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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서울독립영화제(03) ‘국가에 대한 예의’ 살아남은 사람이 왜 자책해야 하는가?

발행일 : 2017-11-06 19:04:18

권경원 감독의 ‘국가에 대한 예의(Courtesy to the Nation)’는 제43회 서울독립영화제(서울독립영화제2017, SIFF2017) 새로운선택 부문의 장편 영화이다. 영화 초반에는 영화 제목을 반어적이나 역설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데, 국가를 바로 세우기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이 현재 우리 삶의 토대를 만들어주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면서 영화 제목을 달리 해석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1991년 4월 26일부터 5월 25일까지, 국가의 불의에 저항하던 11명의 젊은이가 목숨을 잃었다. 국가는 유서를 대신 써주고 죽음을 방조했다는 사법사상 유일무이한 혐의로 모든 죽음의 책임을 스물일곱의 강기훈에게 전가했는데, 그로부터 24년이 흐른 후 간암 판정을 그에게 최종 무죄가 선고됐다.

‘국가에 대한 예의’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국가에 대한 예의’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 살아남은 사람이 미안함을 가져야 하는가? 살아남은 사람이 왜 자책해야 하는가?

살아남은 사람이 미안함을 가져야 하는가? 살아남은 사람이 왜 자책해야 하는가? ‘국가에 대한 예의’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살아있는 자신에 대해 자책한다. 같이 죄를 졌을 때 누군가가 그 죗값을 치러야 하는 경우라면 그로 인해 희생된 사람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 있다.

그런데, 죽을만한 잘못을 한 적이 없는데 왜 그들을 대신해서 죽어야 하지 않았었냐고 지금까지도 자책해야만 하는가? 영화는 허망한 죽음을 환기함과 동시에 허망한 죽음 곁의 인물들이 어떻게 삶을 견디고 기억해왔는가에 관심을 가진다.

‘국가에 대한 예의’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국가에 대한 예의’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같은 장소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그때 먼저 간 사람들을 위로한다면, 우리는 그때 그 현장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감싸 안아야 한다. 잘못한 사람들이 자책을 해야지, 잘못하지 않은 그들은 더 이상 자책하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해줄 수 있어야 한다.

◇ 잔혹함에 대한 폭로, 참을 수 없는 분노로만 밀어붙이지 않는다... 기타를 위한 전주곡

‘국가에 대한 예의’는 무척 아픈 이야기를 담고 있으면서도 잔혹함에 대한 폭로, 참을 수 없는 분노로만 밀어붙이지 않는다. 관조적이면서도 객관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은 오히려 더욱 설득력 있는 연출력을 보여주고 있다. 선입견을 가능한 가지지 않게 하려고 최대한 노력하면서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은 거부감 없이 진실에 더욱 다가서게 만든다.

‘국가에 대한 예의’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국가에 대한 예의’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기타를 위한 전주곡’으로 시작한 음악 스토리텔링은 관객들을 지나치게 힘들지 않게 하면서도 정서적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하는데 효과적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대역이 필요한 장면을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기법을 활용한 인형극으로 표현한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영화 속에서 강기훈이 치는 서글픈 기타 소리는 마음 한편을 심하게 요동치게 만드는데, 살아남은 자의 봉인된 기억이 단지 지나간 사건으로만 기억되지 않고 정서적으로 살아 숨 쉬게 만들었다는 점도 주목된다.

‘국가에 대한 예의’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국가에 대한 예의’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존중,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믿음

‘국가에 대한 예의’는 독재 정권에 대한 항거, 불의에 대한 저항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볼 수도 있지만,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믿음,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측면에서 볼 수도 있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존엄성을 희생해야만 했던 사람들. 영화의 대상이 되는 80년대 말, 90년대 초는 아직 이어지고 있는 현실이지만, 어쩌면 우리 마음의 한구석에는 지나간 과거의 이야기로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되묻게 된다.

‘국가에 대한 예의’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국가에 대한 예의’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처음부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흘러가는 현재의 모습을 보면, ‘국가에 대한 예의’에 나온 목숨을 바쳤던 사람들도 만약 20년 후에 태어났다면 취업 준비를 위해 매일 좌절하며 지낼 수도 있을 것이다.

반대로 현재의 청춘들도 20년, 3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그들과 같은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생명에 대한 존엄성, 인간존중의 정신,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믿음은 ‘국가에 대한 예의’가 과거에만 머물지 않고 현재까지 살아 숨 쉬는, 그리고 미래를 이끌어가는 이정표가 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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