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M9

문화예술
HOME > 문화예술 > ET-ENT드라마

[ET-ENT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6-2) 수용전념치료(ACT)의 ‘개념화된 자기’와 ‘맥락으로서의 자기’라는 개념으로 살펴본 박무진의 정체성

발행일 : 2019-07-20 07:05:50

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 제6회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박무진(지진희 분)의 정무적 선택이 주목됐다. 다른 등장인물들뿐만 아니라 시청자들도 박무진을 볼 때 교수의 이미지가 먼저 배경에 깔릴 수도 있고, 권한대행이라는 점이 먼저 떠올려질 수도 있다. 박무진은 교수일까? 환경부장관일까? 대통령 권한대행일까?
 
수용전념치료(Acceptance commitment therapy, ACT)의 ‘개념화된 자기(conceptualized self)’와 ‘맥락으로서의 자기(self as context)’라는 개념을 적용해 박무진의 정체성을 살펴본다.

‘60일, 지정생존자’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60일, 지정생존자’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박무진은 카이스트 교수인가? 환경부장관인가? 대통령 권한대행인가?
 
<60일, 지정생존자>에서 박무진은 카이스트 교수였다가 환경부장관이 됐고, 현재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됐다. 박무진은 교수일까? 환경부장관일까? 대통령 권한대행일까? 현재의 모습을 볼 것인가, 자신을 가장 특징적으로 일컫는 것을 선택할 것인가, 정체성의 측면에서 볼 것인가에 따라 다른 답이 나올 수도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다음에도 박무진은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기까지의 권한대행 기간인 60일이 지나면 학교로 돌아갈 것이라고 반복해서 말해왔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은 현재의 박무진으로부터 교수가 아닌 권한대행의 정체성을 요구하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들은 정치인이 아닌 교수 출신의 인물이라고 보면서 권한대행의 자격을 마음속으로 인정하지는 않으려고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박무진은 교수일까, 환경부장관일까, 대통령 권한대행일까?

‘60일, 지정생존자’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60일, 지정생존자’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수용전념치료(ACT)’ 개념화된 자기 vs. 맥락으로서의 자기
 
수용전념치료는 수용(Acceptance)과 전념(Commitment)을 강조하는 심리치료 방법이다.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문제를 그 자체로 수용하고 인정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 문제를 없애는데 주력하기보다는 문제가 큰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을 선택한다.
 
ACT는 심리적 고통(Pain)을 회피하거나 통제하려고 하면서 더 큰 괴로움(Suffering)을 겪게 된다는 심리학/상담학 이론이다. ACT를 통해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기, 다가가기, 수용하도록 돕기를 할 수 있다.

‘60일, 지정생존자’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60일, 지정생존자’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개념화된 자기’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가 만들어낸 이야기를 믿고 그에 따라 살아가는 자기를 뜻한다. ‘나는 대학교수이다’, ‘나는 착한 사람이다’, ‘나는 팩트를 통해 판단하는 사람이다’라는 개념화된 자기는 ‘나’를 ‘대학교수’에 융합해 나의 정체성을 ‘나=대학교수’로 설정하고, ‘나’를 ‘착한 사람’에 융합해 ‘나=다른 사람에게 나쁜 일을 하지 않고, 상처를 주지도 않는 사람’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개념화된 자기는 ‘직업적인 나’, ‘관계성 속에서의 나’, ‘심리적인 나’ 등 다양하게 표출될 수 있다.
 
‘맥락으로서의 자기’는 사적 사건들이 일어나는 맥락을 지켜보고 지금-여기의 경험을 조망하는 자기를 뜻한다. 현재의 나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고, 과거에 정치적 결정, 정무적 판단을 해 본 적이 없어도 현재는 충분히 그런 선택을 잘 할 수 있고 역량을 발휘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과 마음을 열어둬야 하는 것이다.

‘60일, 지정생존자’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60일, 지정생존자’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박무진의 ‘개념화된 자기’와 ‘맥락으로서의 자기’
 
단적으로 말하면 <60일, 지정생존자>에서 박무진의 개념화된 자기는 대학교수이고, 맥락으로서의 자기는 대통령 권한대행이다. 박무진의 개념화된 자기가 원칙과 명분에 의한 선택을 했다면, 박무진의 맥락으로서의 자기는 실리(이익)를 위해서라면 이전에는 절대 하지 않았을 선택도 할 수 있는 것이고, 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박무진을 개념화된 존재로 볼 것인가, 아니면 맥락 속에서의 존재로 볼 것인가에 따라, 박무진 자신과 드라마 속 다른 등장인물들, 그리고 시청자들 또한 다른 시야로 박무진을 대할 수 있다. 이는 시청자들이 감정이입하는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60일, 지정생존자’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60일, 지정생존자’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ACT에 의하면 개념화된 자기에 사로잡히면 삶에 대한 유연성과 탄력성이 떨어져 여러 가지 불안장애를 유발한다고 한다. <60일, 지정생존자>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초기의 박무진은 유연성과 탄력성이 현저하게 떨어졌고, 결정과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불안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박무진은 자신의 정체성 영역에 권한대행의 역할을 점점 더 넣으면서 정무적 선택을 하는데 유연성과 탄력성을 높인다는 것을 <60일, 지정생존자> 제6회는 보여주고 있다.

‘60일, 지정생존자’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60일, 지정생존자’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원칙주의자, 본질주의자이면서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만큼 뛰어난 학습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박무진은, 빠르게 적응하면서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위치를 맥락으로서의 자기에 머무는데 그치지 않고, 또 다른 개념화된 자기의 영역으로 만들 수도 있다.
 
박무진이 이런 위치에 도달하면서 <60일, 지정생존자>가 마무리될 수 있는데, 만약 시즌2가 이어진다면, 대통령 권한대행이 아닌 차기 대통령으로 활약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시즌1에서 ‘대학교수’라는 ‘개념화된 자기’를 가진 박무진에게 ‘대통령 권한대행’은 ‘맥락으로서의 자기’였다면, 시즌2에서 ‘대통령’은 박무진의 ‘맥락으로서의 자기’이면서 동시에 또 다른 ‘개념화된 자기’일 수도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최신포토뉴스

위방향 화살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