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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드라마] ‘터널’(6) 리플리 증후군, 니코틴과 졸피뎀

발행일 : 2017-04-13 19:46:45

OCN 토일드라마 ‘터널’ 제6화에서는 일말의 단서도 찾지 못한 의문의 신분 도용 사건이 발생했다. 58 박광호(최진혁 분)는 본의 아니게 88 박광호(차학연(엔) 분)로 살고 있기 때문에, 신분 도용 사건을 쫓는 58 박광호의 모습은 묘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

58 박광호가 88 박광호로 살고 있는 것이 제6화까지는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됐지만, 제7화부터는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다는 계기와 뉘앙스를 만들기 위한 사건 론칭이라는 것은 흥미롭다.

‘터널’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터널’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 신분 도용인가, 리플리 증후군인가, 남의 이름으로 살기

'리플리 증후군'은 자신이 살고 있는 현실을 부정하면서, 스스로 만들어낸 마음속의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고 믿으며 거짓된 말과 행동을 반복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뜻한다.

'터널' 제6화에서 김미수(서은아 분)는 여러 명의 신분을 도용해 다른 사람의 인생을 파국으로 몰고,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된 주변인을 살해한다. 리플리 증후군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데, 훔친 이름으로 다른 사람으로 사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분노할 수 있지만, 우리도 두 가지 측면에서 자유롭지 못한 점이 있다.

‘터널’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터널’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첫 번째는 ‘터널’에서 58 박광호를 응원하면서 58 박광호가 88 박광호가 아니라는 점이 밝혀지지 않기를 바란다는 점이다. 선의이든 악의이든 리플리 증후군이라고 부를 수도 있는 행동에 대해, 몰입한 시청자들은 응원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는 우리가 다양한 아이디와 닉네임을 가지고 SNS를 비롯한 사이버 세계에도 공존한다는 점이다. 본명이 아닌 익명성을 바탕으로, 우리는 사이버 세계에서 전혀 다른 사람으로 살 수도 있다는 것이다.

‘터널’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터널’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물론 사이버 세계의 이런 특성이 리플리 증후군으로 직접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다른 사람으로 사는 것에 거부감이 거의 없기 때문에 사이버 세계와 현실 세계를 공존하는 우리들은 언제든 리플리 증후군에 가까이 갈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직접 그 대상이 될 수도 있고, 내 주변에서 그런 모습을 볼 수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터널’에서 진짜 박광호와 내가 알고 있는 박광호의 관계와 차이는, 현실 세계에서도 종종 직면할 수 있는 것이다. 질투, 부러움에 대한 감정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니코틴과 졸피뎀을 이용해 향정신성 반응을 만들어내 상대방을 파멸시킨다는 점은 ‘터널’에서 만들어낸 가상의 이야기로만 들리지 않는다.

‘터널’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터널’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 스토리텔링은 이야기를 통한 공감, 시나리오 작성처럼 미래를 예측하는 스토리텔링

김선재(윤현민 분)의 트라우마에 대해 58 박광호는 “범인을 찾지 못하면 피해자 가족이 어떻게 살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라고 말하며 공감을 표현했다. ‘터널’에서 스토리텔링은 범인을 찾는 데만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 간에 공감 구축에도 큰 역할을 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신재이(이유영 분)의 스토리텔링은 과거의 스토리텔링이기도 하면서 현재와 미래를 예측하는 스토리텔링이라는 점이 독특하다. 신재이는 시체에게 과거의 일을 물어보기도 하지만, 하고 싶은 말을 물어보기도 한다. 과거의 이야기를 찾아가기도 하지만, 미래에 어떻게 수사를 해야 할지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터널’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터널’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미래에 대한 스토리텔링은 범죄수사뿐만 아니라 상담의 과정에서도 무척 중요하다. 과거의 문제점을 찾아내는 것은 현재와 미래에 치유하기 위해서라는 측면에서 볼 때, 시나리오를 미리 세워두는 미래에 대한 스토리텔링은 치료의 이정표라고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신재이를 범죄를 분석하는 프로파일러로 설정하지 않고 범죄에 관심이 많은 심리학자로 설정한 것은 무척 돋보인다. 신재이가 프로파일러였으면 미래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시청자들이 받아들이는데 어색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재이의 스토리텔링이 앞으로 사건 해결과 함께 어떤 공감을 만들어낼지 궁금해진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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