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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서울독립영화제(13) ‘소공녀’ 진지하지 않으면서 진지한 블랙 코미디

발행일 : 2017-11-14 18:16:26

전고운 감독의 ‘소공녀’는 제43회 서울독립영화제(서울독립영화제2017, SIFF2017) 본선경쟁 부문의 장편 영화이다. 돈 때문에 해야 할 일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해야 하는지, 하고 싶은 일을 위해서 자신이 소유한 가장 중요한 것을 포기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게 만드는 영화이다.

‘소공녀’는 가볍고 시크하게 볼 수도 있지만 이 시대를 사는 우리 삶의 이야기를 꿰뚫어볼 수 있는 이야기로, 진지하지 않은 감각적인 이야기 속에 내면의 진지함이 묻어있는 작품이다.

‘소공녀’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소공녀’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 하고 싶은 일을 하느라 가난한 사람들, 삶의 가치는 자신이 정하는 것

영화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느라 가난한 사람들을 낭만적으로 그리고 있다. 현대판 거지를 연상할 수도 있고, 현대판 로맨티시스트를 떠올릴 수도 있다. 담배와 위스키가 집보다 중요한 미소(이솜 분)는 담뱃값을 확보하기 위해 월세를 올려달라는 방을 빼고 다른 사람의 시세를 진다.

3포 세대, 5포 세대라는 말이 예전부터 듣던 말인 것처럼 익숙하고,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시대에 ‘소공녀’가 던지는 가볍고 유쾌한 메시지는 작은 판타지와 힐링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소공녀’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소공녀’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치열하게 살면서도 눈에 보이는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시대에 ‘소공녀’의 주인공처럼 산다는 것은 현실적으로는 낭만적일 수 없지만, 하고 싶은 것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작은 위안을 전해줄 수 있다.

◇ 공공 화장실에서 머리 감아 본 사람은 혼자 웃을 수 있는 영화

집이 없는 미소는 공공 화장실에서 머리를 감기도 한다. 실제로 공공 화장실에서 머리를 감아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속으로 재미있게 웃을 수 있을 것이다. 눈치 보면서 했던 행동을 다른 사람이 하고 있다는 것을 보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일 수도 있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무척 재미있는 일일 수도 있다.

‘소공녀’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소공녀’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 아무 곳에서나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부러울 수도 있는 사람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일지라도 영화 속에서 미소가 담배를 아무 곳에서나 피우는 모습은 부러울 수 있다. ‘소공녀’는 단순한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 같지만, 그 과정에 많은 다양함을 내포하고 있다. 독립영화이지만, 상업영화 같은 다양성을 포함해 다양한 관객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집이 없는 게 아니라 여행 중이라는 당당함을 표현하는 미소는 여러 집을 거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일과를 보낸다. 등장인물과 이야기를 한정하지 않았기에 집을 옮겨가면서 새로운 에피소드를 펼칠 수 있었고, 관객들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었다는 점은 좋은 선택이라고 여겨진다. 미소의 남자친구 한솔 역의 안재홍의 대놓고 웃기지 않으면서도 웃게 만드는 연기는 영화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소공녀’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소공녀’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 찌질할 수 있는 이야기, 쪼잔할 수 있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엮어가는 감독의 연출력

감독은 찌질할 수 있는 이야기, 쪼잔할 수 있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엮어가는 연출력을 발휘했다. 하나의 이야기로만 단순하게 이야기를 이어가지도 않고, 슬프거나 비참하게 보일 수 있는 장면을 재미있게 표현하는 것을 보면 감독의 상업영화 연출에 대한 기대를 갖게 만든다.

‘소공녀’는 이솜의 주연 가능성을 보여준 영화이기도 하다. 독립영화에서의 원 톱 주인공으로서 좋은 성적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독특하면서도 자연스러운 표정연기는 실제 미소의 모습일 것이라고 생각된다는 점도 흥미롭다.

‘소공녀’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소공녀’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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