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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여형사’(감독 강동희) 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49)

발행일 : 2018-02-05 19:50:00

강동희 감독의 ‘여형사’는 2018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용의자를 제압하다 코피가 터진 여형사(민효경 분)는 대신 해결한 남형사(이범찬 분)에게 핀잔을 듣는다. 남형사는 실수로 구금한 여자(박민정 분)를 풀어주고자 하지만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상황을 이해한 여형사가 해결한다.

감독은 압축의 끝판왕에 도전하는 듯, 더 길게 설명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정말 축약해서 영화를 만들었다. 이게 단편영화의 묘미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데, 핵심을 전달하는 능력이 돋보인다.

‘여형사’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여형사’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짧은 시간에 이뤄진 대비, 감탄할 시간도 주지 않고 촘촘하게 진행된다

‘여형사’에서 여형사가 해결하지 못한 것을 남형사가 해결하고, 남형사가 해결하지 못한 것을 여형사가 해결한다. 짧은 시간에 이뤄진 대비는 심리적인 주도권의 반전을 가져오고, 앞으로 펼쳐질 일에 대한 강한 암시로 작용한다.

역할의 반전과 이야기의 반전을 꾀하면서 꽉 짜인 구도를 사용했는데, 다 알고 났을 때는 꽉 짜인 구조이지만 그전에는 여유롭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해 답답하지 않다는 점도 주목된다.

처음에는 여자와 남자의 신체적 능력 차이를 부각한 것처럼 생각할 수 있는데, 각각의 특수성이 있다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간다는 점 또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처음의 상황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전체적으로 다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점은 놀랍게 생각된다.

◇ 압축의 끝판왕에 도전하는 듯, 더 길게 설명할 수 있는 이야기를 명료하게 축약하다

‘여형사’는 단편영화 중에서도 무척 짧은 영화이다. 보통 이야기의 전사가 펼쳐지며 암시와 복선이 배치되기에도 아직 부족한 시간에, ‘여형사’는 본편의 이야기를 모두 끝낸다.

좀 더 길게 설명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감독은 마치 압축의 끝판왕에 도전하는 것처럼 명료하게 축약해 집약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다른 장편영화, 단편영화를 장편소설, 단편소설에 비유한다면, ‘여형사’는 시이다.

중요한 점은 함축적이고 상징적인 이미지를 담고 있지만, 이해하기 어렵거나 난해하지 않다는 점이다. 명쾌한 상영시간처럼 메시지 또한 명쾌하다.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독보적인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여형사’ 강동희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여형사’ 강동희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여형사의 센스를 가진 남자가 있다면?

‘여형사’를 보면서 여형사의 센스를 가진 남자가 있다면 어떨까 생각하게 된다. 실제로 그런 미담이 공유되기도 하는데, 그런 사람은 이성을 잘 이해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줄 알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더 타당하다.

즉, 나와 다른 성별을 가진 사람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물론 중요한데, 그 이전에 말하기 힘든 어려움에 처해 있는 사람을 기본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성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여형사’에서 여형사가 한 행동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 배려심 높은 선생님이 비슷한 상황에서 할 수도 있는 행동이다. ‘여형사’를 남녀의 특수성이라는 측면에서 보기보다는,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존중과 예의라는 측면에서 보면 더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고 삶에 적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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