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억 감독의 ‘박억전(PARK ARK STORY)’은 2018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박억은 잘 나가고 싶지만, 돈이 없고, 그렇기에 학교 경찰서 세트장에서 영화를 찍는다.
‘2017년 상반기 영화진흥위원회 독립영화제작지원 면제작’, ‘2017 서울영상위원회 서울배경제작지원으로 지원했던 작품’이라는 영화 속 자막은 감독의 셀프 비하와 당당함을 동시에 표현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 한글로 읽는 자막, 영화 메이킹필름의 코멘터리 역할을 하다
‘박억전’은 시작하면서 영화에 자막이 표시된다. 마치 예능 프로그램에서 미리 찍은 영상을 스튜디오에 있는 패널이 설명해주는 것처럼 자막이 만들어지는데, 자막을 읽는 스토리텔링의 재미도 있다.
배우에 대한 설명뿐만 아니라 제작진에 대한 설명까지도 나와 있는데, 영화 메이킹필름의 코멘터리(commentary)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의 장면이나 행위를 해설 또는 부연해주면서 영화를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도 함께 하고 있는데, 배우뿐만 아니라 스태프들의 얼굴과 이름이 영화에 직접 출연한다는 것이 특징적이다.
◇ 감독이 직접 출연하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
‘박억전’에서 박억이 제시하는 음모론은, 음모론이 없는데 음모론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음모론이 아닐까 하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맥락에 맞지 않는 것 같은 이야기가 교차돼 신선함을 주고 있는데, 감독이 셀프 비하를 재미있게 표현한다는 점도 흥미롭다.
감독이 직접 출연하는 이 영화는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떠올리게 만드는데, 관객은 성향에 따라서 살아있는 영상이라고 느낄 수도 있고 다듬어지지 않은 영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 제한된 조건 하에서 영화를 만들 수밖에 없는 현실
‘박억전’은 제한된 조건하에서 영화를 만들 수밖에 없는 현실을 관객에게 여러 차례 전달한다. 아내 역의 독일인 윤안나와 호흡을 맞춘 유생 박억 역의 정수교는 이런 상황들을 진지하게 소화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영화 속에서 개인기를 보여주기도 하는 정수교는 제한된 조건 하에서도 연기력이 뒷받침되면 개연성 있는 장면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수교는 영화 속에서 직접 판소리를 들려주는 정이주와도 호흡을 맞추는데, 마치 전통예술공연의 사회자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비데도 결국 마무리는 휴지다’라는 ‘박억전’의 메시지는 내부에 있는 의미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만드는데, 너무 자주 반복돼 희화화되는 경향도 있다. 이 또한 감독의 취지일 수도 있는데, ‘영화도 결국 마무리는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