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나현 감독의 ‘소설가 정연씨의 일일’은 제43회 서울독립영화제(서울독립영화제2017, SIFF2017) 새로운선택 부문의 월드프리미어(World Premiere) 단편 영화이다. 글을 쓰고 싶은 꿈을 가진 정연(이현진 분)은 회사에서 잡무를 처리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감독은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세상에 자신의 목소리를 힘껏 소리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연출 의도를 밝힌 바 있는데, 영화에서 정연이 힘껏 소리치고 싶은 것은 회사 생활에서의 불합리와 자신이 쓰고 싶은 소설에 대한 목소리이다.
◇ 의지를 포함하고 있는 영화 제목, 소설가가 되고 싶은 정연씨가 아닌 소설가 정연씨
영화의 제목은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소설가가 되고 싶은 정연씨가 아니라 소설가 정연씨이다. 영화에서 정연의 위치는 막내 사원이면서 소설가 지망생인데, 소설가 지망생이라고 표현하면 막내 사원의 역할이 더욱 강조될 수 있는데, 소설가라고 미리 명명함으로써 희망의 메시지를 의지에 담아 표현하고 있다.
◇ 내면을 표현하는 내레이션, 이메일의 내용을 전달하는 내레이션
‘소설가 정연씨의 일일’에서는 이메일의 내용을 정연의 내레이션으로 표현한다. 우리나라 관객들은 내면을 표현한 내레이션은 좋아하지만, 사건을 설명하는 내레이션은 싫어하는 경향이 있는데, 정연의 내레이션은 내면의 이야기와 함께 일본에 있는 동생 이야기가 포함돼 있다.
단편 영화에서 축약해 사건을 표현하면서도 내면의 이야기를 더욱 부각하게 만들기 위해 이메일을 내레이션으로 표현한 것은 좋은 선택이다. 만약 이메일의 내용이 화면으로만 전달됐으면 감정 전달이 줄어들어 사건 위주의 전달이 됐을 수도 있다.
◇ 사소한 업무를 잡음 없이 잘 할 것인가? 사소하지만 불합리한 상황에서 제대로 목소리를 낼 것인가?
‘소설가 정연씨의 일일’에서 글을 쓰고 싶은 정연을 회사 사람들이 방해하지 않고 때로는 관련 업무를 연결해준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다. 회사에서는 업무 이외에 개인의 성취를 위해 노력하는 것을 대놓고 방해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만약 회사에서 정연이 모든 면에서 구박과 핍박을 받는 것으로 설정됐으면, 불합리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수 있느냐보다 불합리가 만연한 일상 자체에 초점이 맞춰질 수도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영화 설정의 디테일을 돋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