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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새벽은 가끔씩 푸르다’(감독 손민호) 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62)

발행일 : 2018-02-07 14:12:42

손민호 감독의 ‘새벽은 가끔씩 푸르다(Sometimes Blue)’는 2018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하경(윤현경 분)은 우연히 승현(서승현 분)을 다시 만난다.

같은 상황에도 카메라 시선과 음향에 따라 서로 상반된 정서를 만든다는 것을 영화 초반에 알게 해, 암시와 복선 없이도 승현을 우연히 만난다는 게 어색하지 않도록 만들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카메라 시선과 음향이 만든 뉘앙스가 암시의 역할을 했다고 볼 수도 있다.

‘새벽은 가끔씩 푸르다’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새벽은 가끔씩 푸르다’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캐리어 바퀴에 시선과 소리를 집중했을 때와 캐리어를 끄는 하경의 모습을 멀리서 바라볼 때의 다른 느낌

‘새벽은 가끔씩 푸르다’는 영화 시작을 할 때, 캐리어 바퀴를 근접해서 바라보며 바퀴 소리에 집중해 급박하고 초조한 느낌, 무언가 일어날 것 같은 전율을 전달한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캐리어를 끌며 승현이 걸어오는 모습을 배경과 함께 바라보는 카메라는 다소 관조적이며 안정적인 느낌을 만든다.

어떤 시야와 마음으로 사물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색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새벽은 가끔씩 푸르다’에서는 영화 초반부터 보여주는데, 촬영과 편집의 콘셉트와 디테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느끼게 한다.

카메라는 하경을 가까이에서도 멀리서도 바라보며, 하경을 가장 앞에 두고 바라보기도 하고 지나가는 차와 사람 뒤에서 살짝씩 드러나도록 바라보기도 하는데, 이런 상황과 정서 속에서 승현을 우연히 만나는 것은 크게 어색하게 생각되지 않는다는 점이 주목된다.

◇ 존댓말을 쓰는 하경, 존댓말과 반말을 섞어 사용하는 승현

존댓말을 사용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존대한다는 뜻인데, 좀 더 들어가면 아직 친하지 않거나 거리감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반말은 손아랫사람에게 사용하는 말인데, 서로 친하거나 경계가 없다고 생각될 때 사용되는 말이기도 하다.

승현은 주로 존댓말을 사용하는데, 대화이면서도 약간은 독백과 같은 뉘앙스를 가진 말을 할 때는 반말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를 보면, 승현은 하경에게 외적으로는 격식을 차리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친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하경은 존댓말로 하다가 중간에 짧게 반말을 하는데, 그 반말에는 원망과 분노, 질책의 마음이 담겨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하경의 존댓말은 자기방어와 자기보호라고 볼 수도 있다.

‘새벽은 가끔씩 푸르다’ 손민호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새벽은 가끔씩 푸르다’ 손민호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상대방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

‘새벽은 가끔씩 푸르다’에서 하경과 승현은 서로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서지 않으면서 상대는 왜 나에게 소극적인지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다. 자존심일 수도 있고 자신감이 없어서일 수도 있는데, 이런 모습은 하경과 승현뿐만 아니라 많은 관계에서 발생한다.

나의 마음이 훼손되는 것이 상관없을 정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자존심이나 자신감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에게 다가가지 못한다는 것은 매우 마음 아픈 일인데 살면서 여러 차례 그런 경험을 할 수도 있다.

하경과 승현을 보면서 왜 적극적으로 상대방에게 어필하지 못하냐고 말하는 사람보다는, 딱 나 같다고 말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자신감이 부족하고 자존감이 떨어지는 것이 사랑과 연애에도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상대가 주저할 때 나를 좋아하지 않거나 덜 좋아해서라고 바로 판단하기 전에, 상대가 왜 자신감이 부족하고 자존감이 낮은지 한 번쯤 생각한다면 더 좋은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 연애에만 국한되는 사항이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사항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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