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밍밍 감독의 <행복하길 바라(Girls Always Happy)>는 제2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SWIFF 2018) 국제장편경쟁 세션의 한국 프리미어(Korean Premiere) 상영작이다. 베이징 후퉁(구시가지의 좁은 골목)에 딸과 함께 살고 있는 싱글맘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감독이 직접 각본, 연출, 연기까지 담당한 작품으로 픽션이지만, 감독의 내면을 에세이나 다큐멘터리처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빠르고 자극적인 영상에 익숙한 사람은 느리게 진행되는 이야기를 인내하며 봐야 할 수도 있지만, 영화에 몰입하면 그게 바로 여성이 타인과 관계를 맺는 복잡한 과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모녀는 서로 상처 주는 말을 하기는 하지만 계속 대화를 한다, 여성이 타인과 맺는 관계의 복잡성
<행복하길 바라>에서 엄마와 딸은 성향이 비슷하지 않다. 세대 간의 차이일 수도 있지만 개인적 차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된다. 두 사람은 서로를 미워하는 마음이 분명히 있는데, 그렇다고 명확하게 적대적인 감정을 앞세우지만은 않는다.
딸의 디테일한 감정은 감독이 직접 출연했기 때문에 전달이 수월했을 수도 있다. 엄마와 딸이 티격태격하는 것은 전 세계 공통이라고 볼 수 있지만, <행복하길 바라>의 관계 속 디테일에는 중국이라는 특징이 들어갔을 수도 있다.
엄마와의 격한 갈등의 순간을 완충하고 해소하는 것은 균형이 맞지 않아 심하게 흔들리는 세탁기인데, 꽤 멋있는 설정은 아닐 수 있지만 현실적이고 개연성이 느껴진다. 이런 디테일은 감독의 실제 경험을 기반으로 했을 수도 있다.
영화 빠르지 않은 속도로 진행된다. 카메라의 움직임도 마찬가지이다. 엄마와 딸은 시간을 두고 많은 대화를 통해 서서히 관계를 개선해 나간다. 여성이 타인과 맺는 관계의 복잡성에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감독을 말하고 싶어 한다고 생각된다.
◇ 카메라가 미리 영역을 설정한 것 같은 독특한 촬영기법
<행복하길 바라>는 카메라가 사람이나 사건을 따라가지 않고 미리 영역을 설정한 것 같은 독특한 촬영기법을 사용한다. 특히 실내에서의 모습을 찍을 때는 아주 좁은 곳에 있다는 것을 그대로 느끼도록 보여주고 있다.
야외 장면에서는 카메라가 사람을 따라가기도 하지만 고정된 카메라의 시선 속으로 주인공이 지나가는 느낌을 준다. 즉, 실내 장면과 야외 장면 모두 카메라는 영역을 설정해 그 영역 안에 사람이 들어오도록 하고 있다.
카메라가 이동하며 세상을 영상으로 담기보다는 카메라가 자리 잡은 세상에 사람이 들어가야 하는 것인데, 영상을 찍는 것이지만 마치 고정된 카메라로 사진을 찍은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행복하길 바라>의 영상은 적극적인 개입이나 어필보다는 다른 사람의 영역이 있다는 것 자체를 존중한 채로 그 사람의 영역에 서서히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다. 영화관에서 큰 스크린으로 볼 경우 디테일한 느낌은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지 궁금하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