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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서울독립영화제2016 상영작(7) ‘가현이들’

발행일 : 2016-11-27 13:15:09

윤가현 감독의 ‘가현이들(Arbeit Workers Union)’은 아르바이트 노동조합에서 만난, 감독과 이름이 똑같은 두 명의 가현이를 통해 알바노동자와 알바 노조를 조명한 다큐멘터리로, 제42회 서울독립영화제(서울독립영화제2016) 새로운선택 섹션의 장편 영화이다.

감독은 자신이 알바‘생’이 아닌 알바‘노동자’라고 말한다. 노동자로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영화는 관심을 가진다. 대기업 노조도 아닌, 정규직 노조도 아닌, 상시 계약직으로 구성된 비정규직 노조도 아닌, 알바 노조의 이야기이다. 이번 서울독립영화제2016은 소외된 사람들 중에서도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 서독제 관심, 소외된 사람들 중에서도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

‘가현이들’은 경쾌한 피아노 리듬으로 시작한다. 어둡게 시작해 무겁게 보임으로써 선입견을 갖기를 바라지 않는 젊은 감독의 마음이 전달된다. 대한민국의 올해 최저임금 6030원, 2016년 6월 19일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하는 사람들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라는 구호를 외친다.

‘가현이들’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가현이들’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이번 서독제(서울독립영화제)는 소외된 사람들 중에서도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들이 많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부자들 중에서도 부자가 있고 행복한 사람들 중에서도 더 행복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받아들이며 인지하고 있지만, 가난한 사람들 중에서도 극빈층의 가난한 사람들이 있고 소외된 사람들 중에서도 소외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종종 잊고 살아간다.

‘가현이들’은 아르바이트 노동조합에서 만난 이름이 같은 3명의 가현이들의 이야기이다. 개인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한다. 레드아이 해고자 이가현, 맥도날드 해고자 이가현, 그리고 생활비와 영화 제작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윤가현 감독의 이야기이다. 영화 마지막에는 이름이 똑같은 새로운 알바 노조 대구지부 조합원 이가현도 등장한다.

감독은 8년째 알바를 하고 있는데. 사람들은 알바를 직업으로 안 본다고 말한다. 8년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감독은, 자신이 한시적으로 용돈을 벌기 위한 알바생인지, 직업은 없는 것인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감독의 질문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가현이들’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가현이들’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 알바 노조의 한계점, 더 어려운 상황에서 행동하는 사람들

영화에서 잠시 벗어나 현실을 보면, 예전에는 취직이 잘 되던 시대가 있었다. 30대 중반이면 대기업 과장이 돼 결재권과 결정권을 가진 위치에 올랐는데, 지금은 30대 중반이 신입사원 혹은 부서의 막내인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가현이들’은 그마저도 아닌 20대의 알바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는 싸움이라는 것을 알면서 시작한다고 감독은 고백한다. 영화를 직접 보면, 알바 노조의 희망을 보면서 한계도 동시에 느끼게 된다. ‘가현이들’은 대기업 노조도 아닌, 정규직 노조도 아닌, 상시 계약직으로 구성된 비정규직 노조도 아닌, 알바 노조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대기업 노조는 일반인들의 관심을 받는다. 그들의 요구는 매스컴을 타고 사람들의 공감을 얻으며 곧잘 해결된다. 정규직 노조는 거의 철저하게 자신들의 이득에 관심을 둔다.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한다는 뜻이 아니라, 노조가 아닌 사람은 약자라 할지라도 보호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이는 노조 미가입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정규직이 아니기 때문에 정규직 노조에 가입하지 못하는 근로자 모두 해당된다.

‘가현이들’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가현이들’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중소기업 노조나 대기업 비정규직 노조는 투쟁 상대는 확실하나 일반인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노조의 조직성도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알바 노조는 투쟁 상대가 너무 많아 오히려 상대가 없는(!) 노조가 될 수 있는 위험성도 가지고 있다.

알바 노조가 직면한 한계점은 다른 측면에서 살펴볼 수도 있다. 공장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공장 노조는 근로자들이 한 곳에 모여 있기 때문에 하나로 움직이기 용이하다. 반면에 현장이 산재돼 있는 건설 노조는 전체가 한 번에 모이기 힘들다. 건설 노조의 단결성이 상대적으로 미흡한 이유이기도 하다.

알바 노조는 어떠한가? 알바노동자는 개인으로 일한다. 같은 회사도 같은 장소도 아니다. 다른 어떤 노조보다도 단체행동을 하기가 구조적으로 어렵다.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들 중 ‘가현이들’을 보면서 알바가 무슨 노조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소외된 사람들 속에서도 소외된 사람들은, 소외되지 않은 사람들과 제1차적으로 소외된 사람들로부터 모두 소외를 받을 수 있다. ‘가현이들’이 가진 아픔이자, 이 시대의 아픔이다.

‘가현이들’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가현이들’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 최저임금이 오르면 누가 가장 큰 수혜자일까?

알바 노조가 농성을 통해 얻는 것은 무엇일까? 제1차적으로는 최저임금 1만원일 것이다. 최저임금의 문제는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알바 노조가 직접 해결하기 힘든 사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도하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가현이들’의 작은 울림이 어떤 역사를 만들지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최저임금 1만원은 자영업자 사장님이 망하기를 원해서 외치는 구호가 아니라고 말하는 감독은, 자영업자 사장님을 위해서는 임대료를 내려야 한다고 강하게 어필한다.

영화 속에서 이런 부분을 다루지는 않지만, 최저임금이 오르면 가장 큰 수혜자는 누구일까? 민감할 수 있는 추측이지만, 아마도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일 것이다. 특히 고직급자가 가장 큰 혜택을 받을 것이다.

‘가현이들’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가현이들’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가장 마지막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해, 아이러니하게도 연쇄적으로 모든 임금은 오를 것이고. 같은 비율 또는 약간 작은 비율로 오르더라도 오른 절대 금액은 비교할 수 없이 차이가 날 것이기 때문이다.

알바도 노동자다는 개념을 전달하는 ‘가현이들’은 함께 사는 가치, 함께 사는 사회를 생각하게 만든다. 같은 불안감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는 사회의 아픔이자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인 각 개인의 살아있는 이야기이다.

윤가현 감독은 아르바이트를 하는 시간은 소중한 시간이고, 소중하고 아름다운 시간을 행복하고 가치있게 보낼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이 시대의 많은 가현이들을 응원하며, 미래에는 ‘가현이들’에 공감하기 보다는 그런 불합리한 때가 있었냐고 궁금해하는, 함께 사는 가치가 현실인 시대가 오기를 바란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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