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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서울독립영화제2016 상영작(5) ‘꿈의 제인’

발행일 : 2016-11-24 13:04:00

조현훈 감독의 ‘꿈의 제인(Jane)’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꿈과 환상, 현실의 세계에서의 가출 소녀와 가출팸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으로, 제42회 서울독립영화제(이하 서울독립영화제2016) 본선경쟁 섹션의 장편 영화이다.

◇ 현재와 과거, 꿈과 현실을 오가는 ‘꿈의 제인’

직접 영화를 보면 ‘꿈의 제인’은 제목처럼 몽롱한 느낌을 전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꿈인지 환상인지, 기억인지 생각인지, 현재와 과거는 나눠있긴 하지만 혼동되는 부분도 있다. 논리적으로 앞뒤를 따지며 맞추려면 무척 불편한 영화인데, 영화적 환상을 인정하고 정말 꿈처럼 바라보면 카타르시스가 남는 작품이다. 가출 소녀 소현(이민지 분)의 불행이 그냥 꿈속의 일 같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초현훈 감독의 개성이 돋보인 연출은 관객들에게 몰입을 요구한다. 만약 영화를 보면서 어떤 장면을 집중해 생각하다 보면 중간에 놓친 부분이 생길 수 있다. 이 영화에서 그런 부분이 생겼다면, 그 부분을 끼워 맞추려고 노력하기보다는 그냥 그 시각부터 다시 영화를 보기 시작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편할 것이다. 중간에 놓친 부분을 생각하다가 뒷부분을 다 놓칠 수도 있다.

‘꿈의 제인’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꿈의 제인’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음악은 몽롱함 속의 차분함을 느끼게 만든다. 제인(구교환 분)은 일반적이지 않은 삶을 살면서 힘들고 불행하지만, 다른 사람들을 챙긴다. 제인은 어쩌면 그들에게 롤모델일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꿈의 제인’에서 음악이 주는 차분한 감성은 몽롱할 수 있는 자신의 삶 속에서 다른 사람들을 차분히 챙기는 제인의 이미지와 닮아있다.

감독은 소현을 바라보면서도, 제인의 입을 빌려 하고 싶었던 질문을 관객들에게 계속 던진다고 느껴진다. ‘꿈의 제인’에서 도처에 쌓인 불행은 매우 특별한 것도 아니고 매우 자극적인 것만도 아닌 일상이기에, 음악이 주는 몽롱함 속의 차분함은 감독이 던지는 메시지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는데 도움이 된다.

◇ 어떻게 다른 사람들과 같이 지낼 수 있을까?

소현은 어떻게 사람들과 같이 있을 수 있는지, 방법을 알고 싶다. 관계 속에서 어떻게 잘 지내는지에 대한 고민은 현실에서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된다. 인간관계는 그 어떤 누구에게도 힘든 일인데, 소현처럼 어리숙하면서도 이기적이라면 더욱 그럴 수 있다.

‘꿈의 제인’에는 가출팸이 나온다. 가출팸은 가출과 가족(Family)의 합성어로, 가출한 아이들이 가족처럼 지내는 공동체를 뜻한다. 가출팸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질 때, 가족의 개념이 도입된 이유가 무엇일까?

‘꿈의 제인’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꿈의 제인’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집을 나왔지만, 가족에 속하고 싶은 마음이 기저에 깔려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가족이라는 소속의 안정감이 집 나온 아이들에게 더욱 필요할 수도 있다. 당장의 현실적인 주거 문제, 생활 문제도 있지만, 심리적인 문제가 더욱 중요하게 작용한다.

소현은 집을 나온 사람들의 공동체인 가출팸에도 잘 적응하지 못한다. 소현을 받아주는 가출팸도 거의 없다. 소현은 소외된 사람들 중에서도 또다시 소외된 것이다. 최근 영화에는 주류에서의 소외만 다루지 않고, 소외된 사람들 중에서도 소외된 사람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은데 ‘꿈의 제인’도 그렇다.

영화 시작시 소현 역의 이민지는 내레이션을 통해 자신이 태어날 때부터 진실하지 않았고, 처음 배운 말이 거짓말이라고 했다. 영원히 사랑받지 못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과도한 현실인식은 자기최면이 돼 다음 불행을 이끌 수도 있다. ‘꿈의 제인’의 몽롱함 속에 그런 생각이 강해진다.

◇ 과하지 않으면서도 내면 깊숙함을 표현한, 이민지와 구교환

‘꿈의 제인’에서 이민지와 구교환의 연기는 무척 인상적이다. 과하게 들어가지 않으면서도 내면 깊숙한 감정의 표현에 두 사람 모두 탁월함을 발휘했다. 이민지는 구교환과의 케미, 지수 역의 이주영과의 케미 모두 잘 소화했다.

이민지는 가출 청소년이 겪는 심리적 변화의 디테일을 실감나게 표현했다. 너무 강력한 캐릭터로 어필한 것도 아니고 존재감이 미약한 캐릭터로 남지도 않으면서, 실제로 현실에서의 소현이라면 저랬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연기를 펼쳤다.

‘꿈의 제인’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꿈의 제인’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구교환은 트렌스젠더 소화하는 연기력을 발휘했다. 구교환이 맡은 제인은 어떻게 보면 강렬하게 다름을 내포하고 있지만, 달리 보면 평균적인 그런 모습으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일반적인 면도 가지고 있다.

배우 겸 독립영화 감독인 구교환이 ‘꿈의 제인’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모습의 제인을 표현하는 것은 무척 자연스럽게 여겨졌다. 이번 작품에 배우로 참여한 구교환은 나름대로 제인을 해석하고 자기화하는데 많은 공을 들였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구교환의 제인은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에게 사랑을 얻지 못하면서, 여자들과 동병상련을 통한 교감과 소통에 능하다. 가출팸의 아이들을 돌보는 사랑의 마음도 가지고 있다.

조현훈 감독은 ‘꿈의 제인’에서 두 배우들과 함께 가출 소녀와 트렌스젠더의 내면으로 깊숙이 들어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화시키거나 미화시키기보다는, 각각의 인물에 그냥 순수하게 집중했다는 느낌을 준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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