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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서울국제여성영화제(7)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되기’ 내 안의 나 자신을 찾아가기

발행일 : 2018-05-20 11:17:12

파닐르 피셔 크리스텐슨 감독의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되기(Becoming Astrid)>는 제2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SWIFF 2018) 아이콘, 그녀의 영향력 세션의 아시아 프리미어(Asian Premiere) 상영작이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별로 없을 때 내 안의 나 자신을 찾아가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모습을 담고 있는데, 혼자서 아이를 낳고 키우겠다고 결심했을 때 얼마나 무서웠을까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진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가 주는 울림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되기’ 스틸사진. 사진=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되기’ 스틸사진. 사진=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 스웨덴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에게 주어진 결핍의 직면, 딸에게 보호보다 기회를 준 부모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되기>를 보면 아스트리드의 소설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의 말괄량이 삐삐는 정서적으로 아스트리드 자신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그녀는 스웨덴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로 <꼬마 닐스 칼손>으로 닐스 호르겔손상, <라스무스와 나그네>로 국제 안데르센상 대상을 수상했고, 대표작은 <미오, 나의 미오>, <명탐정 카트레군의 모험> 등이다.
 
아스트리드는 부모의 도움으로 부유한 부르주아 자녀들만 다니는 고등학교에 들어간다. 결핍을 채워주기 위한 부모의 노력은 그녀에게 더욱 결핍을 느끼게 했을 수 있는데, 사회적 소속에 대한 결핍을 채움과 동시에 그 안에서의 차이를 더욱 인지함으로써 생기는 결핍을 더 크게 겪게 된 것이다.
 
만약, 아스트리드가 감정적으로 둔하거나 목적지향적이었으면 부유한 사람들과 같은 학교를 다닌다는 것만으로 자존감을 높였을 수도 있으나, 감수성이 예민했기 때문에 오히려 결핍에 더욱 직면하게 됐을 것이다. 물론 그런 성향은 작가로 성장하고 성공하는데는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추정 가능하다.
 
대부분의 부모는 부딪히고 좌절해 상처받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아스트리드에게 부르주아 학교에 가는 기회를 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스트리드의 부모는 아스트리드에게 기회를 줬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랬지만 딸의 선택을 있는 그대로 지지하지 않은 점은 매우 안타깝다.
 
◇ 혼자서 아이를 낳고 키우겠다고 결심했을 때 얼마나 무서웠을까?
 
혼자서 아이를 낳고 키우겠다고 결심했을 때 아스트리드는 얼마나 무서웠을까?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이제 내가 보호받기보다는 보호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 자체만으로도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혼자 아이를 낳고 키워야 하는 미혼모로 살기로 결심할 때 두려움은 살면서 이전에 겪었을 경험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를 낳음으로 인해 보호를 하는 대상이 되는 것을 엄마들은 기꺼이 받아들이는데, 보호하는 대상이 됐다고 해서 더 이상 보호받는 대상이 되지 않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되기>를 보면 아스트리드에게 안전감과 안정감을 주는 대상과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아스트리드의 아들 라쎄의 생물학적 아빠 레인홀드 블롬베리가 천하에 몹쓸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아스트리드에게 좋은 남자가 되지 못 한다는 점은, 아스트리드 입장에서 볼 때 완전히 사랑할 수도 완전히 미워할 수도 없게 만들어 그녀의 안전감을 훼손하게 만든다는 것을 영화를 통해 알 수 있다.
 
◇ 글자를 입력하고 수정하기 정말 쉬운 시대에 살면서 바라보는 타자기
 
글을 쓰는 사람의 관객의 입장에서 볼 때 아스트리드가 타자기를 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타자기는 수정이 쉽지 않기 때문에, 한 자 한 자를 입력하기 전에 얼마나 신중하게 생각하고 입력했을지 알게 한다. 한 자 한 자가 활자화돼 나오는 것이 얼마나 소중했을지 생각하게 만든다.
 
현재는 글을 쓰는 사람이 컴퓨터의 자판을 칠 때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을 정말 빠른 속도로 써 내려갈 수 있다. 빠른 속도로 감정선을 유지하며 글을 쓸 수 있는 시대, 썼다 지웠다 수정하기를 반복하기 쉬운 시대에, 혹시 이전의 작가들이 가지고 있었던 것 중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지 생각하게 만든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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