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 감독의 ‘바다 저 편에(Beyond the sea)’는 2018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경민(장해금 분)은 바다를 보고 싶어 하는 할머니(유창숙 분)를 위해 사진관에서 카메라를 훔쳐 동생인 지아(임은서 분), 석(김나로 분)과 처음으로 바다에 간다.
잔잔하게 전개되는 감성의 흐름 속에 겨울 바다의 정서, 아이면서도 어른인 경민의 정서, 어른이면서 아이인 낚시꾼 아저씨(원풍연 분)의 정서가 서서히 교감을 이룬다는 점이 주목되는 작품이다.
◇ 바다를 보고 싶어 하는 이유, 겨울바다가 주는 감성
‘바다 저 편에’에서 경민은 할머니를 위해 바다 사진을 찍으러 가는데, 동생인 석은 물고기 잡으러 바다로 간다고 한다. 아이들끼리만 바다를 향해 가는 로드무비는 호기심과 걱정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겨울바다가 주는 한적함은 백사장이 모두 내 것인 것 같은 독점적 느낌을 준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경민은 바다 자체를 찍기도 하지만 백사장과 하늘, 버려진 페트병 등 바다 주변에도 관심을 가진다.
영화의 등장인물도 이와 비슷한 뉘앙스를 가지는데, 여고생(김미나 분)과 남고생(이우현 분) 등 주변의 인물들은 중요한 역할을 해 언제든 갈등을 만들 수 있고 주인공의 정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 아이면서도 어른인 장해금, 어른이면서도 아이인 원풍연
‘바다 저 편에’에서 장해금이 어른스러운 아이인 경민을 표현하고 있다면, 동심을 간직한 어른인 낚시꾼 아저씨는 원풍연이 소화하고 있다. 원풍연은 등장 초기에 무서운 아저씨로 돌변할 수도 있고 착한 아저씨가 될 수도 있다는, 어떤 한 쪽으로 가더라도 모두 가능한 표정으로 연기를 한다.
아이들이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는 것에 관객들이 걱정하게 만들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를 통해 위협의 대상이 아닐 수 있다는 공감을 형성하기도 한다. 원풍연은 낚시꾼 아저씨가 아이들과 어울리는 게 익숙하지 않은 캐릭터로 표현해, 경민은 물론 관객까지도 안심하게 하는 마음과 설마 하는 두려움을 가지게 해 작은 긴장감을 유지한다.
투 숏으로 보이는 장해금과 원풍연은 어떻게 보면 대등한 면이 있는 것으로도 생각되는데, 원풍연이 전달하는 메시지가 권위보다는 동심에 가깝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한 분위기적 암시를 형성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사진으로 기억된다는 것은 선명하게 기억된다는 것을 뜻하면서, 순간의 단면으로 기억된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사진으로 기억된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사진으로 기억된다는 것은 선명하게 기억된다는 것을 뜻하면서도, 순간의 단면으로 기억된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의식의 흐름 자체보다는 어떤 특정한 순간의 형상과 느낌을 간직하게 되는 것이다.
사진은 기억을 다시 소환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사진을 찍는 순간 온전히 그 장면을 느끼는 것을 감쇄시키기도 하는데, 찍은 사진이 있다는 것을 잊어버리거나 사진을 지울 경우 그냥 머릿속에 느낌으로 기억할 때보다 더 빨리 잊힐 수도 있다.
‘바다 저 편에’는 감각적인 장면의 몰아침보다는 잔잔한 흐름으로 진행되는 시간이 더 많은데, 사진은 그 흐름에서 포인트를 느끼고 생각하게 만든다. 사진관 주인(박종환 분)의 캐릭터는 관객의 성향에 따라서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데, 사진이 주는 느낌과 사진관 주인의 느낌을 교차해 바라볼 수도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