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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서울독립영화제(16) ‘직무유기’ 잘못을 바로잡을 용기가 있는가?

발행일 : 2017-11-16 14:23:31

신지훈 감독의 ‘직무유기’는 제43회 서울독립영화제(서울독립영화제2017, SIFF2017) 본선경쟁 부문의 월드프리미어(World Premiere) 단편 영화이다. 부대에는 이등병 이승우(엄준기 분)가 소대 부조리를 고발하는 소원수리를 긁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갑작스럽게 닥친 상황에 당황한 중위 전상진(전석호 분)은 사건을 은폐하자는 부하직원의 제안을 충실하게 따르기 시작한다. 무언가 잘못된 것에 대해 바로잡을 용기가 없는 사람들은 계속 뒤따르는 잘못을 저지를 수밖에 없다.

‘직무유기’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직무유기’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 ‘무엇이 잘못됐냐?’에서 시작해, ‘누가 잘못했냐?’를 거쳐, ‘잘못을 덮어야 한다’로 빠르게 초점이 변화한 단편 영화

감독은 “집단이 집단의 이익을 위해 비극을 외면하는 순간에 대하여 말하고 싶었다.”라고 연출 의도를 밝힌 바 있다. 영화 초반은 군 내부의 왕따 문제로 시작해 흔하게 예상할 수 있는 이야기가 펼쳐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무엇이 잘못됐냐?’로 시작한 이야기는, ‘누가 잘못했냐?’를 거쳐, ‘잘못은 덮어야 한다’라는 결론으로 비약적인 변화가 이뤄진다. 순간의 잘못된 판단에 당황하는 것은 등장인물뿐만 아니라 관객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직무유기’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직무유기’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 잘못을 바로잡을 용기가 있는가? 덮으려 할수록 더 큰 잘못된 결과에 도달할 수 있다

군 의문사를 직간접적으로 종종 접하는 우리들에게 이 영화는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질 수 있다. 관객들도 관람하면서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는 시간을 겪게 될 것인데, 누구든 내 안의 악마적인 면이 없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갑자기 저런 상황에 닥치면 우리도 그들처럼 행동할지 모른다. 잘못된 행동을 일단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지만, 잘못된 행동을 했다면 더 이상 잘못되지 않게 바로잡아야 한다. 나에게는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용기가 있을까?

‘직무유기’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직무유기’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직무유기’는 집단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다. 단지 집단 속에 있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 회피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진 개인들이 모여 집단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 전상진은 처음부터 잘못을 덮으려 치밀하게 행동하기보다는 잠시 머뭇거리는데. 주변의 말을 듣고 확실한 선택을 하고 실행에 옮긴다. 개인의 잘못도 무섭지만, 집단 속에서의 개인의 잘못이 얼마나 무서워질 수 있는지 ‘직무유기’는 보여주고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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