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N 토일드라마 ‘터널’ 제10화는 “어둠이 아니라 빛에 숨는 사람도 있다네”라는 국과수 부검의 김민상(목진우 역)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터널’의 내레이션은 등장인물의 내면을 인상적으로 표현함과 동시에, 각자가 바라보는 범죄에 대한 시야를 드러낸다.
본지는 ‘터널’의 이전 리뷰를 통해 범인을 쫓는 ‘터널’의 추적 방법에는 범인의 과거 행적을 쫓는 프로파일링보다는 아직 밝혀지지 않는 범인을 쫓는 혹은 추가 범행에 대한 시나리오를 미리 세워 추적하는 가칭 스토리텔링 시나리오 예측법이 더 크게 작용한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 내레이션은 이 예측법의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는 점이 주목된다.
◇ 범인과 국과수 부검의의 게임, 과거에 대한 추적인가 앞으로에 대한 스토리텔링인가?
‘터널’의 이전 방송까지 김민상은 범죄 피해자의 죽음에 대해 사인을 조사하는 법의학자로 제2선에서 서포트를 하고 백업하는 역할로 나왔었다. 제10화 방송에서 김민상은 시작부터 강렬한 내레이션으로 시작해 사체를 보고 “한 번 해보자는 건가?”라고 말할 정도로 강력하게 이야기의 중심으로 들어왔다.
‘터널’ 제10화는 같은 시기에 두 명의 연쇄 살인범이 동시에 활동했을 가능성을 제기했으며, 어떤 스토리텔링도 범죄를 분석하고 예측하는데 활용될 수 있다는 암시를 줬다.
“친절하게 힌트까지 줬는데 이제 알아차리려나?”, “어렵게 고백했는데 이거 미안해서 어쩌나?”라는 김민상의 독백은 시청자들에게 김민상이 범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섬뜩함을 전달했다.
김민상이 처음으로 범죄현장에 직접 모습을 드러낸 것은 범인이 범죄 현장에 다시 나타난다는 것을 연상하게 했다. 본지는 ‘터널’ 초반 방송부터 이 드라마가 직접 응징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수차례 언급한 바 있는데, 직접 응징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인물은 이유영(신재이 역), 최진혁(58 박광호 역)에서 김민상까지 확대된 것이다.
더 무서운 것은 김민상이 범인으로 밝혀질 경우 김민상은 법의 심판을 빠져나갈 대상에 대한 직접 응징을 넘어 자신의 판단에 의해 초법적으로 저지르는 범죄를 응징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무섭게 여겨진다.
아군이라고 생각했던 대상이 진짜 숨어있는 가장 무서운 적일 가능성은 김민상이 자기 과시형 살인범일 때 더욱 커진다. 자신이 전지전능한 위치에서 상황을 조절하고 있다는 우월감을 가지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터널’이 가진 철학, 정신세계를 살펴보면 양 끝단으로 명확하게 나뉘는 선악의 대결이라기보다는 경계에 첨예하게 맞선 선악의 대결로 생각할 수도 있다. 이는 무척 현실적이면서도 구체적으로 감정이입할 경우 시청자들에게는 진짜 무서운 상황일 수 있다.
◇ 내레이션으로 표현, 설명과 강의를 통해 메시지 전파
‘터널’ 제10화는 김민상뿐만 아니라 범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유영 또한 내레이션으로 표현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내레이션이라는 명확한 대사전달력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메시지를 강렬하게 전달한 것이다. 눈에 보이는 대화가 아닌 제3자의 언어 같은 내레이션은 부연의 의미와 함께 객관적이면서도 무척 감성적으로 전달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유영의 질문에 화양 대학교 학장 문숙(홍혜원 역)은 “연쇄 살인사건 분석에서 가장 중요한 건 피해자 연관성, 범죄방식, 그리고 지리적 특성이지.”라고 대답한다. ‘터널’에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은 내레이션 이외에도 이유영이 문숙에게 자문을 구하는 방식, 대학교 수업시간 이유영의 강의, TV 방송을 통한 이유영의 인터뷰 등 다양하게 활용된다.
이 또한 내레이션과 마찬가지로 어떤 측면에서 보면 무척 객관적이면서도 원칙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고, 다른 시야로 바라볼 경우 내면 심리에 무척 깊게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부연과 반복이라는 측면에서도 효율적인데, ‘터널’의 이런 기법은 등장인물들을 입체적으로 만드는데 일조하기도 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