가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아직 노선을 정확히 드러내지 않은 인물이 어떤 위치에 서느냐에 따라 스토리텔링 또한 바뀔 수 있다.
진구(장준서 역)의 편에 설 것인가, 김성균(장기서 역)의 편에 설 것인가? 고준희의 경우, 진구, 김성균 외 아버지인 최종원(구용찬 역)의 편에 설 수도 있다. 고준희는 전직 대통령 최종원의 딸이자, 현재 김성균의 아내, 과거 진구의 연인으로 그들 사이를 오가는 인물일 수도 있고, 어쩌면 그들을 조절하는 더 큰 세력으로 반전의 상황을 만들 수도 있는 위치에 있다.
정은지는 누구랑 손을 잡을 것인가? 현재까지로 보면 서이라 캐릭터는 누구와도 어울릴 수 있는 스타일이다. 출세지향형 검사로 권력에 줄을 서기 위해 노력하고, 올곧은 성격의 경찰서장 진경(정윤미 역)의 딸이기도 하고, 수영을 하지 못하면서 진구를 구하기 위해 바다에 뛰어드는 따뜻한 마음과 돌출행동 가능성을 같이 가지고 있다.
용 아저씨라고 불리는 용학수 역의 신정근은 누구 편일까? ‘언터처블’에서 신정근은 킹이 될 것 같지는 않지만, 킹메이커의 역할은 충분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헌신적인 킹메이커가 될 수도 있고, 사리사욕으로 가득 찬 킹메이커가 될 수도 있다. 신정근은 상황에 따라 되는 사람을 밀어주는 선택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된다.
‘언터처블’ 제4회에서 핫핑크는 고준희에게 무척 잘 어울렸다. 다른 색깔의 옷도 고준희가 입으면 분위기 있게 보였는데, 드라마 속에서도 누구랑 손을 잡아도 개연성이 확보되는 위치에 있는데, 자신에게 손을 잡게 만드는 반전을 선사할 수도 있다.
◇ 진구 주변에 있는 세 여자! 경수진 vs. 고준희 vs. 정은지
진구는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배우이다. 자신을 속였고 자신에게 접근한 의도를 포함해 아직 정체를 다 파악하지 못한 경수진(윤정혜 역)을 잊지 못하는 사랑꾼이다. 경수진을 향한 진구의 마음을 보면 지고지순한 사랑의 결정체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제4회 방송에서 김성균이 고준희에게 한 말에서 추정하면 고준희는 과거에 진구와 같이 살았었다. 고준희는 과거 행복했던 시간과 그렇지 않은 지금(김성균과 살고 있는 지금)이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대답했는데, 이는 고준희뿐만 아니라 진구 또한 사랑을 위한 무모한 도전을 할 수 있는 인물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어쩌면 이런 점은 단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다고 추정하면 더욱 흥미로워진다.
진구는 정은지 앞에서 자신은 수영을 무척 잘하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헤엄쳐서 중국도 간다고 말한다. 제3회까지는 경수진 앞에서만 사랑꾼인 것으로만 보였던 진구는, 과거 고준희와도 같이 살았었고, 경수진의 후배인 정은지 앞에서 현재 허세를 부리기도 하는 것이다.
검사인 정은지 앞에서 형사 진구가 계속 반말하는 모습도 두 사람이 상하관계로만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암시라고 여길 수 있다. 드라마 속에서 정은지와 진구가 사귄다면 이야기는 산으로 갈 수도 있는데, 시청자들이 “두 사람 좋아하나?”라고 의심할 정도의 관계까지는 충분히 개연성의 범위 내라고 볼 수 있다.
◇ 박근형과 최종원... 과거 이야기가 나올 가능성
경수진은 더 이상 등장하지 않을 것 같았으나 과거 회상 속에서 계속 등장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앞으로의 방송에서 박근형을 다시 보게 될 가능성이 대두된다. ‘언터처블’ 인물소개를 보면 박근형 5번째, 최종원 6번째로 소개되고 있다. 박근형이 최종원보다 더 먼저 소개된 것이다.
두 사람 모두 제1회를 빼고 분량이 거의 없다. 제4회에서 최종원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권력의 힘이 느껴지는 최종원의 모습은 아니었다. 박근형과 최종원의 분량이 펼쳐지는 것은 과거 이야기일 가능성이 있다. 돌아가셨다고 아버지의 과거가 모두 잊히는 것은 아니라며 누군가 책임질 일이 남아 있을 수 있다는 진구의 말도 이런 추정을 뒷받침하는 암시일 수 있다.
과거 이야기가 나온다면 현재 박근형이 없어도 과거 박근형의 행적이 현재와 아직도 연결됐다는 것을 뜻한다. 죽어서도 영향력을 미치는 박근형의 모습은 ‘언터처블’에서의 대립구도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더 차원의 조직적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후광효과라고 볼 수도 있는 면도 있다.
◇ 김성균은 분노조절장애인가? 아니면 자신의 질주를 정당화하기 위해 의도된 설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일까?
‘언터처블’ 제4회에서 김성균이 미친놈처럼 흥분해버렸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분노조절장애라고 볼 수도 있고, 그걸 핑계로 자신의 질주를 정당화하는 의도된 행동일 수도 있다. 때로는 분노조절장애처럼 때로는 의도처럼 활용할 수 있는 캐릭터라는 것을 구축했다는 점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언터처블’에서 김성균의 연기에 대해 소름 끼치도록 잘한다고 말하는 시청자도 있고, 어색해 보기 힘들다는 시청자도 있다. 이런 상반된 반응은 시청자 각자의 성향 때문일 수도 있지만, 상반된 내면을 드라마 속에서 김성균이 동시에 구축해가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