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윤식 감독의 ‘로타리’는 제43회 서울독립영화제(서울독립영화제2017, SIFF2017) 새로운선택 부문의 장편 영화이다. 영화는 차분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우울한 정서로 시작하는데, 아름다운 색감으로 펼쳐지는 영상 속에서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찾으려고 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세상에 나 혼자만 있는 것 같고 세상에 나만 억울한 것 같아도, 누군가 한 사람만이라도 나를 믿어준다면 나를 중심으로 한 세상이 얼마나 새롭게 다가올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감독의 긍정적인 세계관을 확인할 수 있다.
◇ 누군가 한 사람만이라도 나를 믿어준다면
‘로타리’에서 일영(진일영 분)은 어머니를 지키기 위해 10년 전에 저지른 전과로 살인자로 낙인찍혔다. 일영이 마을에 나타나자 사람들은 내쫓으려 하지만, 화연(허경미 분)은 살인자가 아닌 그냥 자신보다 어린 사람으로 감싸고 보호한다.
몸과 마음이 절박한 사람에게는 누군가 단 한 사람만이라도 자신을 믿어준다면, 그 절박한 상황에서 괜찮다고 손을 내밀어 주는 사람이 단 한 사람만이라도 있다면, 그의 삶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막다른 길에 몰리지 않더라도 누군가 나의 존재와 가치를 인정한다면, 많은 사람이 아니라 단 한 사람이라도 그렇게 한다면 그의 인생은 놀라울 정도로 바뀔 수도 있다. 나를 믿어주기를 바라는 것도 좋지만, 화연처럼 먼저 누군가를 믿어주면 어떨까?
◇ 죄를 지은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죄를 짓지 않은 사람이 죄책감에 괴로워한다
‘로타리’에서 화연은 일영의 삶을 빼앗아간 필형(이재우 분)이 자신의 아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던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자신이 해결하지 못했던 과거 때문에 일영의 삶이 무너졌다고 자책한다.
실제로 죄를 지은 사람은 따로 있는데 그리고 그 죄인은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없는데, 자신이 그것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자책하는 사람은 의외로 꽤 많다. 피해자가 가해자처럼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는 현실에 대해 영화는 날카롭게 집중한다.
‘로타리’에서 감독은 관객들을 한쪽으로 줄 세우지 않는다. 감정이입한 관객이 어떤 선택을 하든 갈등하게 만들고, 결국 선택을 하더라도 각자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주입하기보다는 가이드만 주고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드는데, 더욱 몰입하게 만들 수도 있고 감정이입을 다소 방해할 수도 있다.
◇ 영도(影島)가 본래 지명 절영도(絶影島)의 의미를 찾기를 바라는 감독의 마음에 공감하며
우윤식 감독의 연출 의도에 의하면 부산의 ‘그림자 섬’인 영도(影島)의 원 지명은 절영도(絶影島), 즉 ‘그림자를 끊는 섬’이었다. 해방 직후 바뀐 이름이 주는 이미지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감독은 그림자 섬에서 다시 그림자를 끊는 섬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일영과 화연의 감성에 집중하는 것은 과거의 그림자에 집착하기 위함이 아니라, 현재의 그림자를 끊기 위해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감독은 일영과 화연이 마치 영도와 절영도와 같다고 했는데, 어쩌면 일영 안에도 영도와 절영도가 있고 화연 안에도 영도와 절영도가 있다고 생각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