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휘 연출, 이은미 극본의 OCN 토일드라마 ‘터널’ 제1화가 시작했다. 1986년에서 온 열혈 형사 박광호(최진혁 분), 살인범 연구에 미친 심리학 교수 신재이(이유영 분), 2017년 싸가지 갑 엘리트 형사 김선재(윤현민 분)가 운명과 시간이 교차하는 곳에서의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터널’ 제1화는 초반 10분 내에 박광호 캐릭터와 연쇄 살인 사건을 론칭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드라마를 영화처럼 만드는 OCN의 마력이 ‘터널’에서도 빛을 발휘할 것이라고 기대하게 만든다.
‘터널’은 ‘보이스’ 후속으로 시작한 형사 이야기이며, ‘시그널’을 떠올리게 해 호기심을 고조한다. 화제의 전작에 대한 아쉬움을 가진 시청자들에게는 무척 반가운 일이지만, 이제는 워낙 눈높이가 높아진 시청자들은 더욱더 차별화와 높은 수준을 요구해, ‘터널’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불호는 현재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소재, 시간 이동 + 복고적 향수
‘터널’은 박광호가 1986년에서 2017년으로 타임 슬립을 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시간 이동 소재에 무척 관심이 많다. 시간 이동은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하도록 만들어주며, 같은 시간 내에서의 개연성보다 훨씬 더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감정이입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신연숙(이시아 분)과 선보는 자리에 나간 박광호는 앞머리 올림 패션을 보여줬는데, ‘터널’의 복고적 향수는 ‘응답하라’ 시리즈와 ‘시그널’이 만든 분위기 속에서, 과거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우리의 이야기처럼 보였다는 점이 흥미롭다.
◇ 캐릭터와 사건에 훅 들어가다
‘터널’ 제1화가 시작된 지 채 10분이 지나지 않아 박광호는 열혈 형사 캐릭터와 순진 콘셉트를 모두 가진 인물이라는 점을 알려줬다. 박광호 캐릭터뿐만 아니라 앞으로 해결해야 할 연쇄 살인 사건도 드라마 초반 바로 알려줬다.
영화의 경우 시작한 지 1분, 3분, 10분이 무척 중요하며, 이때 관객들의 시야와 마음을 얻지 못하면 흥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 반면에 드라마는 상대적으로 긴 호흡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제1화에서 배경만 계속 알려주며 지나가도 충분한 시간이 있다.
그런데, ‘터널’에서 보여준 초반 전개는, 앞으로 매회 영화처럼 몰입도 높게 전개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만들었다. 박광호 캐릭터 형성에 큰 영향을 준 등장인물은 그의 아내가 된 신연숙인데, 이 부분이 추후 암시나 복선이었을 수 있다고 돌아볼 수 있을 가능성이 많다.
◇ 그래도 나 때문이다, 심정적 살인에 자책하는 사람들
‘터널’ 제1화에는 막내 대원이 연쇄 살인 사건을 미리 막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괴로워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래도 나 때문이다”라고 생각하는 마음은 책임감이 강한 형사, 소방관, 119 구급대원, 의사 등 위기 상황에서 활동하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짐으로 남아있을 수 있다.
‘터널’에서 형사에게 심리적인 죄책감과 책임감을 부여했다는 점은 앞으로 이 드라마가 사건을 대할 때 어떤 톤을 유지할지 짐작하게 만들어준다. 사건 자체에 대한 해결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어떻게 펼칠지 궁금해진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