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M9

문화예술
HOME > 문화예술 > ET-ENT영화

[ET-ENT 영화] ‘빛나는 물체 따라가기’(감독 문병진) 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47)

발행일 : 2018-02-05 17:03:25

문병진 감독의 ‘빛나는 물체 따라가기(following the shiny object)’는 2018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오늘이 생의 마지막 날일지도 모른다면, 유라(최정운 분)는 좋아하던 남자아이에게 방과 후에 고백해버리려고 한다. 오늘은 유라의 열여섯 생일이다. 하지만 유라는 조금도 기쁘지 않다. 왜냐하면 무당이었던 할머니가 “유라는 열여섯 생일에 죽게 될 것”이라는 유언을 남기고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영화는 오늘이 생이 마지막이라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언어가 가진 힘이 믿음의 힘과 만났을 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강하게 확산돼 삶을 지배할 수 있다는 것 또한 보여주고 있다.

‘빛나는 물체 따라가기’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빛나는 물체 따라가기’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오늘이 생의 마지막이라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오늘이 생의 마지막이라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대답을 보면 그 사람의 현재 마음과 상황, 태도를 집약해서 알 수 있다. 어차피 끝날 삶이기에 하고 싶은 거 다 하며 망가지겠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아름답게 마무리하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빛나는 물체 따라가기’에서 유라의 목표는 사귀는 것도 아니고 고백하는 것이다. 사귈 수 있다는 자신감은 부족하지만, 마음의 미련을 남기지는 않겠다는 것인데, 생의 마지막에 너무 소심한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유라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한 마음의 선택을 한 것이다.

고백조차 하지 못하고 땀을 뻘뻘 흘리며 몰래 숨어서 규태(정태성 분)와 소담(김가은 분)을 바라보는 유라의 모습은 관객 누구나에게 있을 혼자 짝사랑했던 기억을 소환하게 만들 수도 있다.

◇ 언어의 힘, 그 말을 믿었을 때 증폭되는 강도

‘빛나는 물체 따라가기’는 언어가 가진 힘에 대해 주목한다. 할머니가 남긴 유언을 믿었을 때 말이 주는 강도는 증폭되는데, 언어의 힘과 믿음의 힘이 상승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긍정적으로 상승하든 부정적으로 상승하든 강화된다는 것을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

사람들은 현재에 대해 확신이 없으며 미래에 대해서는 더욱 불안하기 때문에,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예언과 같은 이야기를 믿으며 그 이야기에 구속돼 살기도 한다. 물론 그런 예언이 100% 틀린 것으로 판명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외부에서 온 언어의 힘을 내부에서 만든 언어의 힘으로 극복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빛나는 물체 따라가기’ 문병진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빛나는 물체 따라가기’ 문병진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마법사의 정체는 무엇일까? 무엇이 진짜 마법으로 작용한 것일까?

‘빛나는 물체 따라가기’에서 마법사(김종현 분)는 호기심의 존재이다. 간단하고 쉽게 생각하면 실제 영향력은 없는 존재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가치를 숨기고 있는 실제 마법사일 수 있다는 상상도 할 수 있다.

관객은 성향에 따라서 마법사의 중요성을 높게 생각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영화 속 마법사 또한 보는 사람의 믿음에 따라서 마법을 발휘할 수 있는 존재로 해석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생의 마지막에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졌던 영화는 무엇이 진짜 마법인지에 대해 또다시 질문을 던진다. 언어가 가진 힘, 믿음이 가진 힘, 이 모든 것을 포함하고 표현하고 있는 영화가 가진 힘이 진짜 마법이 아닐까?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최신포토뉴스

위방향 화살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