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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나는 파리에 가고 싶어요’(감독 유혜빈) 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51)

발행일 : 2018-02-06 10:01:28

유혜빈 감독의 ‘나는 파리에 가고 싶어요(Je voudrais aller à Paris)’는 2018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사진에 관심이 많은 연이(최성은 분)에게 어느 날 집주인 아줌마(김근영 분)가 찾아온다. 전세금 때문에 돈이 필요한 연이는 동거 중인 남자친구 동우(이승혁 분)에게 돈을 보태줄 것을 부탁하지만 그는 돈이 없다.

현석 역의 류기산은 입술과 입 주변은 웃고 있으면서, 눈동자는 순진해 보이지만 무언가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표현한다. 이런 표정의 아이솔레이션(isolation)은, 류기산의 표정에 대해 관객이 상반된 반응을 보이도록 만들기도 하고, 캐릭터의 반전을 용이하게 만드는 암시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나는 파리에 가고 싶어요’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나는 파리에 가고 싶어요’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카메라에 담긴 연이의 사적인 사진, 연이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야기

영화는 연이의 시점으로 연이의 내레이션을 통해 진행된다. 영화가 진행되는 것도 연이의 시야이고, 프랑스어학원 강사 현석(류기산 분)에게 판 카메라에 담겨 있는 것도 연이의 사적인 사진이다.

영화는 연이의 일기처럼 진행된다. 일기에 내면의 이야기도 적지만, 그날 있었던 일과 다른 사람의 반응도 적을 수 있는 것처럼, 영화는 연이의 시야와 제3자의 시야를 번갈아가며 사용한다.

‘나는 파리에 가고 싶어요’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나는 파리에 가고 싶어요’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누구의 잘못인가? 화두는 던지되 단정적으로 결론을 내리지는 않는다

‘누가 잘못인가?’는 ‘나는 파리에 가고 싶어요’의 큰 화두 중 하나이다. 애초에 사적인 사진을 찍은 사람이 잘못인지, 사진기를 팔 때 확인하지 않은 사람이 잘못인지, 사진을 돌려주지 않은 사람이 잘못인지에 대해 주인공들 간의 갈등을 만들지만 확실한 결론을 단정적으로 만들지는 않는다.

연이의 공허함이 연이 자신의 탓인지, 아니면 연이의 마음을 채워주지 못하는 동우의 잘못인지, 버티고 있던 연희의 공허함이 발현되도록 격발한 현석의 잘못인지에 대해서도 영화는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파리에 가고 싶은 이유가 꿈을 위해서인지, 탈출구를 찾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현실도피인지도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연이가 파리에 가려고 하는 이유가 잘못인지 여부부터, 잘못이라면 누구의 잘못인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게 영화가 설정돼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나는 파리에 가고 싶어요’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나는 파리에 가고 싶어요’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류기산의 연기력, 표정의 아이솔레이션을 통해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하다

‘나는 파리에 가고 싶어요’를 보면 류기산의 목소리에 호소력과 신뢰감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장 단위로 끊어서 말하는데 목소리에 울림이 있어서 딱딱 끊긴다기보다는 여운을 주는 느낌을 준다. 류기산의 목소리에 울림이 없다면 문장이 이어지지 않고 단절되는 것 같이 느껴졌을 수도 있다

무용에서 아이솔레이션은 팔, 다리, 몸통, 머리 등 신체를 각각 나눠서 다른 동작을 보여주는 것인데, 아이솔레이션을 잘할수록 고급 안무를 소화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연기를 할 때 표정의 아이솔레이션이 있는데, 입은 웃고 있으면서 눈은 슬퍼한다든지, 귀는 민망함을 표현하며 빨갛게 됐는데 눈빛은 표독함을 보이는 등 얼굴의 기관을 분리해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뜻한다.

‘나는 파리에 가고 싶어요’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나는 파리에 가고 싶어요’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나는 파리에 가고 싶어요’에서 류기산은 입술과 입 주변은 웃고 있는데, 눈동자는 순진해 보이면서도 무언가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표현한다. 표정의 아이솔레이션을 통해 과도한 표정연기를 하지 않으면서도 감정을 표현하는데 효율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최성은을 다시 만나서 이야기할 때의 류기산에 대해 밝게 웃고 있다고 생각하는 관객도 있고, 아닌 척하면서 음흉하다고 말하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 얼굴 전체가 같은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다른 감정을 분리해 표현하는 류기산 표정의 아이솔레이션 때문에 반응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최성은 앞에서 신사적인 모습을 하면서도 목적의식적인 제안을 쉽게 던지는 행동이 모두 자연스러운 이유는 표정의 아이솔레이션이 류기산에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성은의 감정을 분명히 이용하는 측면이 있지만, 단순히 악의적인 면만 있는 게 아니라 진심도 담겨있다는 것 또한 류기산은 표현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나는 파리에 가고 싶어요’ 유혜빈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나는 파리에 가고 싶어요’ 유혜빈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실제로 류기산이 눈앞에서 이런 표정 연기를 하고 있다면 실제 속마음은 어떨지 호기심이 생길 것이다. 부드러우면서도 카리스마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이성에게 어필하는 연기를 할 때도 밀접하게 딱 달라붙어 어필하기보다는 약간의 거리를 두고 상대방이 끌려오게 만드는 스타일로 더 잘 표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류기산이 다양한 표정의 아이솔레이션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지는 확인이 필요한데, 최소한 ‘나는 파리에 가고 싶어요’에서는 훌륭하게 소화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현석 캐릭터가 단순하게 나쁜 사람으로만 묘사됐으면, 그에 반응한 연이 캐릭터의 매력도 현저하게 저하됐을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류기산의 표현법에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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