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 제8회의 부제는 ‘(42일) 의혹’이다. 전체 드라마의 전반부를 마무리하는 제8회 초반, 자신의 상황과 선택에 대해 갈등하는 현직 청와대 대변인 김남욱(이무생 분)에게 현직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 정수정(최윤영 분)이 건넨 대사와 반응은, 앞으로 펼쳐질 스토리텔링을 위한 강한 암시일 수 있다.
◇ 제1부속비서관 정수정과 대변인 김남욱의 미묘한 대화 또한 강한 암시인가?
<60일, 지정생존자> 제8회에서 자신의 상황과 선택에 대해 갈등하는 김남욱에게 정수정은 반말과 존댓말을 섞어 쓰면서 “국민의 알권리보다 국가안보가 더 중요한 상황이잖아요, 지금은. 그게 공익이니까”라고 진지하게 말한다.
너무 뭐라고 한 거 아닌가 하는 분위기에 정수정은 “음... 상황판단 빠르고 위기대처 잘하고, 누가 어떻게 더 잘하죠? 김남욱 대변인보다?”라고 김남욱에게 물으며 웃는다. 말을 마친 후 가려다 다시 쳐다보며 “뭐, 생각보다 어리광은 있는 스타일이긴 하지만요”라는 말을 덧붙인다.
배경음악(BGM)이 산뜻하게 바뀌고, 김남욱은 정수정이 간 쪽을 바라보며 자신감과 기쁨을 얼굴에 드러낸다. 김남욱은 근처에 있던 청와대 의전비서실 행정관 박수교(박근록 분)에게 “어리광이 좀 있는 남자 어떻게 생각해?”라고 묻는데, 정수정에게 묻고 싶었던 질문을 한 것처럼 보인다.
<60일, 지정생존자> 제8회 초반 알콩달콩하게 들릴 수도 있는 정수정과 김남욱의 대화는, 드라마의 긴장을 이완하는 역할을 하면서 앞으로 정수정과 김남욱이 서로의 의견을 지지하면서 묘한 기류를 형성할 수 있다는 추측을 하게 만든다.
물론 지금의 상황은 김남욱의 김칫국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본지의 <60일, 지정생존자> 제7회 리뷰에서 국가정보원 대테러 팀 사이버 요원 서지원(전성우 분)이 같은 팀 분석관 한나경(강한나 분)을 적극적으로 돕는 정서적 이유, 내면의 마음을 찾았고, 제7회에서 암시처럼 보였던 관계성이 제8회 방송에서 명확하게 드러났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남욱과 정수정은 현재 청와대에 함께 있지만, 김남욱은 전직 대통령 양진만(김갑수 분)의 사람이고 정수정은 전직 환경부장관 박무진(지진희 분)의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실무급에서 두 사람의 소통은, 박무진의 대통령 권한대행 수행과 차기 대통령 출마에 모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된다.
◇ 박무진이 내면을 표현하는 방법! 제1회 발 + 제8회 손
<60일, 지정생존자> 제1회에서 카메라는 박무진의 발에 집중했다. 겉으로는 태연해 보이지만 불안한 심리를 발로 표현해, 표정으로 다 드러나지 않는 내면을 자연스럽게 보여줬었다.
제1회 리뷰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손은 상대적으로 의식적이지만, 발은 좀 더 본질적이다. 손의 움직임은 나도 바로 보고 다른 사람에게도 바로 보이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조정할 수 있지만, 발의 움직임에는 상대적으로 덜 집중하기 때문에 마음이 필터링 되지 않고 발의 움직임으로 표현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60일, 지정생존자> 제8회에서 박무진은 꽉 쥐었던 손을 펴면서,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지만 속으로는 엄청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긴장의 표현이 발에서 손으로 바뀌었다는 것은, 자신도 알아채지 못한 무의식의 불안과 긴장을 의식의 영역에서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는 익숙함과 간절함의 측면에서도 해석할 수 있다.
◇ 익숙함과 간절함 사이! 익숙하지 않은 것인가? 간절하지 않은 것인가? 익숙해지면서 간절해져야 하는가? 간절함에 익숙해져야 하는가?
<60일, 지정생존자> 제8회에서 박무진의 행동과 선택을 보면서 정수정은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고 말하고, 청와대 신임 비서실장 차영진(손석구 분)은 간절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박무진이 결단을 바로 내리지 못하고 무작정 밀어붙이지 못하는 이유는, 익숙하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간절하지 않아서 일까? 그렇다면 대통령 권한대행을 제대로 수행하고, 나아가 차기 대통령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익숙하면서 간절해져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간절함에 익숙해져야 하는 것일까?
<60일, 지정생존자>는 국회의사당 폭탄 테러라는 엄청난 사건을 다루면서, 사건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살아남은 사람들이 준비하지 못했던 상황에 대처하는 법에도 주목한다. <60일, 지정생존자>가 명쾌하지 못하고 복잡하다고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고, 사람에게 집중하는 절절한 감동을 준다고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