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M9

문화예술
HOME > 문화예술 > ET-ENT영화

[ET-ENT 영화] 서울독립영화제2018(24) ‘우리 잘 살 수 있을까?’(감독 강이관) 비유가 가진 힘을 제대로 살려 표현한 작품

발행일 : 2018-11-23 04:42:07

강이관 감독의 <우리 잘 살 수 있을까?>는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SIFF2018, 서독제2018) 통일기획전 부문에서 월드 프리미어(World Premiere)로 상영되는 단편 영화이다. 남과 북, 북과 남을 형이나 동생, 부모나 자식 같은 수직의 관계가 아니라 오래도록 사랑했으나 사고방식과 취향이 다른 남자와 여자로 상상했다.
 
비유가 가진 힘을 제대로 살려 표현한 영화인데, 재범(하휘동 분)과 현채(최남미 분)의 언어적 대립이 춤을 통해 교감하고 라포르를 형성하는 것 또한 비유라는 측면에서 바라보고 해석할 수 있다.

‘우리 잘 살 수 있을까?’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우리 잘 살 수 있을까?’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 영화 제목을 직접 읽었을 때 느껴지는 조심스러움과 주저함
 
띄어쓰기를 고려해서 제목을 직접 읽어보면 조심스러움과 주저함, 의문과 기대를 가지고 소심하게 질문한다는 것이 느껴진다. 읽는 뉘앙스에 따라 질문이 아니라 의지의 표현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감독은 작품을 통일기획전 부문에 출품하기 위해 제목을 정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명확한 뉘앙스의 제목이 주는 확신보다는, 열린 느낌의 제목을 통해 관객들이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받아들일 수 있는 가능성을 선택했다고 생각된다.

‘우리 잘 살 수 있을까?’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우리 잘 살 수 있을까?’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 비유가 가진 힘을 제대로 살려 표현한 영화
 
<우리 잘 살 수 있을까?>는 남과 북의 관계를 오랫동안 사랑했으나 사고방식과 취향이 다른 남자와 여자로 상상한 작품이다. 결혼식을 앞두고 집을 얻어 같이 꾸미기로 했다는 영화 속 설정은 현재의 남북 관계를 상징적으로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비유는 어떤 현상이나 사물을 직접 설명하지 않고 다른 비슷한 현상이나 사물에 빗대 설명하는 것을 뜻한다. 엄밀히 따지면 원래 현상이나 사물과 비유로 사용된 현상이나 사물 사이에는 직접적이며 논리적인 연결성은 없다.

‘우리 잘 살 수 있을까?’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우리 잘 살 수 있을까?’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유는 강력한 힘을 가진다. 원래의 상황을 직면해 받아들이기에 심리적으로 불편할 경우 어느 정도 맞는다고 생각하면서도 거부할 수 있는데, 비슷한 상황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거부감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비유를 사용할 때 원래의 상황과 비유의 상황이 상황 자체로만 볼 때는 논리적 연관성이 없지만, 두 상황 사이에는 공통적인 정서가 있다. 비유를 통해 그 정서를 건드리기 때문에 공감하게 되고 원래의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리 잘 살 수 있을까?’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우리 잘 살 수 있을까?’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우리 잘 살 수 있을까?>에서는 남북 철도 연결식을 앞두고 있고, 남녀의 결혼을 앞두고 있다. 철도 연결식과 결혼이 가지는 정서적인 공통점을 이해하면, 이 작품이 비유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다.
 
◇ 언어로 대립된 남녀, 댄스 배틀을 통해 라포르를 형성하다
 
<우리 잘 살 수 있을까?>에서 남녀는 대화를 하다가 서로 작은 상처를 주며 대립한다. 그러던 중 마치 애니메이션에서 뮤지컬신이 펼쳐지는 것처럼, 춤을 추며 분위기를 전환한다.

‘우리 잘 살 수 있을까?’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우리 잘 살 수 있을까?’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남녀의 춤은 처음에는 댄스 배틀처럼 보이는데, 현채가 같은 동작을 따라해 주기를 재범에게 요구하고 재범이 받아들이면서 같이 호흡하는 춤으로 변화한다. 같은 동작을 통해 교감함으로써 라포르를 형성한다.
 
두 사람뿐만 아니라 같이 있던 사람들이 모두 함께 춤을 추는 것은 라포르를 통한 정서와 감정의 시너지라고 볼 수 있는데, 이 영화가 작품 전체에서 비유를 사용했다는 점을 떠올리면 각자 추던 춤을 둘이 같이 추고, 결국 다른 사람들도 모두 같이 춤을 춘다는 것 또한 비유적인 의미에서 받아들일 수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최신포토뉴스

위방향 화살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