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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그 여름에 봄’(감독 황다슬) 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58)

발행일 : 2018-02-06 21:24:06

황다슬 감독의 ‘그 여름에 봄(Spring in Summer)’은 2018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소희(박수연 분)에게 어느 날, 봄이 찾아온다. 무더운 여름, 소희는 엄마(정서인 분)의 재혼 소식으로 우울하다.

영화는 제목처럼 여름의 이미지와 봄의 이미지를 오버랩해 이끌고 있는데, 데이비드(스티브(노상현) 분)와 엄마 각각에 대한 소희의 정서가 오버랩 되는 지점이 한국식 발음의 영어일 수도 있다는 것은 흥미롭다.

‘그 여름에 봄’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그 여름에 봄’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소희의 한국식 발음의 영어 구사는, 엄마의 재혼에 대한 한국적 정서와 연결해 생각할 수 있다

‘그 여름에 봄’은 제목처럼 여름의 이미지와 봄의 이미지를 순차적으로 이어가면서 어느 순간 두 이미지를 연결한다. 하나는 소희를 설레게 만들고 다른 하나는 소희를 우울하게 만든다.

소희의 영어 발음에 대해 더 듣기 좋게 표현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관객도 있을 것인데, 소희가 한국식 발음의 영어를 하게 설정한 점은 좋은 선택으로 여겨진다. 데이비드가 미국식 영어를 사용하고, 대화의 대부분이 영어로 이뤄지는데 만약 소희의 영어 발음 또한 원어민 같았다면 관객의 공감에서 다소 멀어졌을 수도 있고, 소희가 가지고 있는 한국적 정서가 희석됐을 수도 있다.

영어는 원어민처럼 유창하게 하면서 엄마의 재혼에 대해서는 왜 이렇게 철저하게 한국식(!)으로 대응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관객이 생겼을 수도 있고, 겉으로 의문을 제기하지 않더라도 속으로 불편해하는 관객 또한 생겼을 수도 있다.

◇ 각각의 엄마가 내린 결정에 대한, 두 사람의 상반된 반응

데이비드는 엄마가 스스로 한 결정에 대해 간섭할 권리가 없다고 말하는데, 반면에 소희는 엄마의 결정 자체를 받아들이는 게 싫고 짜증이 난다. 데이비드의 마음은 미국식이고 소희의 마음은 한국식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한국 사회도 이제는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데이비드의 마음과 태도, 소희의 마음과 태도는 이제 문화의 범주가 아닌 개인의 범주에서 결정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데이비스와 소희의 대화를 통해 관객은 서로 다른 견해를 모두 생각해볼 수 있는데, 나와 다르다고 해서 무조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는 것을 영화는 알려주고 있다.

‘그 여름에 봄’ 황다슬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그 여름에 봄’ 황다슬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틀리다, 다르다, 다양하다

‘그 여름에 봄’을 보면 ‘틀리다’와 ‘다르다’, ‘다양하다’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나는 맞고 상대방은 틀렸다고 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생각을 하는 많은 사람들은, 상대가 틀린 게 아니라 나와 다르다는 개념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런데, 다르다는 개념은 틀리다는 개념보다는 발전된 것이 확실하긴 하지만, 서로 편을 나누고 구분 짓는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다르다는 개념보다 다양하다는 개념은 배타성과 이질감을 줄이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게 만드는데 도움을 준다.

다르다는 것이 개인주의적 관점에서 볼 수 있는 개념이라면, 다양하다는 것은 함께 사는 가치의 관점에서 볼 수 있는 개념이다. 데이비드와 소희의 생각이 다르다고 보는 것과 데이비드와 소희가 다양한 생각을 한다고 보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다.

문화의 다름이 아닌 문화의 다양성인 것처럼, 개인의 다름이 아닌 개인의 다양성이라고 보면 ‘그 여름에 봄’에서 소희와 데이비드, 그리고 각각의 엄마를 이해하는데 마음이 훨씬 편해질 수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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