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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무단투기’(감독 김경윤) 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47)

발행일 : 2017-02-14 21:02:55

김경윤 감독의 ‘무단투기’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쓰레기봉투에서 토막 난 발이 발견된다. 지저분하고 나태한 삶을 살고 있던 평안(최영재 분)을 다른 사람들은 범인으로 생각한다.

‘무단투기’는 고정관념과 섣부른 판단이 어떤 오해를 불러일으키는지, 평소의 행동으로 만들어진 개인의 이미지가 중요한 상황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렇지만, ‘무단투기’는 다큐멘터리가 아니기에 거기에서 멈추지는 않는다.

‘무단투기’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무단투기’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 오해와 오해의 연속,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에피소드

‘무단투기’는 자취생의 단면을 코믹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청소도 안 하고 더럽게 살고 있는 평안의 방을 찾은 독실(노윤정 분)은 방안에 은폐해 숨어있던 평안을 발견하지 못하고 평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쓰레기를 버리러 간 곳에서 발견된 토막 난 발은 평안이 범인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데, 때마침 등장하는 공무원(고동환 분)과 연이어 등장하는 고참 형사(최병윤 분), 신참 형사(임지형 분)는 각기 자신의 입장에서 추리하여 평안을 확실한 진범처럼 취급한다.

‘무단투기’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무단투기’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평안과 관객은 모두 알고 있고, 영화 속 다른 등장인물들은 부분적으로 알고 있는 이야기의 연쇄적인 전개는, 마치 소동극의 연극처럼 오해와 오해를 불러일으키며 관객들을 웃게 만든다.

감독은 영화 초반부터 주인공인 평안과 관객들을 같은 편으로 만들고 이야기를 진행한다. 관객들은 평안이 오해받는 과정을 안쓰럽게 생각하면서 점차 평안에게 감정이입할 수 있다.

‘무단투기’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무단투기’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소동극처럼 진행된 연쇄적인 이야기는 ‘무단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캐릭터를 명확하게 설정하는데 도움이 된다. 실제로 사람은 복잡한 성향을 같이 가지고 있지만, 영화에서는 그중 한두 가지 특징이 특화된 인물로 설정한다.

캐릭터가 겹치지 않아야 매력적인 인물이 특화돼 만들어질 수 있고, 갈등의 격발과 이완, 해소가 원활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무단투기’에서는 에피소드의 상황에 맞게 인물이 한 명씩 등장하기 때문에 겹치지 않도록 캐릭터라이징이 원활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무단투기’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무단투기’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 블랙박스가 다 보고 있다

‘무단투기’에서 모든 것을 다 보고 있는 존재는 평안과 관객들 이외에 또 있다. 사건의 현장을 담고 있는 차량의 블랙박스이다. ‘무단투기’에서 차량 블랙박스를 통해 두 번의 반전이 가능하게 만든 아이디어는 무척 돋보인다.

‘무단투기’에서 반전은 반전 자체의 묘미도 주면서, 이야기를 더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연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무단투기’의 반전은 이어지는 에피소드들을 완성함과 동시에 새로운 시리즈의 에피소드를 시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있다.

‘무단투기’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무단투기’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무단투기’에서는 아래에서 위를 쳐다보는 카메라 구도가 인상적이다. 위에서 내려다보기보다는 아래서 위를 쳐다보는 장면이 더 많이 나온다. 평안을 제외한 등장인물들은 전체적으로 보기보다는 단면을 보면서 상황을 파악하는데, 카메라 구도와 인물의 특성이 일정한 범위 안에서 공통점을 보여준다는 것은 흥미롭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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