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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내 안에’(감독 황다슬) 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59)

발행일 : 2018-02-06 22:22:38

황다슬 감독의 ‘내 안에(Inner Mind)’는 2018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모든 것이 완벽한 대학생활. 은정(이주연 분)은 갑작스럽게 자신을 찾아온 가족이 반갑지 않다.

서울에 갓 올라온 대학생이 겪는 에피소드를 잔잔하게 그려낸 이번 작품은 무척 현실적인 면을 담고 있는데, 지나치지는 않을 정도로 불편함을 조절해 거부감이 생기지는 않도록 수위를 조절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내 안에’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내 안에’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나 혼자 있을 때 완벽한 것 같았는데, 가족이 나타나니 내가 감당해야 할 것이 많아졌다

‘내 안에’에서 은정은 주도적인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 학생이다. 혼자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지만 혼자 있을 때는 완벽한 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족인 엄마(김금순 분)와 동생(신준석 분)이 나타나니 감당해야 할 것이 늘어난다.

혼자 있을 때 외롭고 쓸쓸한데 가족이 찾아오니 마음에 위안도 되고 평온도 찾는다는 것도 맞는 말이고, 반대로 혼자 있을 때는 그 사회의 일원으로 잘 적응해 가고 있는데 가족이 찾아오는 순간 나 또한 가족처럼 이방인의 느낌을 소급해서 갖게 되는 서로 상반된 두 가지 경험 중 최소한 하나 이상의 경험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겪었을 것이다.

영화에서 은정은 가족의 모습에 다소 창피함을 느끼는데, 실제로 가족이 창피할 수도 있지만 내가 스스로 자신감이 부족하기 때문에 가족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공유하지 못하고 창피하게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은정은 엄마 때문에 썸남(강재현 분)과 끝났다고 말하는데,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면 오히려 더 좋은 관계로 더 빨리 발전했을 수도 있다. 나 자신이 나와 내 가족을 창피하게 생각하면 다른 사람들은 더 그런다는 것을 ‘내 안에’의 은정은 잘 알지 못한다.

◇ 같이 있어도 혼자 있는 것 같은 느낌, 같이 있지만 혼자 있고 싶은 느낌

‘내 안에’의 은정처럼 원래 살던 지역이 아닌 곳에서 학교를 다니는 사람은 같이 있어도 혼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고, 반대로 같이 있지만 혼자 있고 싶은 느낌이 들 때도 있을 것이다.

내가 다니는 학교와 지역, 그리고 문화에 모두 들어있다는 소속감을 느끼다가 이방인의 감정이 더 커지기도 하고 때로는 살던 동네가 그리워지면 익숙해진 것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안에’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이유는, 특정한 상황을 설정했다기보다 늘 존재하고 있기는 하지만 차마 말로 표현하기는 주저하게 되는 내용을 영화에 담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내 안에’ 황다슬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내 안에’ 황다슬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김금순과 신준석의 능청스러운 연기

‘내 안에’에서 김금순과 신준석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깨알 같은 재미를 준다. 신준석은 연기파 배우 김금순과 연기 톤을 맞춰 어딘가 뻔뻔하면서도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관객이 편하게 웃을 수 있도록 만든다.

민폐 캐릭터의 자연스러움 추구는 ‘내 안에’와 같은 종류의 영화에서 관객의 호응을 얼마나 이끌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금순 혼자가 아닌 신준석과 듀엣으로 엄마와 아들의 연기를 펼쳤기 때문에 시너지를 일으킨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만약 이주연의 회식 장소까지 김금순과 신준석이 따라갔으면 어땠을까? 지속적인 민폐 캐릭터로 확고하게 등극했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다른 사람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을 수도 있다. 실제로 이런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그럴 수 있다고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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