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리사 나바스 감독의 <오후 세 시 축구경기(Today Match at 3)>는 제2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SWIFF 2018) 국제장편경쟁 세션의 아시아 프리미어(Asian Premiere) 상영작이다.
‘불굴의 의지를 지닌 사람들’이라는 뜻의 여자축구팀 ‘인더미터블(The Indomitables)’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축구경기를 다루면서도 그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욱 관심을 가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꺼번에 찾아오는 여러 가지 시련과 갈등에 공감하는 관객도 많을 것이다.
◇ 더 이상 남자들의 전유물이 아닌 축구 이야기
<오후 세 시 축구경기>는 여자축구팀의 이야기이다. 우리나라에서 축구 이야기가 더 이상 남자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시대,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을 한 달 앞둔 시점이기에 더욱 호기심이 생기는 작품이다.
축구 이야기가 여자들이 싫어하는 3대 이야기 중의 하나였다는 것이 정말 옛날이야기처럼 생각된다는 점은 흥미로운데, 거부감의 대상에서 호감의 대상으로 바뀐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느껴진다는 점은 <오후 세 시 축구경기>를 선입견 없이 볼 수 있도록 하는데 도움을 준다.
◇ 관조적으로 쳐다보기보다는 밀접해서 따라가는 카메라
<오후 세 시 축구경기>에서 축구경기 장면에서의 카메라는 스포츠 중계처럼 전체적인 경기 상황에 초점을 맞추지도 않고, 관조적인 시야로 바라보지도 않는다. 마치 경기장에 들어가 있는 선수 한 명의 시선인 것처럼 카메라의 시선이 유지된다.
축구경기가 주된 소재를 이루지만, 감독이 바라보려는 것은 그 안에서의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만드는데, 자전거를 운전하는 장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영화는 행동에 근접해 집중하면서 결국 사람을 바라보는데, 경기장 안에서 선수의 시야로 촬영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근접 촬영이 많고 사람에 집중하는 카메라는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을 전달한다. 이런 느낌은 감독의 연출력과 배우들의 연기력 덕분이기도 하지만, 아르헨티나 영화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프로 축구가 아닌 지역 여자축구경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 한꺼번에 여러 가지 시련과 갈등을 겪는 관객들에게 위안을 주는 영화
영화 속 시련과 갈등은 하나의 원인에서만 발생하는 게 아니라 한꺼번에 모두 온다. 사랑도 문제이고, 정치도 문제이고, 경기를 앞두고 비까지 쏟아진다. 여자축구 토너먼트 경기가 개최 여부조차 불투명하게 되는 이유가 산재하는데, 이는 여자축구경기가 꼭 개최되어야 할 이유가 된다. 그들을 하나로 묶어줄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나를 막고 있는 중요한 것 하나만 해결되면 다 해결될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시련과 갈등의 원인은 하나가 아닌 경우가 현실적으로 많다. 실제로는 가장 크고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지만, 그 하나가 그냥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가 다 해결돼야 가능한 것이 일반적이다.
<오후 세 시 축구경기>는 나에게만 그런 복합적인 시련이 가혹하게 온다고 생각하고 있을 많은 관객들에게 공감과 위로, 힐링을 주는 영화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건에 대한 드라마틱한 접근을 하기보다는, 영화가 끌고 가고 있는 감성과 정서에 집중한 관객에게 더욱 감동을 줄 수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