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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드라마] ‘언터처블’(15) 정은지의 심정대화를 사리대화로 받는 진구

발행일 : 2018-01-20 11:32:28

JTBC 금토드라마 ‘언터처블’ 제15회 초반부에 반전은 아버지와 아들들 사이에서 이뤄지기보다는 북천시장 선거에 나선 김성균(장기서 역)과 진경(정윤미 역)의 지지율 반전만 계속 이뤄졌다. 최종 대결이 두 사람 간에 이뤄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대결에 초점이 맞춰졌는데, 대리전인 것인가, 핵심이 아닌 변죽을 울리고 있는 것인가에 대해 잠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대화는 의도와 목적에 따라 정보와 지식을 주고받는 ‘사리대화(事理對話)’와 감정을 주고받는 ‘심정대화(心情對話)’로 나눌 수 있는데, 심정대화를 하려는 정은지(서이라 역)에게 사리대화로 답을 하는 진구(장준서 역)의 모습은, 답답해 보일 수도 있지만 스토리텔링의 입장에서 볼 때는 재치 있는 선택이라고 여겨진다.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 믿지도 않고 지지하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고 나서 믿었다고 다른 이야기를 하는 아버지

‘언터처블’ 제15회는 믿지 않았으면서 지나고 나니까 믿었었다고 말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어른들이 흔히 하는 거짓말을 보여준다. 내가 사랑하니까 때리는 것이라는 말을 하는 선생님, 부모님, 군대 선임들, 사귀는 사람의 이야기는 자세히 살펴보면 거의 거짓인 경우가 허다하다.

상황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하는 박근형(장범호 역)의 말에 김성균의 진짜 억울함을 느낀다.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 돼 자기조차 짓밟고 오르라는 박근형의 이야기에 대한 반응은, 다소 어색한 듯한 어투를 드라마 초반부터 일관적으로 사용한 김성균의 내면 연기를 통해 명백하게 표현된다.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아버지에게 덤비지 마라. 아버지는 괴물이다. 니가 생각한 것 이상의 괴물.” 김성균의 말에, 나도 괴물이 되겠다는 말로 진구가 화답한 것은 이 드라마의 패턴과 뉘앙스를 대표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땅을 소유한 사람이 주인이 되는 게 아니라 그 땅에 서 있는 사람들을 내 편으로 만들어야 진짜 주인이 되는 것이라고 말하는 최종원(구용찬 역)의 말 또한 제작진이 궁극적으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 중의 하나일 것이다.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 각각의 아버지가 내려놓지 않았다는 것을 명확하게 깨달은 김성균과 고준희

‘언터처블’은 후반부로 갈수록 세대 간의 갈등을 첨예하게 보여준다. “그냥은 주지 않겠다. 내가 했던 식으로 내 것을 빼앗으면 그때 인정하겠다.”라는 섬뜩한 메시지는 부모자식 간의 관계에서도 기득권이 내려놓지 않는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박근형과 최종원에 대항하고 그들에게 벗어나기 위해 점점 괴물이 되는 진구, 김성균, 고준희(구자경 역)는 카타르시스를 통한 통쾌함,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마음에 대한 위로와 공감, 그리고 씁쓸한 여운을 동시에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 김성균, 경수진이 진짜 원했던 것

‘언터처블’ 제15회에는 김성균이 밑바닥에 숨어 있던 진짜 욕망을 드러냈다. 고준희가 자기의 숨겨진 욕망을 찾게 해줬다는 김성균은 아버지가 될 생각이 없다는 것을 명확하게 했는데, 그동안 아버지가 되려고 했던 것에서 벗어나 진짜 자기가 원하는 것을 찾으려 한다는 점이 의미 있다.

고준희는 자기가 최종원보다 가진 게 없어서 박근형이 무섭지 않다고 말한다. 경수진이 진짜 원했던 것은 “아버지에 대한 복수가 아니라 권력이라는 힘 앞에 소멸돼 버린 정의”라는 것은 정은지의 말을 통해 전달된다.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 정은지의 심정대화를 사리대화로 받는 진구

같이 쇼핑을 하던 여자친구가 “이 옷 예쁘지 않아?”라고 물어봤을 때 “스타일이 예쁘네.” 또는 “별로 예쁘지 않아.”라고 남자친구가 답하는 것은 사리대화이고, “이 옷 마음에 들면 사줄까?” 혹은 “너와는 어울리지 않으니 사지 말자.”라고 말하는 것은 심정대화이다. 사리대화는 대화 액면에 대한 초점을 맞추는 것이고, 심정대화는 그 안에 담긴 의미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자신이 매력적이고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것을 어필하는 정은지에 대해, 진구는 제3자의 객관적인 시야로 팩트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런 진구에게 정은지는 나무토막이라고 표현한다.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언터처블’ 제15회에서 진구와 정은지는 상대에게 고맙다는 말을 번갈아 했는데, 같은 말에 담긴 의미에는 매우 큰 차이가 있다. 진구가 정은지에게 고맙다고 말하는 것은 도와줘서 정말 고맙다는 것을 뜻하고, 그에 대한 답으로 정은지가 고맙다고 하는 말은 당신이 마음에 있다고 그러니 나를 바라봐 달라고 하는 말이다. 같은 말을 하면서 큰 온도 차이를 가진 다른 뉘앙스와 이미지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정은지가 오해하지 말고 들어달라고 하면서 어렵게 한 어렵게 한 고백에 대해 거절도 아니라 사리대화로 답하는 진구의 대화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진구의 태도에 정은지는 답답했을 것인데, 실제 심정대화를 할 때 상대방이 사리대화로 받는 것을 경험한 많은 시청자들은 정은지보다 더 답답해하며 봤을 수도 있다.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드라마 속에서 정은지의 마음을 표현하면서도, 진구가 노골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거절할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한 것인데, 당하는 입장에서는 답답한 일이지만 스토리텔링으로 볼 때는 재치 있는 선택으로 생각된다.

‘언터처블’은 심정대화보다는 사리대화 위주로 이야기가 전개됐는데, 숨겨진 이야기가 심정대화를 위주로 펼쳐졌으면 더 어려워졌을 수도 있다. ‘언터처블’이 지금까지 보여준 사리대화의 이야기 속에 어떤 심정대화의 메시지를 담을지 마지막회(제16회)가 기대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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