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Netflix) 오리지널 시리즈 <좋아하면 울리는> 제7회의 부제는 ‘숨겨두고 참아왔던 말, 너에게만 할 수 있는 말’이다. 제6회에서 이혜영(정가람 분)이 김조조(김소현 분)에게 캔 커피를 건넸다면, 제7회에서는 김조조가 이혜영에게 캔 커피를 건넸다. 제4회에서 김조조가 황선오(송강 분)를 쓰담쓰담 했다면, 제5회에서는 황선오가 김조조를 쓰담쓰담 했다는 점과 닮아 보인다.
‘쓰담쓰담’과 ‘캔 커피’를 통해 누가 먼저 마음을 전달했는지의 디테일을 살펴보면, <좋아하면 울리는> 시즌2에서의 스토리텔링과 정서가 어떻게 흘러갈지 추측할 수 있는 근거를 찾을 수 있다.
◇ 숨기고 싶은 순간에 나타난 남자! 그 사람만은 몰랐으면 했던 것들!
<좋아하면 울리는>은 감추고 싶은 순간에 나타난 남자로 인한 ‘심쿵’ 타이밍을 잘 살리고 있다. 이때 심쿵은 설렘과 창피함의 양가감정(兩價感情, ambivalence)을 모두 포함한다.
양가감정은 두 가지 상호 대립되거나 모순되는 감정이 공존하는 상태이다. <좋아하면 울리는>에서 조조의 양가감정은 주인공의 심리상태를 알려주면서 스토리텔링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게 만든다.
숨기고 싶은 순간에 내 눈앞에 나타난 남자가 예전에는 선오였는데 제7회에서는 혜영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사람만은 몰랐으면 했던 것들을 그 사람이 알게 됐을 때 나의 심정은 어떤지에 대해 <좋아하면 울리는>은 섬세하게 표현한다. 이는 내가 창피한가 아닌가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내가 감당할 수 있는가 아닌가의 문제일 수 있다.
◇ 참았던 것을 말할 때 시원함! 그 시원함을 가능하게 해주는 사람의 소중함!
<좋아하면 울리는> 제7회는 참았던 것을 말할 때 시원함을 정말 시원하게 보여줬다. 다리 위에서 강을 바라보며, 차마 하지 못했던 말을 외침으로써 마음의 응어리를 털어내는 조조와 혜영의 모습에 대리만족한 시청자도 많을 것이다.
조조는 자신의 현재 상황에 대해 외치고, 혜영은 “김조조”라고 세 번 외쳤다. 혜영의 마음속 응어리는 표현하지 못한 마음, 전하지 못했던 고백이었던 것이다. 더 직접적인 많은 말로 다 풀어내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간접적으로 이야기를 돌리지도 않은 절묘한 선택이라고 생각된다.
◇ 캔 커피의 의미
<좋아하면 울리는> 제7회에서 혜영은 “조조야! 살아있어 줘서 고마워. 더 고민해 볼게. 뭘 하면 니가 행복해질지”라고 조조에게 말했다. 혜영은 조조를 바라볼 때 조조에게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른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며 살 수밖에 없었던 조조에게, 혜영은 조조 본인이 주인공이라는 것을 알려주려 하고, 그 주인공이 행복한 주인공이 되기 위해 노력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전달한다.
혜영이 조조에게 마음을 전할 때의 진심과 용기, 타이밍은 인상적이다. 혜영은 다가감과 기다림의 균형을 유지하는데,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유지한다기보다는 두려움과 주저함이 그렇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모습에 공감하는 시청자도 많을 것이다.
제6회에서 혜영이 조조에게 캔 커피를 건넸다면, 제7회에서는 조조가 혜영에게 캔 커피를 건넸다. 제4회에서 조조가 선오를 쓰담쓰담 했다면, 제5회에서는 선오가 조조를 쓰담쓰담 했다는 점과 연결해 바라볼 수 있다.
조조와 선오의 관계는 조조와 혜영의 관계에 앞서 있다. 쓰담쓰담은 조조가 먼저 했고 선오가 따라갔는데, 캔 커피는 혜영이 먼저 건넸고 조조 또한 같은 행동을 이어갔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누가 먼저 한 행동인지는, 누가 먼저 깊은 곳에 있는 마음의 문을 열었는지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좋아하면 울리는> 제7회는 어떻게 하면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지 마음을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알려줬다. “내 이름을 불러주고, 내 행복을 대신 고민해주는 사람”이라는 조조의 내레이션은 현실에서도 같은 영향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캔 커피는 아날로그 감성을 의미할 수 있는데, 마음까지 디지털로 확인하고 전달하는 ‘좋알람’ 앱이 주는 직접적인 정서와 대비될 수 있다. 원작 웹툰의 천계영 작가와 드라마로 만든 이나정 연출, 이아연, 서보라 작가는 정서가 한쪽으로 너무 쏠리지 않고 최소한의 균형을 유지하게 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