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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스포주의’(감독 김경윤) 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46)

발행일 : 2017-02-14 19:48:16

김경윤 감독의 ‘스포주의’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영화 시작과 동시에 제목과 함께 ‘본 영화에는 다량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라는 자막이 제공된다.

스포일러(Spoiler)는 영화, 소설, 애니메이션 등 줄거리와 내용이 중요한 장르에서 예비 관객이나 독자, 특히 네티즌들에게 미리 밝히는 행위 또는 그 행위를 한 사람을 일컫는 말로, 스포일러는 긴장감을 저하하고 흥행에 찬물을 끼얹는 요소이다.

‘스포주의’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스포주의’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 핫한 이슈 자체로 영화를 만들다

영화의 스포일러를 사람들이 싫어한다는 것 자체로 영화를 만든 아이디어는 ‘스포주의’에 처음부터 관심을 갖게 만든다. 스포를 싫어하는 김주연(박세인 분)은 만화방 알바 이수만(유수빈 분)에게 스포 된 책 대여의 환불을 요구하고, 만화방에 있던 썬글라스 배철수(홍지석 분), 고딩 김유민(이수연 분), 코딱지 왕건(조기성 분) 중 누가 범인인지 찾기 시작한다.

만화방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코믹한 재미를 선사한다. 추리의 과정도 무겁기보다는 유쾌하다. 무거운 톤이었으면 전달할 수 있었던 것은 제목 그 자체 하나로 머물 수 있었는데, 가벼운 톤을 유지하면서 재미를 높였다.

‘스포주의’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스포주의’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도대체 어디까지를 스포라고 봐야 할 것인가? 최종 결론만 말하지 않으면 스포를 하지 않은 것인지, 중간의 주요 사건까지 이야기하지 않아야 스포를 하지 않은 것인지, 공식 예고편만 넘어가도 스포인 것인지의 기준에 따라 사람들이 느끼는 스포 회피 정도는 달라진다.

◇ 단편영화 리뷰 쓰면서 스포일러 피하기

장편영화의 리뷰를 쓰는 것보다 단편영화의 리뷰를 쓰는 것이 일반적으로 훨씬 어렵다. 필자는 가능하면 스포일러를 쓰지 않고 리뷰를 쓰려고 하지만 본의 아니게 스포가 되는 경우도 있다.

영화의 스포에 사람들은 엄청 거부감을 보이면서도 타 장르에는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오페라, 발레, 미술 등의 장르는 공연을 보러 가기 전에 미리 공부하기도 한다. 아예 스포를 대놓고 공부하고 가는 것이다.

‘스포주의’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스포주의’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드라마의 경우는 더 심하다. 드라마는 본방이 아직 끝나기 전에 벌써 방송의 대본을 스캔한 것 같은 기사들이 넘쳐나는데, 독자들은 드라마 스포에는 공감의 댓글을 달면서 좋아한다.

영화의 경우 천만 관객이 들더라도 시간이 필요하고 그 기간 동안 영화를 볼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자료를 찾기 때문에 스포를 싫어하지만, 드라마의 경우 볼 사람은 전부 본방을 사수했다고 여기는 문화가 퍼져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스포주의’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스포주의’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 친절한 엔딩크레딧

‘스포주의’의 엔딩크레딧은 다른 영화보다 상대적으로 친절하다. 예를 들어 ‘배철수 홍지석’이라고 표기하지 않고 ‘썬글라스 배철수 홍지석’이라고 표기했다. 배역 이름이 자주 반복되지 않으면 관객들은 누가 배철수 역이었는지 알지 못한다. 선글라스라는 설명을 덧붙여 ‘스포주의’는 누가 어떤 배역이었는지 명확하게 알게 했다.

매우 유명한 배우가 아닐 경우 영화에서 인상적으로 봤더라도 사람들은 배역과 배우를 매칭하지 못하는 경우 많다. 기성 배우가 아닌 경우 어떤 한 사람의 관객이라도 나를 의미 있게 기억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감동을 받을 수 있을 것인데, 관객들은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배우를 찾아서 기억하기는 쉽지 않다.

‘스포주의’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스포주의’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그런 측면에서 ‘스포주의’의 엔딩크레딧은 무척 돋보인다. 하나 더 말하자면, 굵은 글씨로 이름을 명료하게 전달한 것도 긍정적이다. 그림 같이 특이한 서체를 엔딩크레딧에 사용할 경우 관객들은 이름을 제대로 읽고 싶어도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만약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배우와 스태프의 이름에 별로 관심이 없는 관객들을 위해 스틸사진을 슬라이드식으로 보여줬다면 더 완벽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스포주의’의 엔딩크레딧에 대해 너무 많은 스포를 한 것 같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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