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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주님이 보고 계셔’(감독 권지수) 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63)

발행일 : 2018-02-07 15:39:17

권지수 감독의 ‘주님이 보고 계셔(Jesus watching you)’는 2018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어느 날 미경(김로사 분)에게 의심스러운 일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영화의 제목은 종교적인 내용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신앙의 측면이 아닌 인간 본성의 측면에서 관람이 가능한 작품이다. 상황 파악이 안 되기 때문에 억울해도 되는지 억울한 게 아닌지도 잘 모르겠는 모습을 김로사는 현실감 있게 표현한다.

‘주님이 보고 계셔’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주님이 보고 계셔’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믿어야 할 것인가? 의심하지 말아야 할 것인가?

영화는 ‘믿어야 할 것인가?’, ‘의심하지 말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미경에게 끊임없이 던진다. 미경에게 하는 질문은 동시에 관객에게 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중요한 점은 이 질문이 신앙의 측면보다는 인간관계와 인간 본성의 측면에서 다뤄진다는 것이다.

남편(권오수 분)의 의심스러운 행동, 친구 딸인 민지(고주영 분)의 믿지 못하겠는 말과 증거, 신부(김재록 분)와 청년(윤정로 분) 또한 미경에게 무언가 홀린 느낌을 준다. 나는 의심을 받는데, 남을 의심하지는 말라는 말을 미경은 듣는데, 미경에 감정이입한 관객은 각자의 성향에 따라 혼란스러울 수도 있고 반감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믿음에 관한 이야기를 인간관계를 통해 이야기하는데, 이야기가 펼쳐지는 장소가 성당이기 때문에 종교적인 부분까지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도 있다. 성당에 찾아온 민지에게 신앙이 없는 것으로 설정한 점은 스토리텔링에서 갈등 구도에 개연성을 부여하고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똑똑한 설정으로 여겨진다.

◇ 상황 파악이 안 돼 억울함을 느껴야 할지 아닐지를 고민하는 모습을 실감 나게 표현한 김로사

‘주님이 보고 계셔’에서 김로사는 주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생긴 의심스러운 사건들에 대해 억울함을 느껴야 할지 아니면 억울한 상황이 아닌지조차 판단하지 못하는 연기를 무척 실감 나게 보여준다.

김로사를 제외한 사람들은 모두 확신 또는 신념을 가지고 단호하게 이야기하고 김로사 혼자 그렇게 하지 못하는데, 우유부단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확인을 하기 전까지는 신중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포지션으로 연기 톤을 설정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김로사가 강하게 부정하는 연기를 했으면 영화는 사건 위주로 해석될 수 있었을 것인데, 상황 파악이 안 된 모습으로 표현했기에 그 이면의 이야기와 내면의 선택에 대해 관객이 더 깊게 들여다볼 수 있게 만든다.

‘주님이 보고 계셔’ 권지수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주님이 보고 계셔’ 권지수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신앙의 측면이 아닌 인간 본성의 측면에서도 관람 가능한 작품

이 작품은 종교적인 내용이 들어가 있긴 하지만 신앙의 측면이 아닌 인간 본성의 측면에서 볼 수 있는 영화이다. 지나치게 종교적이었으면, 종교의 측면에서 관람하는 관객은 믿음이 부족한 미경 캐릭터에 대해 비난의 칼을 뽑아들었을 수도 있고, 신앙이 없는 관객은 미경 캐릭터를 신앙인의 대표적 모습이라고 여겨 긍정적이지 않은 반응을 보였을 수도 있다.

‘주님이 보고 계셔’는 인간 본성의 측면에서 믿음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이 눈에 띄는데, 믿음이라는 개념을 너무 종교적으로만 해석할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종교를 아예 배제한 개념으로 적용할 필요도 없다고 느끼게 만든다.

미경의 시야가 아닌 민지의 시야에서 영화가 다시 만들어져도 재미있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미경의 시야에서는 남편을 이해한다기보다 용서하고 넘어가게 되는데, 민지의 시야에서는 남편이 충분히 스스로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미경이 억울한 사람이지만, 다른 시야에서는 민지 혹은 남편이 더 억울한 사람이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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