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훈 감독의 ‘흔적(Scar)’은 2018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매일 밤 남자(장현동 분)는 어떤 악몽에 시달린다. 그는 악몽의 후유증에 시달리며 정상 생활을 하지 못하게 되는데 급기야 폭력적으로까지 변하게 된다.
개인적인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증이 다른 사람에게 민폐를 끼쳐 인간관계가 훼손되는 이야기로 보였을 때는 가해자처럼 보였던 남자는, 억제되고 회피한 과거의 기억이 떠오르는 모습을 통해 매우 안쓰럽게 여겨진다.
◇ 남자가 꾸는 악몽은 단순히 현재의 악몽이 아닌, 내면에 봉합해뒀던 악몽 같은 기억의 발현
숙면을 취할 수 없는 사람이 받는 스트레스는 겪어본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스트레스이다. 영화에서 남자의 불면증은 병리적인 상황까지 진척됐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대인 기피증과 대인 공포증을 보이는 것이 암시의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바로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어릴 적 아빠(구민혁 분)로부터 받은 아동폭력의 피해는 남자를 잠 못 들게 만드는데, 학생(장현호 분)의 엄마(고용화 분)가 학생을 위하면서도 남자 또한 배려하는 모습에 꼭꼭 숨겨둔 내면의 방에 균열이 생기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
◇ 대인관계 트라우마로 불면증에 시달리는 남자, 사건 트라우마에 직면한 학생, 두 사람 모두 심리상담치료가 필요하다
트라우마는 반복된 대인관계에서 발생하는 ‘대인관계 트라우마(interpersonal trauma)’와 특정된 사건에서 생기는 ‘쇼크 트라우마(shock trauma), 사건 트라우마(incident trauma)’가 있다.
‘흔적’에서 남자는 과거에 발생했던 대인관계 트라우마를 치료하지 못해 현재까지 불면증에 시달리고, 그런 자기를 견디지 못해 폭력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반면에 남자의 이웃에 사는 학생은 예상하지도 못했던 순간에 죽음의 공포에 멸절을 경험하는데 이런 강한 상황은 학생을 사건 트라우마에 빠지게 할 수 있다.
‘흔적’에서 남자와 학생은 단순한 위로가 아닌 전문적인 심리상담치료가 필요한데, 학생의 경우 사건 트라우마가 교통사고 후유증 같은 순수한 사건 트라우마가 아닌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유발한 관계성에 이은 사건 트라우마이기 때문에 트라우마가 고착되기 전 골든타임에 빠르게 치유할 필요가 있다.
‘흔적’에서 남자와 학생의 상황을 단순히 영화적으로만 바라보는 관객이 있을 것인데, 실제 생활에서 누군가의 절실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주변 사람들이 크게 관심을 갖지는 않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이유는 정신적 피로감과 육체적 피로감이 균형을 맞추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영화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을 수도 있지만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마음은 극도로 피곤한데 몸이 버틸 수 있을 정도로 덜 피곤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몸과 마음이 동시에 피곤하거나, 혹은 동시에 피곤하지 않으면 숙면을 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흔적’에서 남자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매우 심하게 받고 있는데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봉합했을 정도로 마음이 견딜 수 없기 힘들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트라우마 자체를 치유하는 것인데, 만약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전까지 혹은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과정에서 불면증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뻗어서 잘 수 있을 정도로 운동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잠을 못 자면 살이 빠질 수도 있지만 찔 수도 있는데, 찌는 경우는 호르몬의 불균형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잠을 못 잔 스트레스가 비만의 스트레스로 이어진다면 악순환은 더욱 반복될 수 있다. 불면증을 가진 모든 사람들이 ‘흔적’을 보고 공감하는 마음에 하루라도 편하게 숙면을 취할 수 있기를 바란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