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태 감독의 ‘핵마피아(The Nuclear Mafia)’는 핵마피아를 만나기 위한 시민 탐정들의 용감한 여정을 다룬 다큐멘터리로, 제42회 서울독립영화제(이하 서울독립영화제2016) 본선경쟁 섹션의 장편 영화이다.
◇ 예능적 요소를 가미하여, 진지함에 접근하는 또 다른 방법
‘핵마피아’는 국토 대비 원전 밀집도 세계 1위인 우리나라의 원자력 발전소를 둘러싼 경제적 이익집단을 파헤치고자 만든 작품이다. 공부하듯 무척 긴장하여 집중하며 사건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처럼 예상될 수도 있지만, 영화는 관객에게 재미있고 친근하게 다가가려고 노력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 작품은 심각한 문제를 예능적 요소를 가미하여 만든 다큐멘터리이다. 시위와 투쟁의 방법도 예능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최근 인기 시사 프로그램인 ‘썰전’과 ‘강적들’은 민감한 시사 문제를 예능적인 방법으로 접근해, 진지하게 말할 때 방어적으로 조심하느라고 오히려 하지 못하는 말들을 거침없이 전달해 청취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핵마피아’는 시대적 트렌드를 따라가고 있는 작품이다. 너무 진지하기만 한 다큐멘터리는 많은 사람들이 접근하며 관람하는데 저해가 될 수도 있다. 진지하게 풀 것인가, 널리 공유할 것인가에 대해 감독은 고민했을 것으로 사료된다.
시트콤 같기도 하고, 애니메이션 같기도 한 구성을 볼 수 있는 시간도 있다. 중요한 것은 진지함을 희석하거나 훼손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메시지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전달했다는 것이다.
◇ 사람을 찾는 과정을 통한 호기심 자극
‘핵마피아’는 9명의 탐정단과 함께 핵마피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핵마피아가 누군지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한다. 핵마피아 탐정단 수첩, 탐정단의 결의 등을 통한 추적과 추격전은 실전이 주는 호기심을 배가시킨다.
추리극, 탐정극에도 해당되지만, 드라마, 웹드라마에서 미래의 남편을 찾는 등 누군가인지를 찾는 것에 관객들은 큰 관심을 가진다. 사람을 찾는다는 것은 진실을 직접 찾는다는 것과는 달리, 많은 사람들에게 오히려 직접적인 호기심을 준다. 스토리텔링에 무척 큰 관심을 가지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징이 작용한다.
‘핵마피아’는 핵의 위험성에 대해 시민들의 관점에서 찾아보는 작품인데, 기술적인 면으로만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핵마피아인지 사람을 찾는 과정을 통해 본질에 접근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 핵마피아는 과연 존재하는가? 실체가 없는 마녀사냥일 뿐인가?
핵마피아는 실제로 존재하는가? 아니면 실체가 없는 마녀사냥일 뿐인가? 영화는 인터뷰를 통해 반대 의견도 들으며, 그 이유와 논리를 추적한다.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정부부처, 이익을 창출하는 산업계, 관리 감독하는 규제 기관, 홍보지원 업무를 하는 언론과 홍보, 연구개발 및 논리를 제공하는 학계에 있는 사람 모두 핵마피아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영화는 열어놓고 있다.
간 나오토 전 일본 총리는 인터뷰를 통해 “일본 핵마피아는 큰 네트워크, 중심은 역시 전력회사, 학자, 정치그룹이 여러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고 상당히 강력하다”고 말했다. 또한 “본인이 스스로 핵마피아라고 말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고 덧붙였다.
‘핵마피아’는 각자의 삶의 공간에서 핵문제와 맞서 싸운다면 탈핵도 가능하다는 믿음의 메시지를 전한다. ‘핵마피아’가 원하는 것은 핵마피아를 찾아서 응징하는 것일까, 원전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세상을 만들고 싶은 것일까? ‘핵마피아’가 주는 여운은 ‘핵마피아2’를 기대하게 만든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