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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서울독립영화제2016 상영작(9) ‘재꽃’

발행일 : 2016-11-28 21:40:21

‘재꽃’은 ‘들꽃’, ‘스틸 플라워’에 이어지는 박석영 감독의 ‘꽃 시리즈’ 3부작을 마무리하는 작품으로, 제42회 서울독립영화제(서울독립영화제2016) 개막작인 장편 영화이다.

이 작품은 이번 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World Premiere)로 상영된다. 월드 프리미어는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작품이라는 뜻으로, 이번 영화제를 참석한 관객들에게만 주어진 특별한 선물 같은 영화를 뜻한다.

◇ 의심, 믿음과 확신, 행복과 기쁨

‘재꽃’은 작은 캐리어를 끌고 낡은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한 소녀 해별(장해금 분)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전작인 ‘스틸 플라워’는 하담(정하담 분)이 끄는 캐리어와 캐리어 바퀴 소리에 좀 더 집중해 시간이 할애됐었다. 캐리어 끄는 소리는 ‘재꽃’이 ‘스틸 플라워’에서 이어지는 작품이라는 이미지의 고리 중 하나이다.

‘재꽃’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재꽃’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일주일 전 엄마에게 버려진 해별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아빠를 찾기로 결심한다. 영화는 해별이 아빠를 찾는 여정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놀라울 정도로 신기하게 바로 아빠를 찾는다. 감독은 아빠를 찾는 과정을 통해 충분히 긴장시킬 수 있는 상황에서 관객들을 긴장시키지 않는다.

관객이 반전을 느낄지 배신을 느낄지에 대해 감독은 배팅하지 않는다는 점이 주목된다. 극적 긴장감에 따른 카타르시스를 추구했다면, 128분의 짧지 않은 영화가 끝난 후 관객의 반응은 양분됐을 수도 있다. 감독의 선택에 박수를 보낸다.

갑자기 나타난 딸에 당황하는 아빠 병호(박명훈 분)는 의심에서 시작해 믿음과 확신을 거쳐 행복과 기쁨을 느낀다. 아빠의 감정 변화와는 달리 해별과 하담은 상대적으로 담담하다. 감독은 아빠와 딸에게 감정을 크게 주고받지 않도록 했다. 이 또한 같은 감정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 공감하여 이해하기 전까지, 그냥 독특한 캐릭터로 생각됐었다

‘스틸 플라워’에서 하담 혼자 감당하던 일을 ‘재꽃’에서는 하담과 해별이 같이 감당한다. 처음에는 하담이 해별을 도와주는 것으로 생각됐는데, 어느덧 같이 감당한다고 보이기 시작한다. 정하담과 장해금의 케미는 영화 속에서 돋보이는데, 친구, 언니와 동생, 엄마와 딸처럼 여러 면으로 잘 어울린다. 두 배우 모두 연기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가능한 케미다.

해별과 하담은 처음 만남에서부터 달리기를 한다. 두 사람이 손잡고 달리기를 하는 모습은 뜬금없이 보이기도 한다. 하담과 해별에게는 달리기 밖에 큰 공통점이 없었다.

‘재꽃’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재꽃’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그런데, 밤하늘을 보고 독백을 했던 해별처럼, 하담의 독백을 통해 그들의 공통점과 공감을 공유하게 된다. 그냥 독특한 캐릭터로만 여겨질 수도 있었던 하담의 행동과 내면을 이해하게 된 시간이다.

감독은 ‘스틸 플라워’의 탭슈즈와 탭댄스 다시 등장시킨다. 소리는 감독의 관심 중의 하나로 여겨진다. 탭댄스 소리, 병 입구에 바람을 불어서 내는 소리, 분노에 가득 찬 사람들이 울부짖는 소리. 소리로 표현된 아픔에 대한 위로는 치유가 아닌, 공유와 공감이다. 영화가 짧은 러닝 타임으로 압축해 표현됐다면, 깊은 울림을 어디까지 느낄 수 있었을지 알 수 없다.

◇ 생존에서 자립을 거쳐 위로까지, 세 편의 ‘꽃 시리즈’ 완성

박석영 감독은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가출 청소년들의 이야기 ‘들꽃’과 스스로 자립하려 애쓰는 이십 대 소녀의 이야기 ‘스틸 플라워’를 통해 생존과 자립을 차례차례 이야기했다. 각각의 이야기는 각각의 이야기로 의미가 있다.

‘재꽃’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재꽃’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또 하나의 이야기를 하며 앞의 이야기들을 마무리하는 ‘재꽃’은 연작이 주는 감정선의 이어짐 속에 더 깊은 감동을 준다. 그렇지만, ‘들꽃’과 ‘스틸 플라워’를 관람하지 않았다면, 관련 자료를 찾아보며 예습할 필요는 없다. ‘재꽃’은 ‘재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역순으로 관람해도 좋다고 생각된다.

박석영 감독의 꽃 시리즈는 본명을 사용한 정하담의 하담 시리즈라고 볼 수도 있다. 본명을 사용한 정하담은 연기를 하는게 아니라 영화 속으로 들어가 살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영화와 함께 캐릭터만 성장한 것이 아니라, 정하담이라는 배우가 성장했을 것이다. 박석영과 정하담, 두 사람이 각각 혹은 같이 어떤 이야기로 다시 돌아올지 기다리게 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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