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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아홉수’(감독 허승화) 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48)

발행일 : 2018-02-05 18:13:57

허승화 감독의 ‘아홉수(the crisis of twenty-nine)’는 2018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스물아홉 유진(이유진 분)은 배우를 꿈꾸지만 카페 알바를 하며 근근이 살고 있는데, 절친한 친구 한나(이혜수 분)가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함께 유럽여행을 갈 것을 제안해 유진은 곤란하다.

유진은 자기의 답답하고 힘든 마음을 아홉수에 투사(投射, Projection)하고 있는데, 투사의 대상이 사람이 아니라는 점과 아홉수가 핑계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그 핑계는 마음에 위안을 주는 버팀목이 될 수 있다는 점 또한 의미 있게 여겨진다.

‘아홉수’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아홉수’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선택할 수 없는 유진에게는 모두 감정의 사치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한나는 유럽여행을 가자고 하며 여행경비를 빌려주겠다는 말까지 한다. 결정하지 못하고 주저하는 유진을 보고 용기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뜻이 있으면 왜 도전하지 못하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는데, 유진에게는 모두 감정의 사치처럼 들릴 수도 있다

유럽여행을 떠날 수 있을 정도의 경제적 여유, 마음의 여유를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은 유진에게 유럽여행을 가자고 하는 것에 대해 유진은 일종의 폭력처럼 느낄 수도 있다. 억지로 유럽여행을 갔다고 하더라도 여행 내내 불편한 마음을 가지게 될 것이고, 여행을 못 간다는 것에 불필요하게 자존감만 낮아질 수 있다.

◇ 아홉수에 나의 힘든 마음을 투사한다! 아홉수는 핑계일 수도 있지만, 마음의 버팀목일 수도 있다!

‘아홉수’에서 유진은 아홉수에 본인의 힘든 마음을 투사한다. 투사는 내면에서 스스로 견디기 힘든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돌려서 내 감정이 아니라는 부정을 통한 방어기제로 작용하는 것을 뜻한다. 나를 불쾌하게 만들어 견디기 힘들게 하는 죄의식, 열등감, 공격성 등 주로 부정적인 것들이 투사되는 경우가 많다.

‘아홉수’에서 유진이 핑계를 대고 투사한 대상은 사람이 아닌 아홉수라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홉수는 핑계일 수도 있지만, 내 핑계를 아홉수에 댄다는 것은 오히려 마음의 버팀목으로 작용할 수가 있다.

투사의 대상이 사람이 아닌 아홉수이기 때문인데, 아홉수는 계속되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없어지기 때문에, 내가 투사한 불편한 마음 또한 부메랑처럼 돌아오지 않고 같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홉수’ 허승화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아홉수’ 허승화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큰 목표와 이상이 있어도, 현실의 어려움 때문에 자존감은 급속도로 낮아질 수 있다

큰 목표와 이상이 있어도, 먹고사는 기본적인 문제에 직면한 현실의 어려움은 자존감을 급속도로 낮게 만들 수 있다. 유진이 배우 지망생이라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는데, 확신과 좌절을 하루에도 수십 차례 겪을 수 있고, 자존감 또한 자신감과 자괴감 사이에서 널뛰기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희망보다는 포기를 말하는 게 오히려 자연스러울 수 있는 세대에게 자존감은 배우 지망생이 아닐지라도 큰 화두이다. 자존감 부족은 학벌이 좋고, 직장이 있는 사람에게도 흔하다는 점을 보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대의 아픔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서른이 되면 모든 게 끝날 것 같지만 실제 서른이 되면 포기할 것을 포기하면서 오히려 할 수 있는 게 늘어난다고 말하는 30대 이상의 사람들은 많다. ‘아홉수’를 보면서 아홉수의 청춘들, 아홉수를 앞둔 많은 청춘들이 마음의 위안을 가지기를 바란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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