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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드라마] ‘언터처블’(5) 박근형이 진구와 김성균으로 나뉜 것인가?

발행일 : 2017-12-14 21:17:53

조남국 연출, 최진원 극본, JTBC 금토드라마 ‘언터처블’ 제5회는 드라마 속 판타지가 아닌 진짜 진장인들의 회식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장면을 여러 번 담았다. 고급 술집에서의 장면만 나왔을 경우 공감이 줄어들 수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드라마가 어떤 톤으로 시청자들에게 어필하려고 하는 것인지 추측할 수 있다.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본지는 제3회 리뷰 때 김성균(장기서 역)과 진구(장준서 역)가 서로 상대를 비추는 거울 같은 자기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었는데, 제5회 방송에서는 박근형(장범호 역)의 기질을 누가 더 물려받았는지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 나왔다.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했지만, 아버지를 버릴 수 없는 김성균

‘언터처블’ 제5회에서 김성균은 “그 아버지가 이 자리에서 너와 나 둘로 쪼개져서 살아난 거야. 앞으로 같은 꿈을 꾸자.”라고 진구에게 말했다. 김성균은 자신이 되고 싶은 대상이자 목표는 아버지인 박근형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는 것인데, 그런 아버지의 기질을 자신이 온전히 물려받지 못했다는 것 또한 인지하고 있다.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김성균은 아버지를 이상적인 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설령 아버지가 자신을 신임하지 않았다 치더라도 그걸 아버지에 대한 미움과 저항으로 표출하지는 않기로 내면에서 선택한 것이다.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김성균의 입장에서는 자기가 현재 추구하는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아버지를 절대 훼손해서는 안 되고, 자기가 부족한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자기를 지키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을 몸으로 알아채고 있는 것이다.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아버지를 버리면 나를 버리는 거니까.”라면서 “내게서 아버지를 터는 방법은 하나야. 내가 아버지가 되는 거니까.”라고 말하는데,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기가 아버지가 돼 자기를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김성균의 내면이 선택한 것이다.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김성균은 진구에게 “너도 가서 거울을 봐라. 거기 아버지가 있을 거니까.”라고 말하는데, 이는 진구에게도 아버지 같은 면이 있다는 것을 직면시킴과 동시에 자기의 현 모습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태도로 볼 수 있다.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 박근형의 어떤 기질이 진구와 김성균에게 나눠져 갔을까?

박근형은 기질적 내면에 악한 면이 존재하고 실제적 행동 또한 악한 면이 존재한다. 외부적인 모습으로는 꽤 품위가 있고 사회적 레벨에 어울리는 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자기가 저지른 악행에 대해 양심의 가책은 찾아볼 수 없다.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반사회적 인격장애증을 앓고 있는 사람을 가리키는 사이코패스(psychopath)의 가장 큰 특징은 공감 능력 결여와 죄책감 결여이다. 고도의 병리적인 상태까지는 아니더라도 주변에서 이런 성향을 가진 사람을 발견할 수는 있는데, 똑똑하기 때문에 본인이 직접 무자비한 행동을 하지는 않지만 실제적인 마음의 공감 능력은 벽이 닫혀 있고, 죄책감 자체에 대한 인식이 없는 사람은 고지능성 사이코패스라고 할 수 있다.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박근형은 악으로만 뭉쳐진 캐릭터는 아니지만, 일상생활에서 만날 수 있는 고지능성 사이코패스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고지능성 사이코패스의 완성체가 진구와 김성균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아버지의 악행을 보고 겁먹은 채 동결돼 움직이지도 못 했던 김성균은 기질적으로 소심하다고 볼 수 있다. 성인이 된 김성균은 악한 면을 드러내는데, 좀 짠한 느낌의 악인이라고 느껴지는 이유가 타고난 기질부터 악인은 아니기 때문인 것이다.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어린 시절 진구는 아버지의 악행을 보고 정면으로 대항할 정도의 강건함을 가지고 있다. 기질상 아버지와 더 닮아있다. 진구에게는 거칠고 악한 내면이 있는데, 정의감과 이성으로 이를 모두 제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특성은 반전 캐릭터로 등극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 김성균이 보여준 의외의 겸손함

김성균은 악역인데 절대악역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동생인 진구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는데, 표면적으로는 자기가 더 거칠지만 내면은 동생이 더 거칠다는 것을 감각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고, 자기가 추구하는 면이 그런 면이기 때문에 동생 앞에서 겸손해질 수 있는 것이다.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언터처블’ 제5회에서 김성균은 박근형의 유세 영상을 보고 어투 하나하나를 따라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김성균이 보여준 의외의 겸손함은 현재 김성균이 부족한 면이 있지만, 얼마나 더 무섭게 성장할지 궁금하게 만든다.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아버지가 살아있을 때 아버지를 미워하면서도 아버지를 보고 배운 김성균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부터 진구를 자신의 곁으로 부은 것은 생존의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자기가 갖추지 못한 기질을 가지고 있기에 본받고 싶은 레퍼런스가 진구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그에 대해 겸손하기 때문이다.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제1회와 제2회 방송에서 자존감이 적은 것으로 보였던 장기서 캐릭터의 발전 과정이 제5회 방송에서 점점 더 명확해졌다. 내면의 거침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김성균은 노력형이고, 진구는 감각형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스토리텔링과 캐릭터의 발전이 어떻게 맞물려갈지 궁금해진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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