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배일 감독의 ‘소성리’는 제43회 서울독립영화제(서울독립영화제2017, SIFF2017) 본선경쟁 부문의 장편 영화이다. 영화는 사드(THAAD; 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배치된 소성리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다큐멘터리이다.
한적한 시골 마을이었던 소성리는 사드 문제로 인해 대한민국의 소성리, 세계 속의 소성리로 급격하게 관심을 받다가, 현재 진행 중인 상황에서 아직 주민들의 이해와 동의를 채 얻지 못한 채 사람들로부터 서서히 잊히고 있다.
◇ 지역 자체나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제정세로 인해 망가지는 지역과 개인의 삶
‘소성리’는 영화 초반에 소성리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을 보여준다. 깨를 심고, 밭에 난 풀을 뽑고, 감자를 캐며 하루 종일 땀을 흘리기도 하고, 작은 수풀이 만든 그늘에 앉아 중참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어제와 다르지 않았던 소소한 시골 마을 소성리의 하루의 일상적인 삶의 변화하기 시작했다.
사드 배치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소성리는 6.25 전쟁 당시의 질곡의 역사를 겪은 지역이다. 인민군이 빵을 팔았던 마을회관과 한국군이 주민들을 학살했던 마을 입구의 상흔은 또다시 아픔의 역사를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는 지역 자체나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제정세로 인해 망가지는 지역과 개인의 삶에 관심을 가진다. 사드 배치 찬성과 반대를 지지하는 사람들 대부분 정치적인 성향, 개인적인 신념으로 소성리를 바라보는 경향이 있는데, ‘소성리’는 지역 주민의 삶에 대해서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집중적으로 개인의 삶에 파고들어 보여준 것은 관객이 잘 이해하도록 하기 위한 감독의 선택이었을 것인데, 픽션 영화가 아니라 다큐멘터리 영화이고 개인의 이야기보다는 지역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어쩌면 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 중국과의 사드 갈등이 일단 봉합된 상황에서... 적막감은 흐르지만 계속되는 사드 반대 운동
11월 11일, 사드 갈등을 봉합해 양국 교류 협력을 정상궤도로 회복하자고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뜻을 모았다. 사드로 인한 중국과의 갈등으로 사드 자체보다 사드로 인한 피해가 더 부각되고,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이 이뤄졌기 때문에 사드가 설치되기로 한 최초 시점과 여론 및 언론은 어느 정도 달라졌다.
중국의 거센 반발로 인한 갈등이 일단 봉합된 지금, 소성리에도 일단 적막감은 흐르지만 사드 반대 운동은 계속되고 있다. 영화는 중국과의 갈등의 봉합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소성리 주민들과의 갈등을 봉합하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한다.
영화가 가진 사회적 힘 중 하나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켜 공론화하고 해결을 위한 시도를 시작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미제 사건이나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졌을 경우 해결책이 마련된 경우가 많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 수 있다.
‘소성리’는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로 만든 영화가 아니고, 영화가 만들어졌을 때와 현재는 상황이 급변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영화가 관객들의 선택에 영향을 줄 수도 있겠지만, 상처 입은 주민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치유하는데 더 큰 공감대의 토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