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Netflix) 오리지널 시리즈 <좋아하면 울리는> 제2회의 부제는 ‘좋아한다는 건,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일’이다. 조조(김소현 분)를 좋아한다고 솔직하게 말하지도 못하고, 가장 친한 친구인 선오(송강 분)에게 대답하기 힘든 질문을 계속 받는 혜영(정가람 분)의 좌절감에 마음이 아파온다.
<좋아하면 울리는>는 사랑의 반짝반짝함을 단순하게 펼치지 않는다. 주인공들이 마음대로 사랑하기 힘든 상황에 몰아넣고, ‘좋아한다는 건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전달한다. 현실적인 면과 판타지적인 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기에, 시청자들 또한 짠함과 설렘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 조조를 좋아한다고 말하지도 못하는, 혜영의 좌절감!
<좋아하면 울리는> 제2회에서 혜영은 선오로부터 "나, 김조조랑 키스했거든"이라는 말을 듣는다. (자신의 처지를 생각해서이겠지만) 자기는 조조를 좋아한다고 말하지도 못하는데, 아직 사귀는 것도 아니면서 키스 먼저 하고 온 선오를 보는 심정은 어떨까?
게다가 선오는 그것을 당당하게 말한다. 선오가 그냥 나쁜 사람이라면 미워하면 될 것인데, 나와 가장 친한 친구이고 내가 아끼는 친구이고 당당하기는 하지만 착한 사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미워하기도 쉽지 않은 것이다.
마음껏 분노하지도 못하고, 있는 그대로 슬퍼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포기하지 않겠다고 강하게 나가지도 못하는 혜영의 좌절감은, <좋아하면 울리는> 제2회에서 중요한 감정이자 정서이다.
선오는 키스한 것을 말하기 전에, 혜영에게 조조 좋아하냐고 몇 차례 물었다. 가장 친한 친구인 선오의 잔인함을 감내해야 하는 것보다, 어쩌면 조조를 좋아한다고 솔직하게 말했으면 자신이 선오 앞에 얼마나 창피하고 한심스러웠을까 하는 마음이 혜영에게는 더 클 수도 있다.
선오가 친한 친구가 아니라면 그냥 적으로 대하거나 이겨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드는 라이벌로 여기면 되는데, 그러지도 못하는 혜영에게는 양가감정(兩價感情, ambivalence)이 들 수밖에 없다. 양가감정은 두 가지 상호 대립되거나 모순되는 감정이 공존하는 상태를 뜻하는 심리학 용어이다
천계영 작가의 웹툰 원작을 관람하지 않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처음 <좋아하면 울리는>을 제2회까지 본 시청자는, 혜영에게 측은지심을 느끼며 혜영을 응원할 수도 있다. <좋아하면 울리는>은 시청자들에게 혜영파가 될 수 있는 통로를 먼저 열어준다는 점이 눈에 띈다.
◇ 마음, 사랑하는 감정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에 주목하는 <좋아하면 울리는>
<좋아하면 울리는>에서 어플 ‘좋알람’은 사람의 마음, 감정을 쉽게 알 수 있고 쉽게 제어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오히려 사람의 마음과 감정을 알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전제로 했다고 볼 수도 있다.
“내 마음이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거, 참 불공평한 것 같아”라는 말처럼 자신의 마음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쉽게 되지 않는다는 점을 <좋아하면 울리는>은 반복해서 알려준다.
“좋아한다는 건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일”이라는 표현처럼, 있는 그대로를 수용하고 인정해야 한다는 것 또한 <좋아하면 울리는>은 말하고 있다. 내 마음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은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했을 것이기 때문에, <좋아하면 울리는>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고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됨으로써 위로를 받게 될 수도 있다.
내 마음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은 매우 우울하고 답답하게 표현됐을 수도 있는데, <좋아하면 울리는>은 상대적으로 밝고 긍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성장드라마로서의 의미와 가치를 찾을 수 있다는 기대를 하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