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휘 연출, 이은미 극본의 OCN 토일드라마 ‘터널’ 제4화는 신재이(이유영 분)는 범행 현장을 목격한 후 말문을 닫아버린 윤수정이 마음과 말문을 열게 만드는 장면을 보여줬다.
이전 방송에서 자신은 프로파일러가 아니라 심리학자라고 말했던 신재이는 프로파일링 기법보다는 일반적인 심리학 기법을 사용해 윤수정을 대했다. 이는 ‘터널’이 범인을 잡는 것에만 몰두하기보다는 범죄 심리 자체에도 많은 관심을 갖는다는 것을 뜻하기도 하고, 미스터리 한 신재이 캐릭터가 드라마에 다양한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 둘만이 아는 비밀, 그리고 그 전체를 알고 있는 시청자들
‘터널’ 제4화에서는 박광호(최진혁 분)가 정체를 전성식(조희봉 분)에게 들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재미있는 점은 그다음부터 였는데, 과거에 선배였던 박광호는 2016년 현재는 전성식보다 어린 얼굴을 하고 있지만 둘만이 있을 때는 선배로 활약한다는 점이었다.
박광호와 전성식의 이러한 모습은 마치 사내 비밀 연예를 하는 사람들처럼 두 사람만 신호를 주고받으며 별도의 이야기를 했는데, 정말 웃으며 볼 수 있는 설정에서 생각만큼은 재미있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두 사람의 비밀 이야기가 더욱 생생하고 아찔하게 진행됐다면, 다른 등장인물들은 모르지만 시청자들은 알고 있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더욱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었을 것이다. ‘터널’에서 전성식은 성격 좋은 강력팀장으로 나오는데, 무자비하고 깐깐한 성격으로 무척 권위적인데 박광호에게만 어쩔 수 없이 약한 모습을 보이는 설정이었으면 더욱 긴장감을 줬을 수도 있다.
‘터널’에서 박광호는 2016년 강력팀에서 가장 말단 직원이면서 태어난 연도는 가장 빠른 사람인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박광호가 반말을 할 때 다른 상관들이 그냥 받아주지 않고 험악한 분위기나 불편한 분위기를 조성했다면 더욱 몰입할 수 있었을 것이다. 확실한 긴장 후에 이완이 이뤄졌으면 더욱 재미있게 웃을 수 있었을 것이다.
◇ 아픔을 가진 신재이, 프로파일링보다는 심리학 기법을 활용해 접근하다
범죄 심리학과 프로파일링은 비슷한 의미를 갖고 있지만, 범죄 심리학은 범죄 심리, 사회학 등 학문적으로 전반적인 내용을 담고 있고, 프로파일링은 수사에 직접적으로 활용하는 실무적 기법이라고 볼 수 있다.
자신의 오빠가 살해된 것을 벽장 속에서 숨어서 볼 수밖에 없었던 윤수정은 입을 열지 않는데, 신재이는 윤수정을 대할 때 프로파일링 기법보다는 일반적인 심리학 기법을 활용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신재이가 선택한 방법은 심리학 기법이면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살아가는 사회에서 적용되는 인간관계의 법칙이라고 볼 수도 있다. 신재이는 입을 열지 않는 윤수정을 독촉하거나 급격하게 설득하려 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내 이름은 재희야, 신재희. 이름 말하고 나니까 할 말이 없네”라고 말하며 내담자인 윤수정처럼 자신도 할 말이 없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정말 좋은 위로의 방법은 나도 같은 상처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터널’에서 신재이는 “수정아, 나는 부모님이 죽는 것을 봤어”라고 하며 자신에게도 같은 상처가 있다는 것을 들려주는 자기 고백을 했다.
신재이의 자기 고백은 수정이의 입을 열기 위한 방법임과 동시에, 신재이 캐릭터의 배경을 알려주는 중요한 단서가 됐다. 심리 상담가는 자신이 가진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부하다가 높은 경지에 오른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는데, 신재이의 과거 또한 신재이가 얼마나 높은 수준의 심리 상담 실력을 갖췄는지에 당위성과 개연성을 부여한다.
제4화에서 신재이의 활약은 ‘터널’에서 범죄를 바라보는 시각이 범인 색출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측면에도 관심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미스터리함을 가진 신재이가 특정 상황에서 질주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볼 수도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