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Netflix) 오리지널 시리즈 <좋아하면 울리는> 제5회의 부제는 ‘좋아하는 마음의 무게’이다. 힘들어하며 거리를 헤매던 김조조(김소현 분) 앞에 때마침 황선오(송강 분)가 나타난 것은 우연일까, 우연이 아닐까?
제4회에서 조조가 선오를 쓰담쓰담 했다면, 제5회에서는 선오가 조조를 쓰담쓰담 했다. 그렇다면 제6회에서는 두 사람이 서로를 쓰담쓰담 할까? 아니면 빠른 전개를 위해 갈등이 깊숙이 개입할까? 제1회부터 제8회까지 동시에 공개되지 않고 순차적으로 공개됐다면, 제5회 이후의 이야기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졌을 수도 있다고 여겨진다.
◇ 울던 조조 앞에 선오가 나타난 것은 우연일까?
<좋아하면 울리는> 제5회에서는 과거 기억이 떠올라 힘들어하며 거리를 헤매던 조조 앞에 때마침 우연히 선오가 나타난다. 그런데 때마침 나타난 것은 맞아도, 우연히 나타난 것은 아닐 수 있다.
선오는 조조를 찾기 위해 여기저기 빠르게 다니다가 드디어 만났을 수도 있고, 조조의 텔레파시가 선오에게 SOS의 메시지를 던졌을 수도 있다. 우연인 것 같은 만남이 필연이었거나, 혹은 선오의 노력 때문이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우연이나 운명처럼 보이는 행동과 상황에는 누군가의 진실하고 지속적인 노력이 들어있을 수 있다. 그 노력 자체가 우연과 운명을 만들었을 수도 있고, 그 노력을 인정한 절대자가 기회를 마련해줬을 수도 있다. 절대자는 신일 수도 있고, 자연의 원리일 수도 있다.
우연처럼 만남이 이뤄졌을 때 그 반복된 우연에 감탄하는 사람은 만남이 운명이라고 여길 수 있다. 그런데 그 우연 같은 만남은 만나고자 하는 상대방의 끊임없는 시도와 노력의 결과일 수 있다. 운명이라고 믿으면 운명이 된다는 것을 가정하면, 운명은 신이 만들 수도 있지만 운명이 되기를 정말 노력한 사람의 꾸준한 행동과 진심으로도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 하나도 구김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하며 에너지를 사용했을 조조
<좋아하면 울리는> 제5회에서 선오는 “나, 너 처음 봤을 때, 좋은 부모님 밑에서 사랑 듬뿍 받은 사람인 줄 알았거든. 하나도 구김이 없어서”라고 조조에게 말한다. 조조가 그렇게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조조는 구김이 없게 보이도록 알게 모르게 노력하며 정말 많은 에너지를 썼을 것이다. 그 에너지를 조조가 진짜 원하는데 썼으면, 조조는 많이 달라졌을 수 있다. 선오의 수용과 인정으로 인해, 조조는 이제 밝게 보이려고 일부러 노력하는 게 줄어들 것이고 이제부터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밝게 보이려고 노력한다고 다 그렇게 될 수 있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아마도 조조는 어릴 적에 부모와 할머니로부터 사랑을 듬뿍 받았을 것이라고 예상되는데, 그때 지지받았던 기억이 지금 버티게 하는 원동력일 수 있다.
조조는 조조의 엄마, 아빠와 좋은 기억과 안 좋은 기억을 모두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안 좋은 기억은 조조를 힘들게 만들 것이지만, 좋은 기억은 조조를 버틸 수 있게 만들 것이다. 좋은 기억과 안 좋은 기억이 같이 있을 때, 안 좋은 기억 때문에 좋은 기억까지도 부정해버리지 않는 조조의 긍정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제4회는 조조의 쓰담쓰담, 제5회는 선오의 쓰담쓰담! 그렇다면 제6회는?
<좋아하면 울리는> 제4회에서 조조가 선오를 쓰담쓰담 했다면, 제5회에서는 선오가 조조를 쓰담쓰담 했다. 선오는 조조의 앞머리가 아닌 뒷머리를 쓰담쓰담 했는데, 애정 어필보다는 위로와 칭찬의 정서가 더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선오는 “이상해, 너한텐 작은 것도 다 말하고 싶어”라고 조조에게 말했는데, 조조의 마음 또한 그럴 것이라고 추정된다. 제4회가 조조의 쓰담쓰담, 제5회가 선오의 쓰담쓰담이라면, 제6회는 이야기와 감정이 천천히 갈 경우 서로를 쓰담쓰담 할 수 있고 빠르게 진행될 경우 갈등과 오해로 둘 사이에 간극이 생길 수도 있다고 일반적으로 추정이 가능하다.
천계영 작가의 원작을 아는 시청자와 이나정 연출의 작품으로 처음 접하는 시청자는, 다음 회차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 것인지 예상하고 기대하는 것이 다를 수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8편이 동시에 공개됐다는 점은 매주 연속해서 방송하는 일반 미니시리즈와는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이 또한 시청자들에게 다르게 다가올 수 있다.
원작 웹툰이 있다는 점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처음 공개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회 시청하는 느낌과 소감을 공유할 때보다 제1회부터 제8회까지를 아울러 느낌과 소감을 공유할 때 <좋아하면 울리는>은 더 많은 공감을 얻을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